강정구 교수는 구속 수사 의지 강해 … 검찰 내에서도 공안부 변화 요구
동국대 강정구 교수 사법처리에 대한 파문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보안법 적용을 두고 검·경이 형평성을 잃은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군사 쿠데타를 선동한 듯한 발언과 글로 고발된 김용서 전 이화여대 교수와 조갑제 전 월간조선 사장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과 달리 강정구 교수에 대해서는 구속 의지를 보여 ‘진보유죄, 보수무죄’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보수인사 내란선동 고발에 무혐의 = 지난해 말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강연 도중 군부 쿠데타를 독려하는 듯한 발언을 했던 김용서 전 이화여대 교수와 개인 홈페이지에 ‘친북비호 독재정권 타도는 합헌’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은 조갑제 월간조선 사장에 대한 국가보안법 상 내란선동죄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당시 “법리상 김씨와 조씨가 외국의 군사 쿠데타 사례 또는 ‘저항권’에 대해 언급한 것을 폭동이나 국가변란을 선동하는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정도가 지나친 측면은 있지만 형법상 내란선동죄가 성립하려면 폭동 등을 선동한 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강연과 인터넷사이트를 통한 이들의 발언을 폭동선동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협’을 입증하기 곤란하다는 이야기였다.
반면 검경은 한 인터넷매체에 기고한 ‘맥아더를 알기나 아시나요’라는 칼럼을 통해 ‘6·25전쟁은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8월 국가보안법 혐의로 고발된 강 교수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잣대를 적용했다.
◆강 교수 글 감정 객관성 논란 = 경찰은 보수단체로부터 강 교수에 고발을 접수한 이후 강 교수를 3차례에 걸쳐 조사했고 1000페이지에 달하는 사건자료를 분석하고 외부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하는 등 신중을 기했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경찰은 검찰에 구속의견을 냈고 검찰도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검경은 조갑제 전 사장, 김용서 전 교수와는 달리 강 교수에 대한 구속방침을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를 밝히지는 못했다. 다만 강 교수가 ‘만경대 사건’으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데다 한민전 등 북한노선을 따르는 인터넷홈페이지에 강 교수 글이 게재돼 있다는 이유 등을 들었다.
더구나 검·경은 조 전 사장이나 김 전 교수처럼 사상범을 처벌하기 위한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협’을 입증하지 못다. 올해초 법원이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한 결정을 고려하지 않았다.
여기에다 강 교수의 글에 대한 이적성 여부를 판단한 민간연구소는 국가보안법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 온 보수성향인데다 이 연구소 대표는 국보법 공판에 검찰 쪽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사의 객관성 논란마저 일고 있다.
이 때문에 강 교수는 “조갑제(전 월간조선 대표)씨가 통일전쟁을 이야기하면 괜찮고 내가 하면 왜 문제가 되느냐”며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법무법인 산하 장유식 변호사는 “군부 쿠데타를 유도하는 발언을 한 혐의로 고발된 김용서 이화여대 교수와 조갑제 월간조선 사장 등에 대해 검찰은 구속수사는 커녕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며 “강 교수에게만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법의 형평성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총장 사퇴 부른 공안부 = 이적단체의 규정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아직도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한총련에 가입돼 있는 대학 총학생회 간부들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일부 간부들은 아직도 수년째 계속되는 수배생활로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
반면 우익단체들에 대해서는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한 예비역 영관급 장교모임은 ‘국민은 국군을 믿는다’는 중앙일간지 광고를 통해 “노 정권은 대한민국 해체에 나서고 있음이 분명하다”며 “국군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되 헌법과 국가를 배신하는 정권의 그 어떤 명령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중립은 지키되”라는 단서를 달고 있긴 하지만 사실상 군의 명령불복종을 선동한 셈이지만 검·경은 수사조차 하지 않았다.
보수와 진보에 대한 이중적 잣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검경 내부에서도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일선에서 근무하는 한 검사도 “국가보안법은 법률로서도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보수와 진보에 대해 서로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문제까지 안고 있다”며 “아직도 냉전적 사고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공안부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 협소하게 해석 = 강 교수에 대한 구속결정은 일본의 식민통치를 왜곡한 것으로 기소된 김완섭씨와 비교된다.
김완섭씨는 지난 2003년 “백범 김 구는 타고난 살인마이고 독립운동가들은 무위도식했던 룸펜집단, 민비시해는 여우사냥”이라고 주장해 백범의 후손과 광복회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하지만 서울 남부지검은 2004년 3월 김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후손들의 항고 끝에 서울고검은 지난해 7월 김씨를 불구속기소했다.
김씨의 경우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해석한 반면 강정구 교수에게는 표현의 자유를 지나칠 정도로 협소하게 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김씨는 비슷한 주장으로 2002년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며 “김씨를 구속하지 않은 것과 강정구 교수를 구속하려는 것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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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강정구 교수 사법처리에 대한 파문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보안법 적용을 두고 검·경이 형평성을 잃은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군사 쿠데타를 선동한 듯한 발언과 글로 고발된 김용서 전 이화여대 교수와 조갑제 전 월간조선 사장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과 달리 강정구 교수에 대해서는 구속 의지를 보여 ‘진보유죄, 보수무죄’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보수인사 내란선동 고발에 무혐의 = 지난해 말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강연 도중 군부 쿠데타를 독려하는 듯한 발언을 했던 김용서 전 이화여대 교수와 개인 홈페이지에 ‘친북비호 독재정권 타도는 합헌’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은 조갑제 월간조선 사장에 대한 국가보안법 상 내란선동죄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당시 “법리상 김씨와 조씨가 외국의 군사 쿠데타 사례 또는 ‘저항권’에 대해 언급한 것을 폭동이나 국가변란을 선동하는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정도가 지나친 측면은 있지만 형법상 내란선동죄가 성립하려면 폭동 등을 선동한 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강연과 인터넷사이트를 통한 이들의 발언을 폭동선동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협’을 입증하기 곤란하다는 이야기였다.
반면 검경은 한 인터넷매체에 기고한 ‘맥아더를 알기나 아시나요’라는 칼럼을 통해 ‘6·25전쟁은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8월 국가보안법 혐의로 고발된 강 교수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잣대를 적용했다.
◆강 교수 글 감정 객관성 논란 = 경찰은 보수단체로부터 강 교수에 고발을 접수한 이후 강 교수를 3차례에 걸쳐 조사했고 1000페이지에 달하는 사건자료를 분석하고 외부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하는 등 신중을 기했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경찰은 검찰에 구속의견을 냈고 검찰도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검경은 조갑제 전 사장, 김용서 전 교수와는 달리 강 교수에 대한 구속방침을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를 밝히지는 못했다. 다만 강 교수가 ‘만경대 사건’으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데다 한민전 등 북한노선을 따르는 인터넷홈페이지에 강 교수 글이 게재돼 있다는 이유 등을 들었다.
더구나 검·경은 조 전 사장이나 김 전 교수처럼 사상범을 처벌하기 위한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협’을 입증하지 못다. 올해초 법원이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한 결정을 고려하지 않았다.
여기에다 강 교수의 글에 대한 이적성 여부를 판단한 민간연구소는 국가보안법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 온 보수성향인데다 이 연구소 대표는 국보법 공판에 검찰 쪽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사의 객관성 논란마저 일고 있다.
이 때문에 강 교수는 “조갑제(전 월간조선 대표)씨가 통일전쟁을 이야기하면 괜찮고 내가 하면 왜 문제가 되느냐”며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법무법인 산하 장유식 변호사는 “군부 쿠데타를 유도하는 발언을 한 혐의로 고발된 김용서 이화여대 교수와 조갑제 월간조선 사장 등에 대해 검찰은 구속수사는 커녕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며 “강 교수에게만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법의 형평성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총장 사퇴 부른 공안부 = 이적단체의 규정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아직도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한총련에 가입돼 있는 대학 총학생회 간부들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일부 간부들은 아직도 수년째 계속되는 수배생활로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
반면 우익단체들에 대해서는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한 예비역 영관급 장교모임은 ‘국민은 국군을 믿는다’는 중앙일간지 광고를 통해 “노 정권은 대한민국 해체에 나서고 있음이 분명하다”며 “국군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되 헌법과 국가를 배신하는 정권의 그 어떤 명령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중립은 지키되”라는 단서를 달고 있긴 하지만 사실상 군의 명령불복종을 선동한 셈이지만 검·경은 수사조차 하지 않았다.
보수와 진보에 대한 이중적 잣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검경 내부에서도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일선에서 근무하는 한 검사도 “국가보안법은 법률로서도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보수와 진보에 대해 서로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문제까지 안고 있다”며 “아직도 냉전적 사고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공안부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 협소하게 해석 = 강 교수에 대한 구속결정은 일본의 식민통치를 왜곡한 것으로 기소된 김완섭씨와 비교된다.
김완섭씨는 지난 2003년 “백범 김 구는 타고난 살인마이고 독립운동가들은 무위도식했던 룸펜집단, 민비시해는 여우사냥”이라고 주장해 백범의 후손과 광복회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하지만 서울 남부지검은 2004년 3월 김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후손들의 항고 끝에 서울고검은 지난해 7월 김씨를 불구속기소했다.
김씨의 경우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해석한 반면 강정구 교수에게는 표현의 자유를 지나칠 정도로 협소하게 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김씨는 비슷한 주장으로 2002년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며 “김씨를 구속하지 않은 것과 강정구 교수를 구속하려는 것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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