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면적을 웃도는 100만평 규모의 부지에 육중하게 솟아 있는 갠트리 크레인(골리앗). 삼성중공업에는 최대 800톤의 블록을 탑재할 수 있는 골리앗 크레인 2기와 450톤 짜리 2기가 들어서 있다. 이러한 골리앗 크레인은 웬만한 아파트 30층에 해당하는 높이 88m에 폭 165m, 거기에 쓰인 ‘SAMSUNG’이라는 글자의 너비만도 6m에 달한다. 내부에 설치된 전용엘리베이터로 꼭대기에 오르는데만도 2분 정도가 소요될 만큼 높은 곳에서 크레인 기사는 근무에 임해야 한다.
일반인들이 한 번 올라오면 오금이 저려와 한 발짝도 내딛기 힘들다고 말하는 그 곳을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매일같이 오르내리는 이들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 있다.
지상에 깔린 크레인 레일을 따라 웅장한 굉음을 내며 상하로 움직이는 450톤 골리앗 크레인. 크레인 기사는 육중한 이 ‘덩치’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무전기를 통해 신호수와 교신하며 옥외작업장에서 생산된 대형블록을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도크 안으로 이동시키는 업무를 10년째 하고 있다.
워낙 높은 곳에서 일을 하다보니 혹시 의사소통이 잘못되지나 않을까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비록 무전을 통해 신호수와 교신한다고 하지만, 결국 우리는 사방이 유리로 쌓인 운전석 공간에서 혼자 모든 것을 처리해야 한다. 까다로운 자기 관리와 평안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한 철저한 마인드컨트롤은 골리앗 크레인 기사가 짊어져야 할 짐이다.
지상 88m의 높이에서 항상 일하는 나에게 많은 이들이 놀라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높은 곳을 날아다니다 시피하지만 실제로 겁이 무척이나 많다는 것이고, 둘째는 작은 공간에서 혼자 일하기 때문에 다소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마이크를 잡고 남 앞에 서는 것을 무척 즐긴다는 것이다.
88m나 되는 높은 곳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특이하게도 나는 지금껏 그 흔한 놀이기구, 그 중에서도 하늘열차 한 번 타 보지 못했다. 가족들과 놀이공원에 가는 날이면 그저 가방만 지키고 있을 뿐이다.
두어 평 남짓한 절대고독의 공간, 골리앗 크레인 조종실. 온 정신을 쏟아 내야 하는 만큼 고독이 스며드는 ‘틈’조차 내줄 수 없는 것이 우리 크레인 기사들이다. 그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사람 사는 게 별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럴 때면 보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인생을 살게 해 준 골리앗 크레인이 가끔 고맙게 느껴진다.
떠오르는 태양 그리고 붉게 물든 저녁 노을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골리앗 크레인 기사. 나는 이 직업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일을 마치고 크레인 엘리베이터에서 빠져 나올 때면 나의 모습이 막 우주탐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우주선 승무원으로 보이는 건 아닐까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되는 건 내가 가진 내 일에 대한 자부심 때문일 것이다.
허 정 환
삼성중공업 골리앗크레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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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이 한 번 올라오면 오금이 저려와 한 발짝도 내딛기 힘들다고 말하는 그 곳을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매일같이 오르내리는 이들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 있다.
지상에 깔린 크레인 레일을 따라 웅장한 굉음을 내며 상하로 움직이는 450톤 골리앗 크레인. 크레인 기사는 육중한 이 ‘덩치’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무전기를 통해 신호수와 교신하며 옥외작업장에서 생산된 대형블록을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도크 안으로 이동시키는 업무를 10년째 하고 있다.
워낙 높은 곳에서 일을 하다보니 혹시 의사소통이 잘못되지나 않을까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비록 무전을 통해 신호수와 교신한다고 하지만, 결국 우리는 사방이 유리로 쌓인 운전석 공간에서 혼자 모든 것을 처리해야 한다. 까다로운 자기 관리와 평안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한 철저한 마인드컨트롤은 골리앗 크레인 기사가 짊어져야 할 짐이다.
지상 88m의 높이에서 항상 일하는 나에게 많은 이들이 놀라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높은 곳을 날아다니다 시피하지만 실제로 겁이 무척이나 많다는 것이고, 둘째는 작은 공간에서 혼자 일하기 때문에 다소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마이크를 잡고 남 앞에 서는 것을 무척 즐긴다는 것이다.
88m나 되는 높은 곳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특이하게도 나는 지금껏 그 흔한 놀이기구, 그 중에서도 하늘열차 한 번 타 보지 못했다. 가족들과 놀이공원에 가는 날이면 그저 가방만 지키고 있을 뿐이다.
두어 평 남짓한 절대고독의 공간, 골리앗 크레인 조종실. 온 정신을 쏟아 내야 하는 만큼 고독이 스며드는 ‘틈’조차 내줄 수 없는 것이 우리 크레인 기사들이다. 그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사람 사는 게 별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럴 때면 보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인생을 살게 해 준 골리앗 크레인이 가끔 고맙게 느껴진다.
떠오르는 태양 그리고 붉게 물든 저녁 노을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골리앗 크레인 기사. 나는 이 직업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일을 마치고 크레인 엘리베이터에서 빠져 나올 때면 나의 모습이 막 우주탐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우주선 승무원으로 보이는 건 아닐까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되는 건 내가 가진 내 일에 대한 자부심 때문일 것이다.
허 정 환
삼성중공업 골리앗크레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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