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됐지만 … 일회성 그칠 것” 불신감 여전
일부 대기업 상생노력 불구 ‘납품가 인하 압력·인력 빼가기’ 되풀이
“오늘 아침에 한 연구원이 또 사표를 갖고 왔어요. 모 대기업에서 연봉을 두 배 가까이 주기로 했다면서…. 올해 들어 3번째예요. 대학졸업 한 친구를 기껏 재교육 시켜놓았더니…. 이게 대·중소기업 상생입니까?”
국내 바이오벤처기업인 S사 K사장의 말이다.
K사장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이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쟁력 또는 교섭력 격차를 좁혀서 대·중소기업이 동반성장, 발전하는 것”이라며 “일부 대기업이 노력하고는 있지만 중소기업 인력 빼가기가 지속된다면 진정한 상생은 요원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개선됐다 77%, 일회성 그칠 것 65% = 지난 5월16일 청와대에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회의가 처음 열린 이후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정부와 기업 CEO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은 오래된 기업관행과 인식을 바꾸는 정책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데 입장을 같이한 것.
실례로 삼성·현대차·LG·SK·포스코 등 민간 대기업과 한국전력 등 공기업은 △성과공유제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 △휴먼특허 이전 △대기업 중견인력의 중소기업 지원 △수급기업투자펀드 등 후속조치 마련해 분주한 모습이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정부와 대기업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다소 개선됐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질적인 관계개선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이 5·16대책 이후 지난 6월29일부터 7월1일까지 납품업체 331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협력업체 지원이 과거보다 개선됐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는 양적·질적개선 26%, 양적확대 51%, 불변 23% 등이었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발표하는 상생협력방안이 ‘실질적인 대·중소기업 관계개선으로 이어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67%에 달했고, ‘그렇다’는 33%에 불과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 20일 발표된 내일신문 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조사결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에 대해 ‘일회성으로 그칠 것’이라는 답변이 65.1%에 달했다. 반면 ‘지속될 것이다’는 29.5%에 그치는 등 불신감이 여전했다. 특히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요청은 아직까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중소제조업체의 58.1%가 ‘그런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대기업 동기유발 인센티브 필요 = 이와 관련, 대기업의 자발적 상생협력 움직임이 전개되는 점과 중소기업들도 과거보다 양적으로 개선됐다고 평가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질적 개선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기업들은 사업부별 실적평가방식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방안이 현업부서 입장에서 보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런 측면 때문에 대기업에서 시스템으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관계자는 “중소제조업의 63.1%가 모기업에 제품을 판매하는 수급기업으로, 모기업 납품의존도가 높아 납품단가 인하 압력에 대응하지 못하는 게 근본적인 현실”이라며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관행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대기업은 현금 결제시 어음할인율을 제하고 지급하거나,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설계도면을 다른 업체에 넘겨 제품화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하도급 직권실태조사 강화, 불공정사례 상시 감시체제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완성차 업체 한 관계자는 “오래된 기업관행을 몇 개월 사이 완전히 바꾸기란 쉽지 않다”면서 “상생협력 프로그램에 대기업의 이윤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행정적, 정책적 인센티브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쟁력은 대·중기 네트워크 = 이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의 네트워크 구축이 핵심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시장경제 속에서 대기업 혼자 힘으로는 가격·품질 경쟁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
협력업체와 파트너십을 구축해야만 가격인하 효과가 있고, 품질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위상은 생산 분업 하청기업에서 기술 중심의 전략적 파트너로, 중소기업 지원의미는 약자구제의 논리에서 동반자적 협력의 논리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업부별 실적 평가방식의 개선과, 상생협력 대기업에게 제도적 인센티브 등을 대폭 확충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승일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대·중소기업 협력사업의 대부분은 현재의 격차를 유지한 채 일시적으로 대기업이 거래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내용이었다”며 “상호 동반성장할 수 있는 동반자적 입장으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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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기업 상생노력 불구 ‘납품가 인하 압력·인력 빼가기’ 되풀이
“오늘 아침에 한 연구원이 또 사표를 갖고 왔어요. 모 대기업에서 연봉을 두 배 가까이 주기로 했다면서…. 올해 들어 3번째예요. 대학졸업 한 친구를 기껏 재교육 시켜놓았더니…. 이게 대·중소기업 상생입니까?”
국내 바이오벤처기업인 S사 K사장의 말이다.
K사장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이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쟁력 또는 교섭력 격차를 좁혀서 대·중소기업이 동반성장, 발전하는 것”이라며 “일부 대기업이 노력하고는 있지만 중소기업 인력 빼가기가 지속된다면 진정한 상생은 요원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개선됐다 77%, 일회성 그칠 것 65% = 지난 5월16일 청와대에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회의가 처음 열린 이후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정부와 기업 CEO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은 오래된 기업관행과 인식을 바꾸는 정책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데 입장을 같이한 것.
실례로 삼성·현대차·LG·SK·포스코 등 민간 대기업과 한국전력 등 공기업은 △성과공유제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 △휴먼특허 이전 △대기업 중견인력의 중소기업 지원 △수급기업투자펀드 등 후속조치 마련해 분주한 모습이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정부와 대기업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다소 개선됐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질적인 관계개선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이 5·16대책 이후 지난 6월29일부터 7월1일까지 납품업체 331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협력업체 지원이 과거보다 개선됐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는 양적·질적개선 26%, 양적확대 51%, 불변 23% 등이었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발표하는 상생협력방안이 ‘실질적인 대·중소기업 관계개선으로 이어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67%에 달했고, ‘그렇다’는 33%에 불과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 20일 발표된 내일신문 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조사결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에 대해 ‘일회성으로 그칠 것’이라는 답변이 65.1%에 달했다. 반면 ‘지속될 것이다’는 29.5%에 그치는 등 불신감이 여전했다. 특히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요청은 아직까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중소제조업체의 58.1%가 ‘그런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대기업 동기유발 인센티브 필요 = 이와 관련, 대기업의 자발적 상생협력 움직임이 전개되는 점과 중소기업들도 과거보다 양적으로 개선됐다고 평가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질적 개선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기업들은 사업부별 실적평가방식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방안이 현업부서 입장에서 보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런 측면 때문에 대기업에서 시스템으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관계자는 “중소제조업의 63.1%가 모기업에 제품을 판매하는 수급기업으로, 모기업 납품의존도가 높아 납품단가 인하 압력에 대응하지 못하는 게 근본적인 현실”이라며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관행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대기업은 현금 결제시 어음할인율을 제하고 지급하거나,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설계도면을 다른 업체에 넘겨 제품화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하도급 직권실태조사 강화, 불공정사례 상시 감시체제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완성차 업체 한 관계자는 “오래된 기업관행을 몇 개월 사이 완전히 바꾸기란 쉽지 않다”면서 “상생협력 프로그램에 대기업의 이윤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행정적, 정책적 인센티브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쟁력은 대·중기 네트워크 = 이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의 네트워크 구축이 핵심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시장경제 속에서 대기업 혼자 힘으로는 가격·품질 경쟁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
협력업체와 파트너십을 구축해야만 가격인하 효과가 있고, 품질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위상은 생산 분업 하청기업에서 기술 중심의 전략적 파트너로, 중소기업 지원의미는 약자구제의 논리에서 동반자적 협력의 논리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업부별 실적 평가방식의 개선과, 상생협력 대기업에게 제도적 인센티브 등을 대폭 확충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승일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대·중소기업 협력사업의 대부분은 현재의 격차를 유지한 채 일시적으로 대기업이 거래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내용이었다”며 “상호 동반성장할 수 있는 동반자적 입장으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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