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노벨문학상과 터키인 오르한 파묵

지역내일 2005-10-24 (수정 2005-10-24 오후 2:28:24)
최근 세계문학계에는 세인의 관심을 모을만한 소식들이 있었다. 10월 13일 노벨문학상이 발표되었고, 10월 17일에는 루쉰에 버금가는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이며 노벨상 후보로도 여러 차례 물망에 올랐던 바진(巴金)이 상하이에서 향년 101세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에 즈음하여, 터키를 대표하는 소설가 오르한 파묵이 조국 터키의 국가 정체성을 부정한 혐의로 기소돼 오는 12월 16일 재판을 받게 되고 형이 확정되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까지 징역을 살아야 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명암이 엇갈리는 소식들이다.
올해 노벨 문학상 발표는 관례를 깨고 일주일씩이나 연기하는 우여곡절 끝에 영국 극작가 해럴드 핀터(75)를 수상자로 결정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 한림원은 “해럴드 핀터는 자신의 희곡을 통해 사소한 일상사 아래 숨겨진 위기를 들춰내고 억압의 닫힌 방을 들여다보게 만들었다”고 선정 사유를 밝혔다.
핀터의 수상은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초 올해의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로는 시리아 시인 아도니스와 터키 소설가 오르한 파묵, 미국 소설가 조이스 캐럴 오츠와 더불어 한국의 고은 시인 등이 거론되었다. 그 중 오르한 파묵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았으나 결국은 노벨 문학상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와 무관치 않았던 ‘문학상’
10월 12일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53)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할지를 두고 심사기구인 스웨덴 한림원 회원들 사이에 있었던 의견 대립이 연기 사유라고 보도했다. 파묵은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벌어진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자는 운동을 펼치다 국가모독죄로 터키 검찰에 기소된 상태여서 그에게 상을 줄 경우 터키 정부의 반감을 살 것을 한림원이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노벨은 애초에 ‘이상주의적인 작품’에 상을 줄 것을 유언을 통해 남겼다. 그러나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인간의 자유 의지와 천부인권의 가치를 밝히는데 헌신한 작품 중심으로 수상작이 결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당연히 전제 권력과 어떤 형태로든 대척 관계로 설정될 수밖에 없었고 결코 정치와 무관하지 않았다.
노벨문학상의 역사 또한 정치와 거리를 두는 행보만을 해오지 않았다. 노벨문학상은 1901년부터 수상자를 냈다. 그런데 당시의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었고, 1910년에 사망했지만 노벨상의 주인이 되지는 못했다. 그 이면에는 스웨덴과 러시아와의 불편한 관계가 한 몫을 했을 것이라는 설득력 있는 주장도 있다.
톨스토이를 무시했던 스웨덴 한림원이 1958년에는 소련의 반발이 예상되었을 것임에도 파스테르나크(1890~1960)의 「닥터 지바고」를 노벨문학상 작품으로 결정했고 소련의 정치적 압력으로 수상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빚었다. 또한 2000년에는 비록 당시에 파리에 정착해 있었지만 천안문사태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공산당을 탈당한 가오싱젠을 수상자로 결정하여 중국 정부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1953년에는 제2차 세계대전의 영국 지도자인 윈스톤 처칠(1874 - 1965)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처칠은 역사상 가장 의외의 수상자로 여겨지고 있다. 과연 처칠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만큼의 문학적 업적을 남겼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고, 그의 수상이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정치적 공로와 무관했는지도 알 수 없다.

터키정부 반발 예상돼 배제됐나
오르한 파묵은 2월 스위스의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투르크인 3만 여명, 아르메니아인 100만 여명이 터키인에 의해 살해됐지만 지금까지 아무도 이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고 발언하여 ‘공공연하게 터키의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되었다. 그는 인터뷰 뒤 터키 극우세력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아 몇 달 동안 터키를 떠나 있기도 했다.
지금까지 수상자가 속해 있는 나라와 정부의 반발에도 인류 보편의 가치를 염두에 두고 수상자를 선정해 왔다고 믿고 있었던 스웨덴 한림원이 인류가 알아야 할 진실을 이야기하려 했던 파묵을, 터키 정부의 반발이 예상된다 해서 수상 대상에서 배제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 혁 종
광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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