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선거는 예견했던 대로 한나라당의 전승으로 막을 내렸다. 열린우리당은 자당 후보들이 예상 이상의 표차로 진 데 대해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울산 북구는’이라며 마지막까지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았던 민주노동당도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한나라당은 ‘정권에 대한 중간 심판’이라며 환호했다. 언론들은 ‘강정구 파문에 보수층이 뭉쳤다’ ‘박근혜 파괴력은 여전하다’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재보선 결과 속에는 유권자들의 준엄한 경고가 숨어 있다. ‘오만 또는 자만한 권력에 대한 외면’이 그것이다.
수도권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현격한 표차이로 떨어진 것도, 한나라당이 텃밭이라던 대구에서 피 말리는 승부를 벌인 것도, 울산 북구에서 ‘민노당=당선’ 등식이 깨진 것도 따지고 보면 같은 맥락이다. 대구에서는 한나라당이, 울산에서는 민주노동당이 ‘권력’이기 때문이다.
10·26재선거의 이런 트랜드는 내년 5월의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천·광주 = “여권 꼴도 보기 싫다” 적색경보
이번 선거는 국민여론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특히 부천 원미갑과 경기 광주에서 예상보다 큰 표차로 패배한 것은 ‘4대0 전패’ 이상으로 당에 충격을 주고 있다. 수도권의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셈이기 때문이다.
부천 원미갑의 유권자들은 20년만에 처음으로 한나라당 후보를 당선시켰다. 선거기간 내내 바닥 민심은 흉흉했다. 생활고로 인한 불만과 정부·여당에 대한 불신, 여당 후보에 대한 냉소가 노골적으로 터져 나왔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유권자의 경고를 애써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했다. 선거 막판 당 지도부와 의원 보좌관을 대거 동원했고, ‘힘 있는 후보의 지역개발론’으로 “전세를 뒤집었다”다고 큰소리쳤다.
경기 광주의 선거결과는 더 심각하다. 개표 중반까지 민주당 후보에게도 밀려 4위에서 맴돌다 가까스로 3위를 했다. 4위와의 차이는 불과 3.4%였고, 2위인 무소속 후보에게는 12.2%차로 뒤쳐졌다.
수도권 유권자들은 “정부·여당은 꼴도 보기 싫다”는 의사를 투표로 말했다. “이대로는 내년 지방선거 뿐 아니라 2007년 대선도 별 희망이 없을 수 있다”는 적색 경고장이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대구 = ‘한나라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옛말
대구 선거가 한나라당에게 주는 교훈은 ‘대구·경북은 더 이상 한나라당의 텃밭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유승민 후보 5527표차로 이강철 후보를 눌렀다. 하지만 선거 과정은 내내 살얼음판이었다. 선거 마지막날 하루 종일 박 대표를 투입해야 할 정도로 한나라당도 마음을 놓지 못했던 것.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주호영 의원은 “24일까지만 해도 우리가 지는 줄 알았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런 조짐은 지난 4·13 영천 재·보궐선거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당시에도 한나라당은 숨가쁜 추격전 끝에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이와 관련, 대구 정치권의 한 인사는 “한나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자만심에 대한 유권자들의 경고”라고 분석했다. 대구·경북 민심은 한나라당과 국회의원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재선거에서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주호영 의원도 “유권자들 사이에 ‘그동안 몇 번을 밀어줬는데 변한 것이 없다’며 ‘바꿔보자’는 의식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대구·경북 유권자들의 이런 견제심리가 향후 선거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대구·경북이 한나라당 텃밭이라지만, 변화가 없으면 한나라당은 밖에서는 영남으로 고립되고, 안에서는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안팎 이중고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까지 한나라당에 몸을 담았던 한 인사도 “구태한 정치로는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며 “그 나물에 그 밥이 아니라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고, 영남을 둘러친 담을 허물어야 2007년 대선에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백왕순 기자 wspaik@naeil.com
울산 = ‘그들만의 리그’에 유권자 외면
진보정치의 아성인 울산 북구에서 민노당은 당력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냉정하게 민노당을 외면했다.
민노당 선거관계자들은 △당내 경선으로 인한 갈등 △경쟁력 있는 후보 선정 문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간의 갈등 △채용 비리 등 도덕성 문제 △중산동 음식물자원화시설에 대한 주민 반감 등이 패배의 원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이런 진단은 후보 또는 민노당의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고 유권자의 입장에서 해답을 찾아낸 것이 아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현대차 조합원과 민노당이 지역사회의 민심으로부터 어느 정도 떨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번 선거에 열성을 기울였던 현대차노조 모 전직 임원은 “비정규직 법안을 통과하고 반노동자적 입법을 일삼는 한나라당이 당선되고 민노당이 떨어지는 것은 현대차 노조가 사회적으로 완전히 고립되어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의 공식 지지후보였고 노동조합에서 지원·지지했는데도 선거에서 졌다는 것은 사회적 고립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모 민노당원은 “북구에 어떤 후보든 내기만 하면 당선된다는 안이함이 선거 망쳤다”며 “민주노동당의 오만이 불러온 참화”라고 털어놓았다.
이는 앞으로 민노당 뿐 아니라 현대차 노조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
모 현대차노조 활동가는 “다시 현대차 노조가 조합원들만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지역사회나 다른 부품회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로부터, 또 지역주민들로부터 더욱 고립을 자초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노당 핵심들은 이구동성으로 내년 지방선거에도 큰 파장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번 선거가 민노당과 민주노총에 대한 한번의 채찍으로 끝날지, 아니면 고질화된 ‘미움’이 될지는 온전히 민노당과 민주노총 몫으로 남겨졌다.
울산 송진휴 기자 jhsong@naeil.com
한나라당은 ‘정권에 대한 중간 심판’이라며 환호했다. 언론들은 ‘강정구 파문에 보수층이 뭉쳤다’ ‘박근혜 파괴력은 여전하다’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재보선 결과 속에는 유권자들의 준엄한 경고가 숨어 있다. ‘오만 또는 자만한 권력에 대한 외면’이 그것이다.
수도권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현격한 표차이로 떨어진 것도, 한나라당이 텃밭이라던 대구에서 피 말리는 승부를 벌인 것도, 울산 북구에서 ‘민노당=당선’ 등식이 깨진 것도 따지고 보면 같은 맥락이다. 대구에서는 한나라당이, 울산에서는 민주노동당이 ‘권력’이기 때문이다.
10·26재선거의 이런 트랜드는 내년 5월의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천·광주 = “여권 꼴도 보기 싫다” 적색경보
이번 선거는 국민여론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특히 부천 원미갑과 경기 광주에서 예상보다 큰 표차로 패배한 것은 ‘4대0 전패’ 이상으로 당에 충격을 주고 있다. 수도권의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셈이기 때문이다.
부천 원미갑의 유권자들은 20년만에 처음으로 한나라당 후보를 당선시켰다. 선거기간 내내 바닥 민심은 흉흉했다. 생활고로 인한 불만과 정부·여당에 대한 불신, 여당 후보에 대한 냉소가 노골적으로 터져 나왔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유권자의 경고를 애써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했다. 선거 막판 당 지도부와 의원 보좌관을 대거 동원했고, ‘힘 있는 후보의 지역개발론’으로 “전세를 뒤집었다”다고 큰소리쳤다.
경기 광주의 선거결과는 더 심각하다. 개표 중반까지 민주당 후보에게도 밀려 4위에서 맴돌다 가까스로 3위를 했다. 4위와의 차이는 불과 3.4%였고, 2위인 무소속 후보에게는 12.2%차로 뒤쳐졌다.
수도권 유권자들은 “정부·여당은 꼴도 보기 싫다”는 의사를 투표로 말했다. “이대로는 내년 지방선거 뿐 아니라 2007년 대선도 별 희망이 없을 수 있다”는 적색 경고장이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대구 = ‘한나라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옛말
대구 선거가 한나라당에게 주는 교훈은 ‘대구·경북은 더 이상 한나라당의 텃밭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유승민 후보 5527표차로 이강철 후보를 눌렀다. 하지만 선거 과정은 내내 살얼음판이었다. 선거 마지막날 하루 종일 박 대표를 투입해야 할 정도로 한나라당도 마음을 놓지 못했던 것.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주호영 의원은 “24일까지만 해도 우리가 지는 줄 알았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런 조짐은 지난 4·13 영천 재·보궐선거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당시에도 한나라당은 숨가쁜 추격전 끝에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이와 관련, 대구 정치권의 한 인사는 “한나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자만심에 대한 유권자들의 경고”라고 분석했다. 대구·경북 민심은 한나라당과 국회의원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재선거에서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주호영 의원도 “유권자들 사이에 ‘그동안 몇 번을 밀어줬는데 변한 것이 없다’며 ‘바꿔보자’는 의식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대구·경북 유권자들의 이런 견제심리가 향후 선거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대구·경북이 한나라당 텃밭이라지만, 변화가 없으면 한나라당은 밖에서는 영남으로 고립되고, 안에서는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안팎 이중고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까지 한나라당에 몸을 담았던 한 인사도 “구태한 정치로는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며 “그 나물에 그 밥이 아니라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고, 영남을 둘러친 담을 허물어야 2007년 대선에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백왕순 기자 wspaik@naeil.com
울산 = ‘그들만의 리그’에 유권자 외면
진보정치의 아성인 울산 북구에서 민노당은 당력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냉정하게 민노당을 외면했다.
민노당 선거관계자들은 △당내 경선으로 인한 갈등 △경쟁력 있는 후보 선정 문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간의 갈등 △채용 비리 등 도덕성 문제 △중산동 음식물자원화시설에 대한 주민 반감 등이 패배의 원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이런 진단은 후보 또는 민노당의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고 유권자의 입장에서 해답을 찾아낸 것이 아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현대차 조합원과 민노당이 지역사회의 민심으로부터 어느 정도 떨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번 선거에 열성을 기울였던 현대차노조 모 전직 임원은 “비정규직 법안을 통과하고 반노동자적 입법을 일삼는 한나라당이 당선되고 민노당이 떨어지는 것은 현대차 노조가 사회적으로 완전히 고립되어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의 공식 지지후보였고 노동조합에서 지원·지지했는데도 선거에서 졌다는 것은 사회적 고립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모 민노당원은 “북구에 어떤 후보든 내기만 하면 당선된다는 안이함이 선거 망쳤다”며 “민주노동당의 오만이 불러온 참화”라고 털어놓았다.
이는 앞으로 민노당 뿐 아니라 현대차 노조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
모 현대차노조 활동가는 “다시 현대차 노조가 조합원들만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지역사회나 다른 부품회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로부터, 또 지역주민들로부터 더욱 고립을 자초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노당 핵심들은 이구동성으로 내년 지방선거에도 큰 파장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번 선거가 민노당과 민주노총에 대한 한번의 채찍으로 끝날지, 아니면 고질화된 ‘미움’이 될지는 온전히 민노당과 민주노총 몫으로 남겨졌다.
울산 송진휴 기자 jh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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