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좌담회

성공모델 확산되도록 제도개선 따라야

한국전력 성과공유제, ‘공기업 수의계약 제한’ 완화돼야 확산 가능

지역내일 2005-10-28
중소기업 지원 대기업에 인센티브 제공해야 … 중소기업 자구노력 중요

홍: 내일신문은 2년째 ‘중소기업이 살아야 한국이 산다’는 주제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정부도 중소기업 생존이 한국경제의 근본문제인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위한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내일신문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임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정부가 노력은 하고 있지만 ‘일회성에 그칠 것’이라는 부정적 답변이 65.1%를 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번 토론회의 주제를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관계 정착을 위하여’로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신의 골이 한 두해 노력을 통해 극복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먼저 올해 정부의 상생협력정책 추진 과정과 성과를 말해 달라.

조: 정부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이란 화두를 꺼낸 것은 얼마 되지 않지만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얼마 전 전경련에서도 대·중소기업 협력지원센터 개소식을 갖고, 215억원의 협력기금을 형성해 운용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
이밖에 법체계 정비를 비롯해 성과배분 모델을 만드는 일, 대기업 휴면 특허를 지원하는 문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기술인력 협력, 대·중소기업 협력 수급 펀드 조성 운용 등과 관련된 제도적 기반도 많이 만들고 있다. 기업에서도 대중소기업간 협력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다만 대·중소기업 협력사업이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밑으로 확산되기에는 아직 이르다. CEO는 위에서 노력을 하지만 밑에서는 단기적 성과나 평가를 걱정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대중소기업 협력의 모범사례가 많이 만들어지고 확산되는 게 필요하다.

김: 사실 우리나라에는 중소기업 정책이 무수히 많다. 방안이 없어서 안 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실질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면 왜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느냐. 톱에서 다운까지 이행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는 중소기업과의 공생과 상생을 얘기하지만 중간관리층과 밑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중간관리층이나 실무자들이 중소기업을 도와주어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보장해주어야 한다. 말로만 ‘돕겠다’가 아니고 중소기업을 상대하는 담당자가 단기 성과와 실적 때문에 중소기업을 외면하지 않도록 하는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홍: 국내 기업 중에서는 한국전력이 가장 모범적인 사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 법과 제도 면에서는 우리만큼 잘 돼 있는 곳이 없는데 중요한 것은 실행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한전은 ‘이런 식으로 하니까 실제 잘 되더라’ 하는 성공모델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전은 중소기업 제품 구매, 신기술 제품 구매, 해외 마케팅 등 여러 분야에서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올 연말까지 ‘성과공유제’라는 성공모델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구매자 자금 지원도 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성과공유제처럼 상생 성공모델을 만들어 대기업에게 전파하는 것이 실효성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한전뿐 아니라 10여개 자회사에 대해서도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독려하고 있다. 한전 자회사는 자율경영체제로 움직이지만 1년에 한번씩 경영평가를 통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평가 항목 중에 중소기업을 얼마나 잘 지원했는지 하는 내용을 넣었다.

홍: 업체를 대표해서 중소기업의 어려운 상황과 실질적으로 필요한 부분에 대해 말해 달라.

정: 대·중소기업 상생경영이 중요한 사회적 아젠다가 되면서 기대를 많이 했다. 하지만 시스템이 구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협력은 어렵다고 본다. 사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여러 정책이 나와도 실제 현장에서 적극적이 못한 것도 이 때문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한해 제품단가를 25%나 인하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기업 담당자는 ‘제품 가격이 내려가니 부품 가격도 인하해야 한다’고 한다.
대기업은 근본적으로 이익 분배 체계, 생산 인센티브 체계를 가지고 있어 대·중소기업 상생경영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자금지원도 그렇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자금지원을 하면서 경영상태를 유리알처럼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 정부가 시행하는 정책들은 그 화려함에 비해 실속이 별로 없어 아쉬움이 많다.

홍: 참여정부도 강력한 의지를 갖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제도적으로 어떤 보완책을 구상하고 있는가.

조: 지적한 문제들이 빨리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대기업이 단기 이익 위주 경영으로 운영되고 있고, 제품이나 기술 사이클이 빨라지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의 경쟁력도 짚어 봐야할 문제다. 우선 좋은 모범사례를 만들어 전파하는 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규모도 크고 파급력도 강한 공기업 부분에서 선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그러나 공기업도 제도적 어려움이 많다. 한전의 성과공유제도 공기업 수의계약 제한 제도가 풀려야 확산이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당정협의회에서 공기업 수의계약범위 완화를 주장하면 반대의견이 많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일이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에 걸리는 부분도 있다. 정부가 한순간에 다 할 수는 없고 지속적인 의지를 갖고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홍: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제한된 성과를 나누는 것보다 성과규모를 키우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한: 성과공유제는 올해 우선 5개 품목 대상으로 해보고 그 결과를 가지고 필요한 부분은 정부와 협의해 보완해 가겠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에서는 기본적인 신뢰가 중요하다.
중소기업이란 이유만으로 대기업과 공기업이 지원할 수는 없다. 중소기업도 끊임없이 기술을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역할을 다하고 이를 통해 신뢰에 기반을 둔 협력관계를 만들어가야 경쟁력도 향상된다.
한전은 올해 납품 중소업체와 함께 미국을 방문, 미국 시장에 소개해 주려고 했는데 허리케인 때문에 실행하지 못했다. 대신 다음달 싱가포르에 함께 나갈 예정이다.
한전은 해외에서 브랜드 파워가 더 강하다. 이를 이용해 중소기업에게 해외 시장을 열고, 해외 투자 유치에도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 자금 지원보다 해외마케팅에 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홍: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현재 대기업 중소기업의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네트워크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 입장에서 말해 달라.

김: 중소기업 성장에서 대기업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대기업 4개당 중소기업 수가 우리나라는 165개, 대만은 29개, 미국은 66개, 일본은 92개다.
따라서 자금지원 보다 판매 인프라 구축이 더 중요한 일이다.
예로 들면 해외에서 브랜드 파워가 강한 한전이 협력 중소기업을 데리고 나가 보증해주는 것은 해외시장 개척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대기업에 대해 정부가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대기업도 국제경쟁을 하려면 해외 아웃소싱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중소기업 지원으로 인해 어려움이 생긴다면 이를 상쇄할 만한 유인책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조: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게 중요하고 이를 위해 대기업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도 중소기업 지원 대기업에 대해 정부 조달시 혜택을 주는 등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김: 하지만 그 정도로는 너무 약하지 않나.

조: 정부도 중소기업 지원 대기업에 대해 인센티브 주는 방안을 연구하겠다.

홍: GM은 기업이 글로벌화하면서 값싼 부품 위해 중소기업을 키우지 않아서 어려워졌고, 도요타는 협력업체를 지속적으로 키워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글을 봤다. 상당한 시사점이 있다고 보는데.

정: 미국 기업은 시장원리에 입각해 중소기업과 관계를 맺고 있다. 반면 일본은 잘 되거나 안 되거나 일정 가격을 유지해 중소기업을 보호해준다. 도요타는 출자회사가 1000여개에 이른다. 대기업 직원중 본인이 원하면 중소계열사에 내려 보내기도 한다. 그러니 본사와 협력중소업체간 커뮤니케이션이 잘 된다.
하지만 한국 대기업은 부품 공급이 많으면 가격을 낮추고, 공급이 부족하면 독점거래를 요구한다. 중소기업을 철저히 보호해주지 않으면서 자기들과만 거래할 것을 원한다.
이런 관계를 오랫동안 지속해오다가 갑자기 바꾸려니까 잘 안되는 거다. 대기업이 불이익을 감수하고 중소기업을 도와주도록 하려면 무언가 생기는 게 있어야 한다.
또 정부 부처간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부처간 정책적 협조가 필요하다. IT 경우만 해도 왜 산자부와 정통부, 과기부가 따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홍: 중소기업이 상생 협력할 수 있는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고 기술혁신 노력을 했는지 하는 반성도 필요하지 않은가.

김: 중소기업도 기술력, 특히 자신만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작지만 강한 기업이 돼야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64.9%가 부품수급 기업이다 보니 대기업에 매달리게 돼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성장하려면 하도급 관계가 제대로 정착되어야 한다. 올해 중소기업 주간에 ‘only one 운동(자기만의 하나의 기술)’을 제창해서 운동도 하고 12월 15일에는 결의대회도 하려고 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대기업이 하도급 비리 관계를 제대로 잡아주지 않으면 힘들다고 본다.

조: 위장 중소기업이나 하도급 비리 문제는 정부가 철저히 단속하도록 하겠다. 하지만 이에 앞서 대기업이 기업사회적책임 차원에서 윤리경영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좋은 사례를 만들고 있는 대기업도 많다. 다만 아직까지 5대 대기업 위주여서 업종별로 확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역시 기업 윤리경영과 고유 브랜드 강화에 노력해야 한다. 정부도 노력하겠다.

한: 앞으로 기업이 윤리경영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게 하기 위해 정부가 큰 선물을 주는 것도 좋지만 중소기업중앙회가 모범 사례를 찾아 격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잘하는 기업을 자꾸 격려해주어야 한다.
중소기업도 앞으로는 투명성이 보장되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또 기술이 뒷받침 되지 않는 중소기업은 이제 살아남기 어렵다. 대기업이 이익을 보장해주고 이를 기반으로 중소기업은 기술개발에 노력하는 방식으로 선순환 구조를 이루면 ‘윈윈’ 전략이 되고 세계적 경영이 될 것이라고 본다.
정부는 정부대로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각각 역할을 다해야 한다.

홍: 앞으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정책이 정착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조: 상생협력 문제는 대기업-중소기업-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우선 대기업이 가장 노력해야 한다.
실제 외국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기술개발하고, 이익을 나누는 과정에서 대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사례가 많다.
기업도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당분간 톱다운 방식으로 CEO가 이끌어야 한다. 중소기업도 중소기업 제품의 87%가 2년내 기술모방이 가능한 제품이라는 점을 생각봐야 한다. 정부도 법률 정비와 재정지원 등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최대한 다 하겠다.

김: 중소기업도 기술 개발해야 산다. 중소기업이 기술개발 할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하는 것은 대기업이 해야 할 일이다. 정부도 대기업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여러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한: 정부가 좋은 제도 많이 만들었는데 정착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공기업이나 대기업이 앞장서야 한다. 다만 한번에 다할 수 없으니까 성공모델을 만들어서 다른 곳이 벤치마킹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협력 하니까 규모가 커진다는 쪽으로 가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연말까지 성공 모델을 만들어서 중소기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전파되도록 하겠다. 백마디 말보다 한가지 실천 모델이 중요한 시기다.

김: 상생촉진에 관한 법률이 국회 계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보다 앞서 추진된 사업전환촉진법은 여전히 진행이 잘 안되는 것 같다.
아무 장치 없이 경쟁력 없는 중소기업 퇴출시킨다고 하면 다수 중소기업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정: 지나치게 대기업을 가해자, 중소기업 피해자라고 보는 것은 곤란하다. 실제 코스닥 스타기업 대부분은 대기업과 협력관계 맺고 있는 기업이다.
중소기업도 냉정하게 대·중소기업 관계를 돌아볼 필요가 있고, 대기업도 시스템으로 지원하는 체제가 필요하다. 최근 대·중소기업간 중요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대기업과 연관된 ‘패밀리’ 기업들이 부품소재산업에 참여하면서 기존 중소기업들을 밀어내고 있다. 패밀리 기업들은 대부분 규모가 있는 중견기업들이다. 이들이 그동안 기술개발을 열심히 해온 중소기업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정리 김형수·구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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