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행훈 칼럼

남북 경협, ‘새 형식과 방법’으로

지역내일 2005-11-03
지난달 28일 개성에서 열린 제11차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가 끝난 후 발표된 공동보도문의 한 부분을 보면 남북 경제협력이 앞으로는 종전과 다른 ‘새로운 형식과 방법’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북쪽이 요구하면 남쪽은 다 들어 준다는 부정적 여론, ‘퍼주기’만 하고 받는 것이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한국도 앞으로는 적어도 경제협력에 관한 한 북쪽과 ‘주고받기’식으로 추진하겠다는 결의가 담긴 표현으로 보인다.
아무튼 종전의 남북 경협방법을 고치겠다는 결정은 남북 양쪽을 위해서 잘 한 것 같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 관계가 좋아진 것은 대다수 국민이 인정하는 업적의 하나다. 남북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1백만이 넘는 군대를 배치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남쪽 사람들은 별로 전쟁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를 비판하는 세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남북 간의 긴장이 그만큼 해소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8·15 민족대축전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온 북한대표단이 우리의 현충원을 찾아 분향하는가 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그들을 청와대에 초청해서 오찬을 함께했다. 냉전 대결시대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대북 화해정책, 퍼주기로 몰려
동서독이 72년의 기본조약 체결 후 대화와 교류를 활성화 하면서 70년대 말 유럽 미사일 배치문제로 미소 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도 대화의 리듬을 유지하고 동서독 정치지도자들이 한 목소리로 “어떤 전쟁도 독일 땅에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선언해서 세계를 놀라게 했던 때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업적’으로 인해 야당과 주류신문에 의해 ‘친북’정권으로 공격받고 있다. 업적으로 인해 오히려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에 몰리고 있다. 중산층까지 북한‘퍼주기’ 선전에 감염돼 가고 있는 분위기다.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하는 사람도 대북 경협의 ‘일방통행’에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여론조사에서 참여정부나 여당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원인으로 경제문제 못지않게 대북 교섭 방법을 부정적으로 부각시킨 언론의 공격을 들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대북 정책에 대한 이 같은 부정적 평가는 투표로 연결된다. 여당의 10·26 보선 참패 원인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이제 참여정부로서도 이러한 국민정서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경협 차원의 ‘새로운 형식과 방법’을 추구하기로 한 결정은 옳은 결단으로 보인다.
참여정부가 대북화해 정책으로 공격을 받게 된 데는 북한의 태도에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역대 한국 정부는 선거 때면 남북관계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북한의 콧대를 높여주게 되고 이것이 북한을 ‘오만’하게 만든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국내 정치적 필요에서 북한의 협조가 필요한 남쪽 정권은 북측에서 요구하는 대로 들어주게 되고 이것이 하나의 관행처럼 됐다. 도움을 받으면서 도리어 큰 소리 친다는 일반시민의 불평을 듣게 된 배경이다. 한 때는 한국이 인도적인 지원을 한다면서도 북한의 자존심을 상하게 해서 남북관계가 잘 풀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남쪽에서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북한이 한국 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이 많다. 이제는 입장이 바뀌어 북쪽에서 남쪽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도록 노력할 상황이 됐다는 것을 북한이 인정하고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 그래야 남쪽 사람들이 북한에 대한 불쾌감과 불신이 사라지고 진정한 민족애를 되찾을 수 있게 된다. 남쪽 사람들이 자존심을 상하게 되면 그 분노는 곧 북한과 거래하는 정부를 향하게 된다. 선거 때면 반정부 표를 늘려주게 된다. 그것은 북한을 위해서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주고받기’식 경협 바람직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의에서 남북이 앞으로 경협을 ‘퍼주기’가 아니라 ‘주고받기’식의 ‘새로운 형식과 방법’으로 진행하기로 한 것은 정말 잘 한 결정이라고 본다. 북한으로서도 당장은 불편하고 기분이 언짢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민족의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고 남북교류를 더욱 활성화하는데 기여하게 되리라고 본다. 북한은 경협을 넘어 납북자와 국군포로 송환과 같은 민감한 인권문제에 관해서도 남쪽이 북한의 자존심을 해치지 않는 조건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배려하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남북 간의 진정한 화해를 촉진하고 북한의 국제적 위상을 개선해 주는 2중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인·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