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상품 이용, 쌀값 폭락 부추긴다”

농민들, 할인점의 쌀 저가 판매에 집단 반발

지역내일 2005-11-07
할인점 “국산쌀 소비 촉진 위해 기획했던 일”
대형할인점 쌀 저가 판매 논란
쌀 협상 국회 비준을 앞두고 대형할인점의 쌀 저가 판매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할인점들이 최근 쌀을 경쟁적으로 싼 가격에 내놓으면서 농민들이 집단적 반발에 나선 것이다.
할인점에서 국산 농산물을 대량 매입해 저가로 판매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일.
유통업체 내부에서도 일시적으로 쌀 저가 판매를 중지했지만, 소비자 요구가 강할 경우 다시 이 문제를 고민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대다수 농산물이 이미 할인점에서 저가 유통되는 상황에서, 쌀의 저가판매 문제를 소비자들은 어떻게 봐야 할까. 내일신문이 쌀 유통을 둘러싼 업계, 농민, 소비자의 의견을 들어봤다.

◆농민들 “쌀 저가판매할 경우 할인점 불매운동 벌일 것” = 농민들과 할인점의 의견 차이는 지난 3일 롯데마트 영등포점 앞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날 롯데유통그룹은 창사 26주년 기념으로 쌀 20kg들이 10만포를 포대 당 3만2900원의 파격적 가격의 전단 상품으로 내놓았다.
이에 전국 농민단체 대표들이 상경, 롯데마트 영등포점 앞에서 행사 시작 첫날인 3일 집단 시위를 벌였다. 농민들은 “롯데마트가 쌀 저가판매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전국적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회사측을 압박했다.
이들은 이어 매장 내부에 진입, 쌀 판매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농민들이 할인점 매장 내부에까지 진입해 시위를 펼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문경식 회장은 “할인점들이 쌀을 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것은 쌀 가격 폭락을 부추긴다”고 지적했고, 쌀 전업농 홍준건 사무총장은 “할인점들이 쌀을 미끼상품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여 이익을 챙기려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즉 농민단체는 △할인점의 특성상 쌀 저가 판매 현상이 시작되면 다른 업체로 도미노 현상처럼 번질 것이고 △이럴 경우 쌀 현지 매입 가격은 낮아질 수 밖에 없고 △쌀을 팔 곳이 없는 농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쌀 가격을 계속 내려서 할인점에 판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할인점 “국산쌀 매입, 판매로 농민·소비자에게 이익” = 농민들의 의견과 달리 롯데마트는 사전에 기획과는 다른 의도로 오인돼 갈등이 증폭됐다고 분석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이 행사는 크게 두 가지 취지에서 기획됐다.
국산쌀을 대량 매입해 쌀 소비에 기여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싼 값으로 질 좋은 살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농민들에게 쌀 가격 인하를 요구해 싸게 사들인 것이 아니라, 쌀 가격이 떨어졌던 시점에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협을 통해 쌀을 대량 매입한 것”이라며 “더구나 창사 기념 상품이므로 마진폭을 최소화했으므로, 쌀을 통해 판매 이익을 얻으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롯데마트의 쌀 매대 앞에는 롯데마트 행사의 취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크게 붙어 있었다.
어려운 농가를 돕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롯데마트는 또 쌀 저가 판매에 대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1인당 쌀3포대 이상 판매는 금지하는 내부 규정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 “할인점에서 싸게 파는 이상 안살 수 없어” = 할인점과 농민들의 주장에 대해 이날 만난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심정적으로는 농민들 주장에 공감하지만, 할인점을 찾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일단 싼 상품에 손이 먼저 간다는 것이다.
주부 이 모씨는 “수입쌀도 아니고 국산쌀을 싸게 판다고 해서 매장을 찾았다”며 “농민들 말을 듣고 보니 이해도 가지만 사정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당연히 싼 상품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 김 모씨는 “일본에서는 농산물 시장 개방후에도 소비자들이 값싼 외국산 농산물을 안사고 비싼 국산 농산물을 샀다고 들었다”며 “그러나 국산 농산물을 싸게 파는데 누게 안사겠냐”고 말했다.
영등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 모씨는 “물건 사러 오는 사람이 그런 복잡한 사정을 어떻게 알겠냐. 일단 전단에 싸게 나와 있으니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과 만나던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쌀 저가 판매를 둘러싼 갈등은 중국산 김치 판매에 대한 농민들의 집단적 반발과 같은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산 김치가 밀려올 때 일부 할인점이 중국산 김치 판매를 부추겼고, 이에 국산 배추값이 폭락, 이로 인해 대다수 농가들이 배추 농사를 포기해 결국은 배추값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한편 지난 4일 농림부에서는 대형유통업체 임원들과 간담회를 개최, 쌀 끼워팔기와 할인판매를 할인점이 지양해줄 것을 요청했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