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 “국산쌀 소비 촉진 위해 기획했던 일”
대형할인점 쌀 저가 판매 논란
쌀 협상 국회 비준을 앞두고 대형할인점의 쌀 저가 판매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할인점들이 최근 쌀을 경쟁적으로 싼 가격에 내놓으면서 농민들이 집단적 반발에 나선 것이다.
할인점에서 국산 농산물을 대량 매입해 저가로 판매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일.
유통업체 내부에서도 일시적으로 쌀 저가 판매를 중지했지만, 소비자 요구가 강할 경우 다시 이 문제를 고민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대다수 농산물이 이미 할인점에서 저가 유통되는 상황에서, 쌀의 저가판매 문제를 소비자들은 어떻게 봐야 할까. 내일신문이 쌀 유통을 둘러싼 업계, 농민, 소비자의 의견을 들어봤다.
◆농민들 “쌀 저가판매할 경우 할인점 불매운동 벌일 것” = 농민들과 할인점의 의견 차이는 지난 3일 롯데마트 영등포점 앞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날 롯데유통그룹은 창사 26주년 기념으로 쌀 20kg들이 10만포를 포대 당 3만2900원의 파격적 가격의 전단 상품으로 내놓았다.
이에 전국 농민단체 대표들이 상경, 롯데마트 영등포점 앞에서 행사 시작 첫날인 3일 집단 시위를 벌였다. 농민들은 “롯데마트가 쌀 저가판매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전국적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회사측을 압박했다.
이들은 이어 매장 내부에 진입, 쌀 판매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농민들이 할인점 매장 내부에까지 진입해 시위를 펼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문경식 회장은 “할인점들이 쌀을 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것은 쌀 가격 폭락을 부추긴다”고 지적했고, 쌀 전업농 홍준건 사무총장은 “할인점들이 쌀을 미끼상품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여 이익을 챙기려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즉 농민단체는 △할인점의 특성상 쌀 저가 판매 현상이 시작되면 다른 업체로 도미노 현상처럼 번질 것이고 △이럴 경우 쌀 현지 매입 가격은 낮아질 수 밖에 없고 △쌀을 팔 곳이 없는 농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쌀 가격을 계속 내려서 할인점에 판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할인점 “국산쌀 매입, 판매로 농민·소비자에게 이익” = 농민들의 의견과 달리 롯데마트는 사전에 기획과는 다른 의도로 오인돼 갈등이 증폭됐다고 분석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이 행사는 크게 두 가지 취지에서 기획됐다.
국산쌀을 대량 매입해 쌀 소비에 기여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싼 값으로 질 좋은 살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농민들에게 쌀 가격 인하를 요구해 싸게 사들인 것이 아니라, 쌀 가격이 떨어졌던 시점에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협을 통해 쌀을 대량 매입한 것”이라며 “더구나 창사 기념 상품이므로 마진폭을 최소화했으므로, 쌀을 통해 판매 이익을 얻으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롯데마트의 쌀 매대 앞에는 롯데마트 행사의 취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크게 붙어 있었다.
어려운 농가를 돕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롯데마트는 또 쌀 저가 판매에 대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1인당 쌀3포대 이상 판매는 금지하는 내부 규정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 “할인점에서 싸게 파는 이상 안살 수 없어” = 할인점과 농민들의 주장에 대해 이날 만난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심정적으로는 농민들 주장에 공감하지만, 할인점을 찾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일단 싼 상품에 손이 먼저 간다는 것이다.
주부 이 모씨는 “수입쌀도 아니고 국산쌀을 싸게 판다고 해서 매장을 찾았다”며 “농민들 말을 듣고 보니 이해도 가지만 사정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당연히 싼 상품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 김 모씨는 “일본에서는 농산물 시장 개방후에도 소비자들이 값싼 외국산 농산물을 안사고 비싼 국산 농산물을 샀다고 들었다”며 “그러나 국산 농산물을 싸게 파는데 누게 안사겠냐”고 말했다.
영등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 모씨는 “물건 사러 오는 사람이 그런 복잡한 사정을 어떻게 알겠냐. 일단 전단에 싸게 나와 있으니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과 만나던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쌀 저가 판매를 둘러싼 갈등은 중국산 김치 판매에 대한 농민들의 집단적 반발과 같은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산 김치가 밀려올 때 일부 할인점이 중국산 김치 판매를 부추겼고, 이에 국산 배추값이 폭락, 이로 인해 대다수 농가들이 배추 농사를 포기해 결국은 배추값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한편 지난 4일 농림부에서는 대형유통업체 임원들과 간담회를 개최, 쌀 끼워팔기와 할인판매를 할인점이 지양해줄 것을 요청했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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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할인점 쌀 저가 판매 논란
쌀 협상 국회 비준을 앞두고 대형할인점의 쌀 저가 판매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할인점들이 최근 쌀을 경쟁적으로 싼 가격에 내놓으면서 농민들이 집단적 반발에 나선 것이다.
할인점에서 국산 농산물을 대량 매입해 저가로 판매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일.
유통업체 내부에서도 일시적으로 쌀 저가 판매를 중지했지만, 소비자 요구가 강할 경우 다시 이 문제를 고민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대다수 농산물이 이미 할인점에서 저가 유통되는 상황에서, 쌀의 저가판매 문제를 소비자들은 어떻게 봐야 할까. 내일신문이 쌀 유통을 둘러싼 업계, 농민, 소비자의 의견을 들어봤다.
◆농민들 “쌀 저가판매할 경우 할인점 불매운동 벌일 것” = 농민들과 할인점의 의견 차이는 지난 3일 롯데마트 영등포점 앞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날 롯데유통그룹은 창사 26주년 기념으로 쌀 20kg들이 10만포를 포대 당 3만2900원의 파격적 가격의 전단 상품으로 내놓았다.
이에 전국 농민단체 대표들이 상경, 롯데마트 영등포점 앞에서 행사 시작 첫날인 3일 집단 시위를 벌였다. 농민들은 “롯데마트가 쌀 저가판매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전국적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회사측을 압박했다.
이들은 이어 매장 내부에 진입, 쌀 판매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농민들이 할인점 매장 내부에까지 진입해 시위를 펼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문경식 회장은 “할인점들이 쌀을 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것은 쌀 가격 폭락을 부추긴다”고 지적했고, 쌀 전업농 홍준건 사무총장은 “할인점들이 쌀을 미끼상품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여 이익을 챙기려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즉 농민단체는 △할인점의 특성상 쌀 저가 판매 현상이 시작되면 다른 업체로 도미노 현상처럼 번질 것이고 △이럴 경우 쌀 현지 매입 가격은 낮아질 수 밖에 없고 △쌀을 팔 곳이 없는 농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쌀 가격을 계속 내려서 할인점에 판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할인점 “국산쌀 매입, 판매로 농민·소비자에게 이익” = 농민들의 의견과 달리 롯데마트는 사전에 기획과는 다른 의도로 오인돼 갈등이 증폭됐다고 분석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이 행사는 크게 두 가지 취지에서 기획됐다.
국산쌀을 대량 매입해 쌀 소비에 기여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싼 값으로 질 좋은 살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농민들에게 쌀 가격 인하를 요구해 싸게 사들인 것이 아니라, 쌀 가격이 떨어졌던 시점에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협을 통해 쌀을 대량 매입한 것”이라며 “더구나 창사 기념 상품이므로 마진폭을 최소화했으므로, 쌀을 통해 판매 이익을 얻으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롯데마트의 쌀 매대 앞에는 롯데마트 행사의 취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크게 붙어 있었다.
어려운 농가를 돕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롯데마트는 또 쌀 저가 판매에 대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1인당 쌀3포대 이상 판매는 금지하는 내부 규정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 “할인점에서 싸게 파는 이상 안살 수 없어” = 할인점과 농민들의 주장에 대해 이날 만난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심정적으로는 농민들 주장에 공감하지만, 할인점을 찾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일단 싼 상품에 손이 먼저 간다는 것이다.
주부 이 모씨는 “수입쌀도 아니고 국산쌀을 싸게 판다고 해서 매장을 찾았다”며 “농민들 말을 듣고 보니 이해도 가지만 사정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당연히 싼 상품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 김 모씨는 “일본에서는 농산물 시장 개방후에도 소비자들이 값싼 외국산 농산물을 안사고 비싼 국산 농산물을 샀다고 들었다”며 “그러나 국산 농산물을 싸게 파는데 누게 안사겠냐”고 말했다.
영등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 모씨는 “물건 사러 오는 사람이 그런 복잡한 사정을 어떻게 알겠냐. 일단 전단에 싸게 나와 있으니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과 만나던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쌀 저가 판매를 둘러싼 갈등은 중국산 김치 판매에 대한 농민들의 집단적 반발과 같은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산 김치가 밀려올 때 일부 할인점이 중국산 김치 판매를 부추겼고, 이에 국산 배추값이 폭락, 이로 인해 대다수 농가들이 배추 농사를 포기해 결국은 배추값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한편 지난 4일 농림부에서는 대형유통업체 임원들과 간담회를 개최, 쌀 끼워팔기와 할인판매를 할인점이 지양해줄 것을 요청했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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