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여승무원 살해 탈주범 검거
올 들어 4건의 재소자 탈출 소동이 일어났지만 여전히 피고인 호송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호송과정에서 적절한 인력을 배치하지 않아 탈주빌미를 제공한데다 탈주 초기 추격에도 실패하면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11시간 동안 거리를 활보하는 불안한 상황이 연출됐다.
◆화장실 간다며 1층으로 교도관 유인 = 지난 2일 오후 3시쯤 경기도 성남시 단대동 수원지검 성남지청 3층 구치감(교도관실)에서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민병일(37)씨가 교도관들을 밀치고 도주했다가 11시간 만에 다시 검거됐다.
항공사 여승무원을 살해한 혐의(강도살인)로 이날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민씨는 화장실에 다녀오고 싶다며 교도관 2명의 감시를 받으며 1층 화장실로 갔다. 순간 민씨는 교도관 1명을 밀어 넘어 뜨린 후 건물 밖으로 탈출했으며 담장을 넘은 후 주택가 골목으로 사라졌다.
특히 교도관들은 민씨가 달아난 도주로가 아닌 우회로를 이용해 추격전을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성남지청 건물을 빠져 나온 직후 민씨는 언덕을 따라 내려가다 곧바로 높이 2m 가량의 담장을 넘어 검찰청을 빠져 나갔다. 불과 1분 사이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민씨를 추격한 교도관들은 민씨가 뛰어넘은 담장을 넘지 않고 다른 길로 우회해 추격을 계속했다.
현장기자가 확인한 결과 교도관들이 선택한 우회로는 민씨가 선택한 탈주로에 비해 170m나 길었다. 어른이 뛴다 하더라도 최소 30~40초 이상이 걸리는 길이다.
검찰청 담장 너머는 일반적인 단독 주택가로 이 정도 시간이면 교도관들의 시야에서 충분히 사라질 수 있다고 추정된다. 민씨가 도주과정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 있었던 것도 탈출 초기에 교도관들을 따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민씨와 교도관들의 추격전을 목격한 인근 주민들도 “탈주범으로 보이는 남자가 담장에서 뛰어내려 도망간 뒤 추격하는 교도관들이 나타난 것은 대략 1분 정도 걸렸다”며 “범인이 도망갈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수감자 비해 교도관 수 절대적으로 부족 = 호송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사건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당일 성남구치소에서 성남지원으로 재판을 받으러 오는 수감자는 모두 22명. 하지만 이들을 호송하기 위해 구치소 측이 투입한 인원은 20명에 불과하다. 더구나 20명 중 교도관은 13명에 불과했으며 7명은 경찰로 말하면 전·의경에 해당하는 경비교도대원들이었다.
피고인이나 수감자가 구치소에서 밖으로 나갈 경우 적용하는 규정인 ‘계호근무준칙’에는 수감자 1명당 2명의 교도관을 배치하도록 돼 있다.
수감자의 죄질, 연령, 건강상태, 수용태도 등을 감안해 교도관을 1명으로 줄일 수는 있지만 민씨가 사형을 구형받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상황에서 예외가 적용될 수 있는 여지는 없다는 것이 한 일선 교도관의 지적이다.
결국 규정보다 교도관 수가 적어 민씨가 탈출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탈주 초기에도 2~3명만 투입될 수밖에 없어 신속한 검거에 실패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보안과 관계자는 “수감자의 수에 비해 교도관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규정을 어긴 것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규정을 준수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석용 허신열 양성현 김은광 기자 syheo@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올 들어 4건의 재소자 탈출 소동이 일어났지만 여전히 피고인 호송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호송과정에서 적절한 인력을 배치하지 않아 탈주빌미를 제공한데다 탈주 초기 추격에도 실패하면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11시간 동안 거리를 활보하는 불안한 상황이 연출됐다.
◆화장실 간다며 1층으로 교도관 유인 = 지난 2일 오후 3시쯤 경기도 성남시 단대동 수원지검 성남지청 3층 구치감(교도관실)에서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민병일(37)씨가 교도관들을 밀치고 도주했다가 11시간 만에 다시 검거됐다.
항공사 여승무원을 살해한 혐의(강도살인)로 이날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민씨는 화장실에 다녀오고 싶다며 교도관 2명의 감시를 받으며 1층 화장실로 갔다. 순간 민씨는 교도관 1명을 밀어 넘어 뜨린 후 건물 밖으로 탈출했으며 담장을 넘은 후 주택가 골목으로 사라졌다.
특히 교도관들은 민씨가 달아난 도주로가 아닌 우회로를 이용해 추격전을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성남지청 건물을 빠져 나온 직후 민씨는 언덕을 따라 내려가다 곧바로 높이 2m 가량의 담장을 넘어 검찰청을 빠져 나갔다. 불과 1분 사이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민씨를 추격한 교도관들은 민씨가 뛰어넘은 담장을 넘지 않고 다른 길로 우회해 추격을 계속했다.
현장기자가 확인한 결과 교도관들이 선택한 우회로는 민씨가 선택한 탈주로에 비해 170m나 길었다. 어른이 뛴다 하더라도 최소 30~40초 이상이 걸리는 길이다.
검찰청 담장 너머는 일반적인 단독 주택가로 이 정도 시간이면 교도관들의 시야에서 충분히 사라질 수 있다고 추정된다. 민씨가 도주과정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 있었던 것도 탈출 초기에 교도관들을 따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민씨와 교도관들의 추격전을 목격한 인근 주민들도 “탈주범으로 보이는 남자가 담장에서 뛰어내려 도망간 뒤 추격하는 교도관들이 나타난 것은 대략 1분 정도 걸렸다”며 “범인이 도망갈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수감자 비해 교도관 수 절대적으로 부족 = 호송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사건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당일 성남구치소에서 성남지원으로 재판을 받으러 오는 수감자는 모두 22명. 하지만 이들을 호송하기 위해 구치소 측이 투입한 인원은 20명에 불과하다. 더구나 20명 중 교도관은 13명에 불과했으며 7명은 경찰로 말하면 전·의경에 해당하는 경비교도대원들이었다.
피고인이나 수감자가 구치소에서 밖으로 나갈 경우 적용하는 규정인 ‘계호근무준칙’에는 수감자 1명당 2명의 교도관을 배치하도록 돼 있다.
수감자의 죄질, 연령, 건강상태, 수용태도 등을 감안해 교도관을 1명으로 줄일 수는 있지만 민씨가 사형을 구형받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상황에서 예외가 적용될 수 있는 여지는 없다는 것이 한 일선 교도관의 지적이다.
결국 규정보다 교도관 수가 적어 민씨가 탈출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탈주 초기에도 2~3명만 투입될 수밖에 없어 신속한 검거에 실패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보안과 관계자는 “수감자의 수에 비해 교도관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규정을 어긴 것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규정을 준수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석용 허신열 양성현 김은광 기자 syheo@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