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통해 쉽게 구입 가능 … 기업형 판매업자 극성 범죄도구로 악용
자동차 전화 통장 ‘대포’가 판친다
서류상 소유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일명 ‘대포차량’이 서울에서만 연간 1500~2000대가 양산되고 있다. 수 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수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는 ‘대포폰’과 ‘대포통장’도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자동차와 전화, 예금통장에 택시까지 ‘대포’가 판치고 있다. 문제는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서울 영등포 경찰서 유병희 지능 팀장은 “요즘 범죄자들을 잡아보면 대포폰과 대포통장 등을 가지고 있는 것은 기본”이라며 “대포폰이나 대포통장은 구하기는 쉬울지 모르지만 추적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를 찾는 사람은 거의 대부분 무언가 범죄를 저질렀거나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대포택시’도 등장 = 지난 8일 기자가 강원도 정선군 강원랜드 인근 ㄷ전당포에 전화를 걸어 개인택시 면허를 맡기겠다고 제의했다.
그러자 전당포 업자는 “시세가 1100만원 정도 하니까 400만원이면 가능 하다”고 말했다.
개인택시 면허는 취득 5년간 타인에게 넘길 수 없다. 하지만 일부 전당포는 급하게 돈이 필요한 개인택시 운전자들에게 면허를 맡기는 대신 돈을 빌려주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맡겨진 개인택시가 다른 사람에 의해 운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대포택시’인 셈이다.
특히 강원랜드 인근에는 도박으로 돈을 잃은 개인택시 운전자들이 면허를 맡기기 시작하면서 ‘개인택시 암시장’까지 형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25일 강원랜드 인근 전당포에 맡겨진 택시를 이자비용을 내고 다시 빌려 자격 없는 운전사들을 고용한 뒤 멀쩡한 택시처럼 운행한 혐의로 박 모(55)씨 등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택시운동사업조합에서 발급하는 ‘개인택시 부제표시증’과 ‘개인택시운전 자격증명’을 위조해 멀쩡한 택시인 것처럼 위장했으며 운전자들에게 하루 5만~7만원의 사납금까지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LPG 대포차’ 수천대 서울시내 누벼 = 대포택시 뿐만 아니라 기업형 대포차량 판매도 기승을 부리면서 매년 수천대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바지사장을 내세운 자동차매매상사가 부도난 택시회사나 개인택시로부터 구입한 LPG승용차를 싸게 매입한 뒤 개조해 명의이전을 하지 않고 개인들에게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장안동에서 자동차 매매상사를 운영하는 한 모(47)씨는 “과태료나 범칙금을 내지 않는데다 일반 휘발유 승용차에 비해 유지비용이 훨씬 저렴한 LPG대포차인 ‘부활차’가 최근 선호되는 종류”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적발된 한 자동차 매매상사는 1년도 안되는 영업기간 동안 무려 560여대의 LPG대포차량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택시기사나 부도법인으로부터 매입해 대포차량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서울에서만 매년 1500~2000대 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지지 못하기 때문에 뺑소니를 치는 경우도 많고 다른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대포폰 피해만 수만 건 = 다른 사람의 명의를 이용해 개설한 휴대폰인 일명 ‘대포폰’도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김희정 의원(한나라당)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올해 3월까지 명의도용 대포폰 피해규모는 4만7493건에 이른다. 복제폰, 선불폰 등으로 인한 피해액까지 추산할 경우 그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과거 대포폰이 신용불량자나 노숙자 등에게 수고비를 주고 개통시키는 수공업적이었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급전이 필요한 일반인이 수십 개의 휴대폰을 할부로 가입한 뒤 이를 되파는 수법을 사용하거나 분실 휴대폰을 모아 대리점을 통해 대포폰을 바뀌는 ‘기업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포통장의 경우에는 금융실명제로 인해 기업형으로 생산되지는 않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대포통장이 노숙자 명의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정도다.
◆대포폰·대포통장은 범죄 준비 단계서 구입 = 대포폰과 대포통장은 범죄에 착수하기 전 단계에서 준비하는 필수품이 됐다. 인터넷 상거래 사기나 부동산 기획사기 등에는 대포폰과 대포통장이 일반적인 준비물이다.
지난 6월 불륜 몰래카메라를 찍었다며 공무원 등을 협박한 김 모씨도 대포통장으로 1억3000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인터넷에서 물건을 팔겠다고 송금 받은 뒤 잠적한 경우도 대부분 대포통장을 이용한 사기다.
더구나 대포통장이나 대포폰은 일반인들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현장기자가 대포통장을 사겠다며 인터넷을 통해 연락을 취한 지난달 7일 현금 18만원을 건넨 뒤 곧바로 통장과 현금카드, 폰배킹 암호표, 비밀번호가 적혀 있는 메모지 등을 구입할 수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 위장된 신분을 얻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허신열 고성수 양성현 김은광 오승완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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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전화 통장 ‘대포’가 판친다
서류상 소유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일명 ‘대포차량’이 서울에서만 연간 1500~2000대가 양산되고 있다. 수 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수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는 ‘대포폰’과 ‘대포통장’도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자동차와 전화, 예금통장에 택시까지 ‘대포’가 판치고 있다. 문제는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서울 영등포 경찰서 유병희 지능 팀장은 “요즘 범죄자들을 잡아보면 대포폰과 대포통장 등을 가지고 있는 것은 기본”이라며 “대포폰이나 대포통장은 구하기는 쉬울지 모르지만 추적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를 찾는 사람은 거의 대부분 무언가 범죄를 저질렀거나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대포택시’도 등장 = 지난 8일 기자가 강원도 정선군 강원랜드 인근 ㄷ전당포에 전화를 걸어 개인택시 면허를 맡기겠다고 제의했다.
그러자 전당포 업자는 “시세가 1100만원 정도 하니까 400만원이면 가능 하다”고 말했다.
개인택시 면허는 취득 5년간 타인에게 넘길 수 없다. 하지만 일부 전당포는 급하게 돈이 필요한 개인택시 운전자들에게 면허를 맡기는 대신 돈을 빌려주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맡겨진 개인택시가 다른 사람에 의해 운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대포택시’인 셈이다.
특히 강원랜드 인근에는 도박으로 돈을 잃은 개인택시 운전자들이 면허를 맡기기 시작하면서 ‘개인택시 암시장’까지 형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25일 강원랜드 인근 전당포에 맡겨진 택시를 이자비용을 내고 다시 빌려 자격 없는 운전사들을 고용한 뒤 멀쩡한 택시처럼 운행한 혐의로 박 모(55)씨 등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택시운동사업조합에서 발급하는 ‘개인택시 부제표시증’과 ‘개인택시운전 자격증명’을 위조해 멀쩡한 택시인 것처럼 위장했으며 운전자들에게 하루 5만~7만원의 사납금까지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LPG 대포차’ 수천대 서울시내 누벼 = 대포택시 뿐만 아니라 기업형 대포차량 판매도 기승을 부리면서 매년 수천대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바지사장을 내세운 자동차매매상사가 부도난 택시회사나 개인택시로부터 구입한 LPG승용차를 싸게 매입한 뒤 개조해 명의이전을 하지 않고 개인들에게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장안동에서 자동차 매매상사를 운영하는 한 모(47)씨는 “과태료나 범칙금을 내지 않는데다 일반 휘발유 승용차에 비해 유지비용이 훨씬 저렴한 LPG대포차인 ‘부활차’가 최근 선호되는 종류”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적발된 한 자동차 매매상사는 1년도 안되는 영업기간 동안 무려 560여대의 LPG대포차량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택시기사나 부도법인으로부터 매입해 대포차량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서울에서만 매년 1500~2000대 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지지 못하기 때문에 뺑소니를 치는 경우도 많고 다른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대포폰 피해만 수만 건 = 다른 사람의 명의를 이용해 개설한 휴대폰인 일명 ‘대포폰’도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김희정 의원(한나라당)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올해 3월까지 명의도용 대포폰 피해규모는 4만7493건에 이른다. 복제폰, 선불폰 등으로 인한 피해액까지 추산할 경우 그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과거 대포폰이 신용불량자나 노숙자 등에게 수고비를 주고 개통시키는 수공업적이었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급전이 필요한 일반인이 수십 개의 휴대폰을 할부로 가입한 뒤 이를 되파는 수법을 사용하거나 분실 휴대폰을 모아 대리점을 통해 대포폰을 바뀌는 ‘기업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포통장의 경우에는 금융실명제로 인해 기업형으로 생산되지는 않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대포통장이 노숙자 명의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정도다.
◆대포폰·대포통장은 범죄 준비 단계서 구입 = 대포폰과 대포통장은 범죄에 착수하기 전 단계에서 준비하는 필수품이 됐다. 인터넷 상거래 사기나 부동산 기획사기 등에는 대포폰과 대포통장이 일반적인 준비물이다.
지난 6월 불륜 몰래카메라를 찍었다며 공무원 등을 협박한 김 모씨도 대포통장으로 1억3000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인터넷에서 물건을 팔겠다고 송금 받은 뒤 잠적한 경우도 대부분 대포통장을 이용한 사기다.
더구나 대포통장이나 대포폰은 일반인들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현장기자가 대포통장을 사겠다며 인터넷을 통해 연락을 취한 지난달 7일 현금 18만원을 건넨 뒤 곧바로 통장과 현금카드, 폰배킹 암호표, 비밀번호가 적혀 있는 메모지 등을 구입할 수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 위장된 신분을 얻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허신열 고성수 양성현 김은광 오승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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