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고속도로 계획 재검토해야”
13개 고속도 1일 교통량 4만대 이하 … 개발시대 토건논리 전환 시점
현재 수준에서 200% 이상의 고속국도를 신규 설치, 전국토를 7×9 격자형 고속국도망으로 연결한다는 국토종합 계획은 재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창수 경원대학교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16일 오후 진행된 제8회 우이령포럼(공동대표 노익상 지영선)에서 이같이 지적하고 “이제 우리나라도 개발연대를 마무리하고 국토환경관리 및 도시성장관리 체제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6일 오후 서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포럼은 황 윤 독립다큐멘터리 감독의 ‘로드킬’ 현장보고, 이창수 교수의 ‘7×9 도로정책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발제, 장승필 서울대 교수, 김헌동 공공사업감시단 단장, 김호정 국토연구원 SOC·건설경제연구실 책임연구원, 이병천(국립수목원) 박사의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백두대간 핵심 생태축에도 고속도로 건설 =
이 교수는 발제에서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의 도로연장은 54.599km에서 97.252km로 1983년의 1.78배 수준으로 증가했다”며 “이는 고속국도가 123%, 시·군도가 112% 확충된 데 기인하는 것으로 개발연대에 끊임없이 토건사업을 지속해온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창수 교수는 “7×9 고속도로망은 백두대간 핵심 생태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며 “이는 우리나라의 교통인프라가 부족하고 지역간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환경적·생태학적으로 대규모 개발이 지양되어야 할 지역에 고속도로를 새로 건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흔히 교통망이 부족한 곳으로 알려진 강원도, 충청북도, 경상북도, 전라북도의 ‘인구 1000명 당 도로 연장’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건교부 통계(2003 건교부 건설통계연감)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도로연장은 △서울시 773m △부산시 703m △대구시 849m 등에 비해 △강원도 8147m △전라북도 4122m △전라남도 9302m △경상북도 5308m △충청북도 6795m 등이다.
물론 강원도나 일부 지역은 인구 과소지역이므로 이런 수치산정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행정구역 1㎢당 도로 및 고속국도 연장을 지표로 비교해볼 수 있는데, 그 결과는 여전히 유사하다.
같은 통계를 보면 ‘행정구역 1㎢당 도로연장’은 △서울시 1만3182m △부산시 2801m △대구시 2344m 등에 비해 △강원도 1만1536m △전라북도 9578m △전라남도 1만2503m △경상북도 8796m △충청북도 1만5275m 등이다.
◆“국도·지방도 활용이 더 효율적” =
이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환경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7×9 격자형 고속국도망을 전국토에 배치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7×9 격자형 고속국도망을 기존의 국도와 중첩하여 살펴보면 상당한 부분에서 중복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런 고속도로망이 과연 적절한지는 도로망 배치의 균형성과 아울러 ‘도로 교통량’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건교부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속국도의 2003년 1일 평균교통량(ADT)은 노선에 따라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울외곽선과 경인선은 10만대를 상회하나 88선(12번 고속국도)과 익산포항선(20번 고속국도)은 1만대에도 못 미친다.
이 교수는 “1일 교통량이 4만대에 못미치는 고속국도 노선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13개 노선에 이른다면 지역 간 연계교통은 국도 및 지방도를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건설 거품 걷어내야 환경파괴 줄어 =
이날 ‘로드킬’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사례로 발푶한 황 윤 감독은 “야생동물들에게 생태통로는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생태계가 풍부한 지역을 고속도로로 관통하면서 생태통로 몇 개 설치하는 것은 온몸에 화상을 입은 환자에게 반창고 하나 붙여주는 꼴”이라고 인간 중심의 도로정책을 비판했다.
서울대 장승필 교수는 “건설은 한번 하면 100년을 가는 구조물이기 때문에 너무 서두를 필요 없이 후손들에게 맡기는 것도 필요하다”며 “우리나라처럼 좁은 나라에서 국도 4차선, 고속도로 8차선 식으로 갈 필요가 없다. 도로는 가능한 한 좁게, 인간과 생태계에 피해가 없도록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헌동 경실련 공공사업감시단장은 “연간 100조원에 이르는 과도한 SOC건설 뒤에는 반만년 국토를 30년 만에 다 망가뜨린 ‘개발 5적’이 있다”며 “3조짜리 민자고속도로 하나 놓으면 1조5천억이 남는 ‘건설거품’을 싹 걷어내야 대규모 개발로 인한 환경문제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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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 고속도 1일 교통량 4만대 이하 … 개발시대 토건논리 전환 시점
현재 수준에서 200% 이상의 고속국도를 신규 설치, 전국토를 7×9 격자형 고속국도망으로 연결한다는 국토종합 계획은 재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창수 경원대학교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16일 오후 진행된 제8회 우이령포럼(공동대표 노익상 지영선)에서 이같이 지적하고 “이제 우리나라도 개발연대를 마무리하고 국토환경관리 및 도시성장관리 체제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6일 오후 서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포럼은 황 윤 독립다큐멘터리 감독의 ‘로드킬’ 현장보고, 이창수 교수의 ‘7×9 도로정책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발제, 장승필 서울대 교수, 김헌동 공공사업감시단 단장, 김호정 국토연구원 SOC·건설경제연구실 책임연구원, 이병천(국립수목원) 박사의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백두대간 핵심 생태축에도 고속도로 건설 =
이 교수는 발제에서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의 도로연장은 54.599km에서 97.252km로 1983년의 1.78배 수준으로 증가했다”며 “이는 고속국도가 123%, 시·군도가 112% 확충된 데 기인하는 것으로 개발연대에 끊임없이 토건사업을 지속해온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창수 교수는 “7×9 고속도로망은 백두대간 핵심 생태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며 “이는 우리나라의 교통인프라가 부족하고 지역간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환경적·생태학적으로 대규모 개발이 지양되어야 할 지역에 고속도로를 새로 건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흔히 교통망이 부족한 곳으로 알려진 강원도, 충청북도, 경상북도, 전라북도의 ‘인구 1000명 당 도로 연장’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건교부 통계(2003 건교부 건설통계연감)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도로연장은 △서울시 773m △부산시 703m △대구시 849m 등에 비해 △강원도 8147m △전라북도 4122m △전라남도 9302m △경상북도 5308m △충청북도 6795m 등이다.
물론 강원도나 일부 지역은 인구 과소지역이므로 이런 수치산정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행정구역 1㎢당 도로 및 고속국도 연장을 지표로 비교해볼 수 있는데, 그 결과는 여전히 유사하다.
같은 통계를 보면 ‘행정구역 1㎢당 도로연장’은 △서울시 1만3182m △부산시 2801m △대구시 2344m 등에 비해 △강원도 1만1536m △전라북도 9578m △전라남도 1만2503m △경상북도 8796m △충청북도 1만5275m 등이다.
◆“국도·지방도 활용이 더 효율적” =
이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환경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7×9 격자형 고속국도망을 전국토에 배치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7×9 격자형 고속국도망을 기존의 국도와 중첩하여 살펴보면 상당한 부분에서 중복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런 고속도로망이 과연 적절한지는 도로망 배치의 균형성과 아울러 ‘도로 교통량’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건교부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속국도의 2003년 1일 평균교통량(ADT)은 노선에 따라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울외곽선과 경인선은 10만대를 상회하나 88선(12번 고속국도)과 익산포항선(20번 고속국도)은 1만대에도 못 미친다.
이 교수는 “1일 교통량이 4만대에 못미치는 고속국도 노선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13개 노선에 이른다면 지역 간 연계교통은 국도 및 지방도를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건설 거품 걷어내야 환경파괴 줄어 =
이날 ‘로드킬’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사례로 발푶한 황 윤 감독은 “야생동물들에게 생태통로는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생태계가 풍부한 지역을 고속도로로 관통하면서 생태통로 몇 개 설치하는 것은 온몸에 화상을 입은 환자에게 반창고 하나 붙여주는 꼴”이라고 인간 중심의 도로정책을 비판했다.
서울대 장승필 교수는 “건설은 한번 하면 100년을 가는 구조물이기 때문에 너무 서두를 필요 없이 후손들에게 맡기는 것도 필요하다”며 “우리나라처럼 좁은 나라에서 국도 4차선, 고속도로 8차선 식으로 갈 필요가 없다. 도로는 가능한 한 좁게, 인간과 생태계에 피해가 없도록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헌동 경실련 공공사업감시단장은 “연간 100조원에 이르는 과도한 SOC건설 뒤에는 반만년 국토를 30년 만에 다 망가뜨린 ‘개발 5적’이 있다”며 “3조짜리 민자고속도로 하나 놓으면 1조5천억이 남는 ‘건설거품’을 싹 걷어내야 대규모 개발로 인한 환경문제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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