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개혁과 먼 공천·선거운동으로 전근대성 노출
한나라, 수권대안세력 이미지 못 만들고 과거만 맴돌아
10.26 재선거는 경기 부천원미갑, 광주, 대구 동을, 울산 북구 등 수도권 2곳과 영남 2곳에서 치러졌다. 재적의원 299명 국회의원 가운데 1.3%를 충원하기 위해 치러진 재선거였지만, 여야 지도부는 물론 소속 의원까지 정기국회 일정까지 팽개친 채 대거 유세에 동원됐다. 과열된 선거 분위기는 투표일이 가까워지면서 각종 흑색선전과 불법, 타락 선거행태가 속출하면서 결국 구태를 답습했다.
◆반성 없는 재선거 = 10·26 재선거는 지난해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선거운동 당시 선거법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돼 당선무효형이 확정됨으로써 국회의원을 새로이 선출하기 위해 치러지는 선거다. 임기 중 사망 등 궐석이 생긴 경우에 치르는 보궐선거와는 귀책사유 측면에서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특히 해당 의원은 의원직 상실로 1차 책임을 지지만, 2차 책임이 있는 정당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반성은커녕 또다시 후보를 앞세워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나선다. 재선거를 치르는 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이같은 정당들의 후안무치한 태도는 유권자들로부터 적지 않은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19일 경기 부천 원미중앙시장에서 만난 시장 상인들은 “잘못을 저질러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됐으면, 선거 비용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재선거가 못마땅한 유권자들의 이같은 불만은 정치 외면으로 이어지고 투표율 하락으로 나타나기 일쑤다.
◆분권 강조하는 정권, 힘 강조하는 후보 = 입만 열만 ‘개혁’과 ‘분권’을 강조하던 여당은 이번 재선거에서 유난히 ‘힘’을 강조했다. 부천 원미갑에 출마한 이상수 후보는 화장장 건립 백지화를, 대구 동을에 출마한 이강철 후보는 공공기관 유치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표심잡기에 주력했다. 이처럼 각종 지역개발 공약 위주로 선거가 치러지다 보니, 정치권 안팎에서는 재선거가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라 ‘시장, 군수 선거’로 전락했다는 비아냥도 나왔다.
초선 의원 비율이 높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지지 유세에서 “초선 국회의원은 힘없다. 말석이나 지키고 있다”며 초선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고 쏟아내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또 지난 8·15에 사면복권된 이상수 후보가 10월 재선거에 출마한 것을 둘러싸고 ‘전근대적 정당의 틀을 못벗었다’는 당 안팎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정당개혁을 외치던 열린우리당에서 줄기차게 주장해오던 상향식 공천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다.
특히 부천 원미갑에서 만난 한 유권자는 “사면장 잉크도 마르기 전에 출마했다”며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기득권에 안주한 한나라당 = 네곳에서 치러진 10.26 재선거에서 두 곳에 원인을 제공한 한나라당은 이번 재선거를 ‘정권 심판의 장’으로 판을 키웠다.
특히 한나라당은 대구 동을 공천과정에 1차 공천후보자 공모를 마감하고 후보자 선정 작업을 벌이다 말고, 돌연 비례대표 의원이던 유승민 후보를 2차 공모의 모양새를 갖춰 공천했다. 대표 비서실장을 맡고 있던 유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재선거 출마는 곧 박 대표가 재선거에 ‘올인’ 했음을 의미했다.
재선거일이 박정희 전대통령 사망일과 같다는 점에서 대구 동을에서 ‘박정희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선거 전략을 사용한 것 역시 퇴행적이란 비판을 받았다. 제1야당이자 수권정당으로서 마땅히 보여줬어야 할 미래지향적 비전은 오간데 없고, 오로지 과거 기득권과 향수에 의존한 선거행태를 보였다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부천원미갑에 출마한 임해규 후보의 경우 참신성과 개혁성을 앞세울 수 있었음에도 정권심판론에 묻혀 선거운동에 애를 먹기도 했다.
◆멀기만 한 정책대결 =
재선거 초기 ‘해당 지역에서 알아서 선거를 치르면 된다’며 일정한 거리를 두던 당 지도부가 선거 막바지 연일 재선거 지역을 누비며 지지를 호소하고 나섬으로써 이율배반적이란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10.26 재선거는 과정과 방법이야 어떻든 선거 승리가 곧 ‘절대선’으로 여겨지는 정치권의 풍토에 여든 야든 여전히 빠져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책 대결과 선의의 경쟁의 장으로서의 선거는 여전히 요원한 셈이다.
구자홍 기자 j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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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수권대안세력 이미지 못 만들고 과거만 맴돌아
10.26 재선거는 경기 부천원미갑, 광주, 대구 동을, 울산 북구 등 수도권 2곳과 영남 2곳에서 치러졌다. 재적의원 299명 국회의원 가운데 1.3%를 충원하기 위해 치러진 재선거였지만, 여야 지도부는 물론 소속 의원까지 정기국회 일정까지 팽개친 채 대거 유세에 동원됐다. 과열된 선거 분위기는 투표일이 가까워지면서 각종 흑색선전과 불법, 타락 선거행태가 속출하면서 결국 구태를 답습했다.
◆반성 없는 재선거 = 10·26 재선거는 지난해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선거운동 당시 선거법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돼 당선무효형이 확정됨으로써 국회의원을 새로이 선출하기 위해 치러지는 선거다. 임기 중 사망 등 궐석이 생긴 경우에 치르는 보궐선거와는 귀책사유 측면에서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특히 해당 의원은 의원직 상실로 1차 책임을 지지만, 2차 책임이 있는 정당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반성은커녕 또다시 후보를 앞세워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나선다. 재선거를 치르는 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이같은 정당들의 후안무치한 태도는 유권자들로부터 적지 않은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19일 경기 부천 원미중앙시장에서 만난 시장 상인들은 “잘못을 저질러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됐으면, 선거 비용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재선거가 못마땅한 유권자들의 이같은 불만은 정치 외면으로 이어지고 투표율 하락으로 나타나기 일쑤다.
◆분권 강조하는 정권, 힘 강조하는 후보 = 입만 열만 ‘개혁’과 ‘분권’을 강조하던 여당은 이번 재선거에서 유난히 ‘힘’을 강조했다. 부천 원미갑에 출마한 이상수 후보는 화장장 건립 백지화를, 대구 동을에 출마한 이강철 후보는 공공기관 유치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표심잡기에 주력했다. 이처럼 각종 지역개발 공약 위주로 선거가 치러지다 보니, 정치권 안팎에서는 재선거가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라 ‘시장, 군수 선거’로 전락했다는 비아냥도 나왔다.
초선 의원 비율이 높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지지 유세에서 “초선 국회의원은 힘없다. 말석이나 지키고 있다”며 초선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고 쏟아내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또 지난 8·15에 사면복권된 이상수 후보가 10월 재선거에 출마한 것을 둘러싸고 ‘전근대적 정당의 틀을 못벗었다’는 당 안팎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정당개혁을 외치던 열린우리당에서 줄기차게 주장해오던 상향식 공천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다.
특히 부천 원미갑에서 만난 한 유권자는 “사면장 잉크도 마르기 전에 출마했다”며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기득권에 안주한 한나라당 = 네곳에서 치러진 10.26 재선거에서 두 곳에 원인을 제공한 한나라당은 이번 재선거를 ‘정권 심판의 장’으로 판을 키웠다.
특히 한나라당은 대구 동을 공천과정에 1차 공천후보자 공모를 마감하고 후보자 선정 작업을 벌이다 말고, 돌연 비례대표 의원이던 유승민 후보를 2차 공모의 모양새를 갖춰 공천했다. 대표 비서실장을 맡고 있던 유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재선거 출마는 곧 박 대표가 재선거에 ‘올인’ 했음을 의미했다.
재선거일이 박정희 전대통령 사망일과 같다는 점에서 대구 동을에서 ‘박정희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선거 전략을 사용한 것 역시 퇴행적이란 비판을 받았다. 제1야당이자 수권정당으로서 마땅히 보여줬어야 할 미래지향적 비전은 오간데 없고, 오로지 과거 기득권과 향수에 의존한 선거행태를 보였다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부천원미갑에 출마한 임해규 후보의 경우 참신성과 개혁성을 앞세울 수 있었음에도 정권심판론에 묻혀 선거운동에 애를 먹기도 했다.
◆멀기만 한 정책대결 =
재선거 초기 ‘해당 지역에서 알아서 선거를 치르면 된다’며 일정한 거리를 두던 당 지도부가 선거 막바지 연일 재선거 지역을 누비며 지지를 호소하고 나섬으로써 이율배반적이란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10.26 재선거는 과정과 방법이야 어떻든 선거 승리가 곧 ‘절대선’으로 여겨지는 정치권의 풍토에 여든 야든 여전히 빠져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책 대결과 선의의 경쟁의 장으로서의 선거는 여전히 요원한 셈이다.
구자홍 기자 j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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