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 (한남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60년대 이후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은 기적의 경제발전을 이룩한 공로자이기도 하고, 난개발로 인한 환경파괴의 주범이기도 한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경제개발이냐 환경보존이냐를 둘러싼 갈등은 우리 사회의 또 하나의 양극화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9년 동안 방폐장 부지선정을 둘러싸고 극심한 대립양상을 보여 온 정부와 환경단체의 논리의 바탕에도 어김없이 개발논리와 환경논리의 대립이 있음을 본다. 어느 사회 어느 시대에나 갈등은 존재하기 마련이므로 갈등의 존재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갈등을 평화적으로 합리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시스템의 존재이다.
다행히 정부는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올해 3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유치지역지원 특별법을 제정하였고, 동 법에 국책사업 최초로 주민투표제를 도입하여 주민참여를 보장하였으며 유치지역에 대해 많은 지원을 하도록 법률적으로 보장하기에 이르렀다. 그 동안의 권위주의적 해결방법이나 밀어부치기식의 정책수행이 아니고, 갈등의 존재를 합리적으로 해소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자세임에 틀림없다.
그 결과 부안 때와는 달리 이제는 4개의 지자체(경주, 포항, 영덕, 군산)가 서로 방폐장을 유치하기 위하여 현재 진행되는 주민투표에서 지자체간 과열경쟁까지 벌이고 있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모처럼 마련된 갈등해결시스템을 제대로 시험도 해보지 못하고 시스템 자체가 무력화되고 말 것 같은 조짐이 있어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난 10월 8일 각 지역의 부재자투표 신고접수 마감결과 부재자 신고율이 과거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나온 것을 둘러싸고 그 공정성 시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정부가 지역간 경쟁을 부추겼고, 관권, 금권을 동원하여 부재자신고율을 높였으므로 주민투표 자체를 원천무효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부재자 신고비율이 높은 것이 부재자신고요건이 완화되었기 때문인지, 또는 지역주민들의 방폐장 부지선정에 대한 높은 관심과 참여의지가 반영된 것인지, 아니면 불법적인 요소의 개입으로 인한 것인지는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만약 불법적인 요소의 개입이나 투표운동이 있었다면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정하게 관리하여 관련자 처벌, 시정 조치 등의 행위를 하여야 할 것이다.
19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절차가 마련되어 진행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그 시스템 자체의 중단 내지는 무력화를 가져올 수 있는 판단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할 것이다.
민주적 절차 속에서도 문제는 발생할 수 있는 것이고, 그 문제 또한 민주적 절차 속에서 해결되고 개선발전되어야 하는 사회적 제도이다.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시스템 자체의 가동을 부정하는 것은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모쪼록 우리 모두 11월 2일 실시되는 주민투표 과정을 엄정히 감시하고 그 결과를 존중함으로써, 국책사업 등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민주주의적 해결시스템에 의하여 해결되는 좋은 선례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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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이후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은 기적의 경제발전을 이룩한 공로자이기도 하고, 난개발로 인한 환경파괴의 주범이기도 한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경제개발이냐 환경보존이냐를 둘러싼 갈등은 우리 사회의 또 하나의 양극화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9년 동안 방폐장 부지선정을 둘러싸고 극심한 대립양상을 보여 온 정부와 환경단체의 논리의 바탕에도 어김없이 개발논리와 환경논리의 대립이 있음을 본다. 어느 사회 어느 시대에나 갈등은 존재하기 마련이므로 갈등의 존재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갈등을 평화적으로 합리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시스템의 존재이다.
다행히 정부는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올해 3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유치지역지원 특별법을 제정하였고, 동 법에 국책사업 최초로 주민투표제를 도입하여 주민참여를 보장하였으며 유치지역에 대해 많은 지원을 하도록 법률적으로 보장하기에 이르렀다. 그 동안의 권위주의적 해결방법이나 밀어부치기식의 정책수행이 아니고, 갈등의 존재를 합리적으로 해소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자세임에 틀림없다.
그 결과 부안 때와는 달리 이제는 4개의 지자체(경주, 포항, 영덕, 군산)가 서로 방폐장을 유치하기 위하여 현재 진행되는 주민투표에서 지자체간 과열경쟁까지 벌이고 있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모처럼 마련된 갈등해결시스템을 제대로 시험도 해보지 못하고 시스템 자체가 무력화되고 말 것 같은 조짐이 있어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난 10월 8일 각 지역의 부재자투표 신고접수 마감결과 부재자 신고율이 과거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나온 것을 둘러싸고 그 공정성 시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정부가 지역간 경쟁을 부추겼고, 관권, 금권을 동원하여 부재자신고율을 높였으므로 주민투표 자체를 원천무효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부재자 신고비율이 높은 것이 부재자신고요건이 완화되었기 때문인지, 또는 지역주민들의 방폐장 부지선정에 대한 높은 관심과 참여의지가 반영된 것인지, 아니면 불법적인 요소의 개입으로 인한 것인지는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만약 불법적인 요소의 개입이나 투표운동이 있었다면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정하게 관리하여 관련자 처벌, 시정 조치 등의 행위를 하여야 할 것이다.
19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절차가 마련되어 진행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그 시스템 자체의 중단 내지는 무력화를 가져올 수 있는 판단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할 것이다.
민주적 절차 속에서도 문제는 발생할 수 있는 것이고, 그 문제 또한 민주적 절차 속에서 해결되고 개선발전되어야 하는 사회적 제도이다.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시스템 자체의 가동을 부정하는 것은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모쪼록 우리 모두 11월 2일 실시되는 주민투표 과정을 엄정히 감시하고 그 결과를 존중함으로써, 국책사업 등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민주주의적 해결시스템에 의하여 해결되는 좋은 선례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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