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 시인의 꽁트칼럼(18)

웃는 얼굴, 침 뱉아요.

지역내일 2001-01-31
웃음 속에 칼 있다는 속담 있지요?
겉으로는 웃는 채 하지만 속으로는 칼을 간다는 말이지요. 속으로 언제든지 해칠 마음을 갖고 있다는 뜻이니 정말 무서운 말이랍니다. 웃음을 빙자해 마음 속 깊은 곳에 칼을 숨기는 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만행이 아닌가 합니다. 오직 인간만이 웃을 수 있다는 이 오만한 말씀이 징그럽기까지 합니다.
얼마 전에 치 떨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상하게 꼭 좋지 않은 일은 한꺼번에 들이닥치잖아요. 재수 없는 일은 꼭 줄줄이 사탕처럼 연거푸 달려드는 거 다 아시지요? 그날은 정말 이상한 날이었어요. 길 건너편에서 교통순경이 있는 걸 멀쩡히 보고도 뭐에 이끌리듯 그만 U턴 금지 구역에서 U턴을 했어요. 꼼짝없이 범칙금 용지에 사인을 할 때만 해도 이 날의 악운을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그 다음 코스는 더 기가 막힙니다. 판촉물로 태극선 부채를 납품하기로 했습니다. 계약을 할 당시만 해도 4월말까지는 죽었다 깨나도 10만개를 납품해야한다고 안달을 떨던 위인이 약속장소엔 나오지도 않고 전화상으로 갑자기 없었던 일로 하자는 군요. 무리하게 금액을 후려치면서도 전통을 살리고 싶네, 애국하네, 어쩌네 하더니 말입니다.
분통을 삭히며 일어서려다가 그만 탁자를 잘못 건드려 물세례를 받았답니다. 밖에는 칼바람이 불더군요. 분해서 덜덜 떨리는 건지, 추워서 덜덜 떨리는 건지 정말 울고 싶었습니다. 이쯤해서 끝났으면 줄줄이 사탕이라는 표현을 안 했을 겁니다. 밖에 나오니 내 차가 보이지 않는 겁니다.
그 사이 차를 견인했나봅니다. 지갑을 택시에 두고 내려서 막상 견인 장소에 가서는 차를 가져오지도 못하고 말았습니다. 아내가 잊지 말고 꼭 내달라는 공과금도 잊고 하루종일 운수불통을 경험하고 나니 며칠동안 기분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더 분통이 터지는 일은 그 뒤였습니다.
오랜만에 동창을 만나 그 날의 이야기를 하니 낄낄낄 웃는 것입니다. 그냥 낄낄거리고 웃었다면 사나이가 그럴 수도 있다고 호탕하게 넘겼을 겁니다. 그런데 내가 딱지를 떼였다는 이야기를 할 때부터 실실 웃는 연습을 하더니 납품건이 취소 됐다는 대목에서는 아예 신이 나서 배를 잡고 웃더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웃을 일이 아닌데 말입니다.
그 다음 이야기는 해봐야 뻔한 그림이지요. 그런데도 미련한 내가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인 친구 앞에서 행복 곱빼기를 선사하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쓸데없이 계속 지껄여댔습니다. 차가 견인을 당했다고 하자 아예 눈물까지 글썽이며 웃더라구요. 이게 웃기는 이야긴 줄 몰랐어요.
나중에는 자기 무릎을 치며 얼마나 좋아하는지 꼭 미친 놈 같았습니다. 아마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는 속담을 신봉하는 교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가 아니라, 웃는 얼굴에 가래침 뱉으라는 속담은 없나 싶었습니다.

지은이 소개 : 강아지를 잊어 버려 두 시간 가까이 찾아 헤매며, 세상사 온갖 반성을 다했습니다. 반성을 너무 많이 해선지, 아니면 인연이 아직 남아선지 1년 7개월인 장군이를 만났습니다. 슈나우져 장군이는 사실 머리가 커서 애교 넘치는 <대갈장군>이지만 교만하고 왕꼴값인 애견인을 만나면 때때로 리노로 부릅니다. 리노는 <대가리노>의 애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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