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신화 제조하는 증권가 ‘앙팡테리블’

회사돈 투자해 반년간 41% 수익률, 262억 차익

지역내일 2005-11-23
오르면 사고, 내리면 파는 ‘시장순응전략’ 고수
전문가의견 청취·기업탐방, 발품팔아 정보수집
퇴근길 소주한잔, 가족같은 팀워크 밑바탕
증권사에는 고객 돈이 아닌 회사돈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직원들이 있다. 회사돈을 직접 주식이나 선물옵션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것. 증권사의 강점을 십분 활용하자는 취지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증권사가 직접 투자를 하면, 항상 대박을 터트릴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심지어 손실을 보기도 한다. 시장을 너무 잘 알아 욕심을 내거나, 때론 회사돈이라는 특성상 지나치게 안전위주로 투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년째 회사에 대박을 안기면서 시장에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선수들’이 있다. 1인당 매년 수십억원씩의 수익을 회사에 남겨주는 그들을 만나 투자 비결을 들어봤다.
대신증권 상품운용팀. 팀장을 포함 고작 8명(운용역 7명, 업무직 1명)이 전부인 이들이 2005회계연도(4월∼9월) 6개월 동안 벌어들인 돈만 무려 262억원. 대부분 30대 초중반인 운용역 1인당 매달 6억원이 넘는 수익을 회사에 안겨준 셈이다. 평균 수익률은 무려 41.5%. 코스피지수가 이 기간동안 26.4% 오른 것에 비하면 이들은 시장 평균보다 15.1%를 웃돌았다.
이들의 성적은 올해에만 반짝한 것이 아니다. 2004회계연도에도 36.5%란 높은 수익률을 냈다. 코스피지수가 9.7% 상승한 것에 비하면 기록적인 승률이다. 대신증권 상품운용팀이 처음부터 대박 제조기로 자리잡은 것은 아니다. 이전에는 시장수익률을 약간 웃돌거나 심지어 더 손실을 보기도했다. 하지만 지난 2003년 4월, 이형철 팀장이 부임하면서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팀장은 소위 잘나가던 영업맨 출신. 최연소 지점장 기록을 세우면서 압구정동 대치동 등 지점장을 거칠때는 고객들의 돈을 몰고 다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때 모 증권사와 투자자문 창설멤버로 활약하기도했던 그가 운용전선에 서게 된 것은 어쩌면 하늘이 현장에서 갈고닦은 그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기회를 준 것인지도 모른다.
예상치않게 다가온 기회를 100% 활용하면서 기록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그에게 투자 비결을 묻자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시장에 순응하라는 것. 대신증권 상품운용팀 사전에 물타기란 없다고 한다.
“팀원들이 일단 어떤 종목을 사기로 결정한 뒤 계획 매수량의 3분의 1을 샀다가 주가가 오르면 계속 매수하지만, 주가가 주춤하면 매수를 멈춥니다. 아니라고 판단되면 과감히 손털고 나옵니다. 오르는걸보고 더 사고, 내리는걸 보고 파는, 시장흐름에 몸은 맡기는 전략입니다.” 자신들이 최고 전문가라고해서 시장을 거스르고, 고집을 부려서는 궁극적인 승리를 얻기 어렵다는 얘기다.
투자종목 선택은 어떻게 하는지 물어봤다. 비결이 있을 듯 싶었다. “증권사 운용팀이라고해서 특별한 정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팀원들이 부지런히 뛰어서 정보를 모으고 공부를 하죠. 매일 아침 해외시장과 팀원들이 가진 정보를 취합하는 전략회의를 합니다. 수시로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로부터 시황과 종목에 대한 의견을 듣습니다. 팀원들은 시간이 날때마다 직접 기업을 방문해 흐름을 파악하기도 합니다. 이런 정보들이 모여 최종적으로 우리 팀이 투자할 종목을 선정합니다.”
좀 싱거운 답변이다. 비결을 더 캐물었다. “굳이 고수익 원인을 찾자면 주도업종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전술도 꼽을 수 있을겁니다. 우리는 항상 시장주도주가 무엇인지 찾으려고 애씁니다.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면 주저없이 집중매매를 합니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아니다싶으면 과감히 빠져나옵니다.”
이밖에 이 팀장은 △수급으로 가격을 끌어올리는 중소형주 투자배제 △업종을 선택하면 업종내 최고종목에 집중투자 △중기(4∼6개월 단위)투자 원칙을 갖고 잦은 매매 배제 등 나름의 투자원칙을 조심스레 밝혔다.
상품운용팀이 걸어온 실전을 복기해보기로했다. “지난해말, 이듬해 증시를 분석하면서 우리는 여러가지 정황상 자산배분에 새로운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수혜주이자 주도주는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주라고 봤죠. 원칙대로 집중매매를 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습관상 포트폴리오에 집어넣는 IT는 외면했습니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금융주에서 대박이 터졌습니다.” 상품운용팀은 올해 중반 이후엔 금융주에 자동차주를 포함시켜 포트폴리오를 짰다. 역시 성공작. 최근엔 IT주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내내 침묵했던 IT주가 내년초엔 부활할 것이라는 기대다.
일부 증권사는 회사돈을 운용하면서 직원별로 자산을 나눠준 뒤 수익률 경쟁을 시키는 방식을 쓰기도한다. 경쟁심을 유발해 최대수익을 내자는 취지다. 하지만 대신증권 상품운용팀은 철저히 팀제로 운영된다. 이 팀장은 제대로된 팀워크가 개인간 경쟁심을 유발하는 방식보다 우월하다고 자신했다.
“우리는 회사가 맡긴 1500억원(회사가 투자를 허용한 한도액)을 하나의 펀드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펀드가 한쪽에선 삼성전자를 사고, 한쪽에선 팔아선 안되지요. 팀원들이 역할을 분담해서 정보를 모으고, 이를 가감없이 공유하고 토론하면서 가장 현명한 결론을 도출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과정에서 내 의견보다는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려고 노력하지요. 개인의 개성과 실력보다는 이것들이 모여진 팀워크가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봅니다.”
이번엔 팀원들에게 팀 분위기를 물어봤다. 조계충 과장은 팀장의 1등주의론을 끄집어냈다. “팀장은 2등에 될바엔 차라리 꼴등이 되자고 합니다. 시장을 대충 따라가는 식의 패시브(수동)한 운용보다는 액티브(능동적인)한 면을 중요시합니다.”
팀장이 보충 설명을 했다. “회사 고유계정은 신탁계정처럼 시장평균수익률에 안주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시장이 10% 빠질때 5%만 빠지면 성공이라는 생각은 금물입니다. 시장상황이 안좋다고 판단되면 적당히 대형주에 묻어두는게 아니라 잔고가 전혀 없을 때까지 전부 팔아치우는 과감함도 필요합니다. 회사돈을 내 돈처럼 굴려야 한다는 얘깁니다. 시장에 집중해서 최선을 다해야합니다.”
개인투자자에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유심히 잘봐두었다가 투자에 활용하면 유용할겁니다. 예를 들어 백화점을 갔는데, 북적거린다면 어떤 종목이 수혜를 입을지 계산해보는거죠. 너무 단기적으로 보거나 매매에서 이기려고 욕심을 내서는 안됩니다. 때론 과감한 매도전략도 필요합니다. ”
회사돈 1500억원을 굴리는 중압감도 만만찮을 것 같다. 자칫하면 수백명의 동료들이 애써 벌어들인 돈을 한순간에 날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가족같은 팀 분위기를 강조했다. “장이 끝나고 평가회의까지 마치면 대개 팀원들이 함께 소주한잔을 나누고 노래 한자락 같이하면서 쌓인 감정과 스트레스를 풀곤합니다. 서로에게 맺힌게 있으면 팀웍이 발휘되지 않고, 부담감은 욕심만 앞서게하죠. 상품운용팀은 친구처럼 가족처럼 지내려고 노력합니다. ”
인터뷰를 마친 뒤 그날 저녁, 기자는 다른 약속 때문에 여의도의 어느 허름한 곱창구이집을 찾았다. 약속이나한듯 이 팀장과 7명은 술집 한쪽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었고, 기자에게 반갑게 잔을 건넸다. 그들은 얼핏보면 십수년전 대학가 선술집을 전세냈던 대학 동아리 분위기였지만, 이미 증권가를 주름잡는 ‘앙팡테리블(무서운 아이들)’로 떠오르고 있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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