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과 중국산 사이에서 서민경제 골병

서울 청담동 ‘명품매장 의류’ 수백만원대 호가

지역내일 2005-11-15
생산·유통·소비 세계화 … 중저가업체 휘청
자본과 제품이 국경을 넘나드는 세계화로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한 명품매장과 재래시장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유럽 등지에서 들어온 소위 ‘명품’은 없어서 못 파는 경우도 생기고 있지만 재래시장은 값싼 중국산이 점령하면서 서민경제의 주름을 늘이고 있다.
13일 남대문시장, 대기업에 다니다 IMF로 실직한 뒤 6평짜리 침구류 가게를 운영하는 정 모(42)씨는 싸늘해진 날씨에 난방대신 두툼한 점퍼를 입고 있지만 손님은 많지 않다.
월급을 받던 시절보다 수입은 절반으로 줄었다. 그나마 초등학생 자녀 2명을 학원에 보낼 수 있는 것도 아내가 학습지 교사로 나선 덕분이다.
정씨와 이웃한 임 모(76)씨의 속옷가게는 세 아들과 함께 24시간 문을 열어놓고 있지만 수입은 빠듯하기만 하다.
“5∼6년 전만해도 먹고 살만 했지만 경기도 안 좋아지고 값싼 중국산 제품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매출이 70% 가량 줄어들었습니다.”
한숨 섞인 목소리와 함께 임씨는 건너편의 중국산 속옷가게를 가리켰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아동복 생산과 유통의 중심지였던 남대문시장은 쇠락의 기운이 완연했다.
반면 명품매장 사정은 전혀 다르다. 명동 입구 ㅅ백화점 아동복 매장에서 팔리는 명품 트렌치코트 평균가격은 90만원대. 서민들이 입는 웬만한 성인의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매장에서 일하는 한 모(29)씨는 “90만원대가 일반적으로 많이 나가는 제품이고 그 이상도 잘 나간다”며 “특히 가을이 되면 인기 있는 상품들은 일찍 품절이 돼 제품을 찾는 고객들에게 미안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강남구 청담동의 ‘명품 매장’에서 팔리는 의류 가격은 이보다 더 높다. 웬만한 여성의류 자켓이 평균 150만원대. 조금 비싸다 싶으면 200만∼250만원을 휠씬 뛰어넘는다.
널찍한 통로에 시원시원한 인테리어를 해 논 명품매장에는 손님도 그리 많지 않다. 어깨를 부딪쳐 가며 쇼핑하는 것을 싫어하는 상류층 사람들의 취향을 반영한 구조다.
세계화로 자본과 노동력이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소비재 시장도 양극화되고 있다.
중저가 생산기지는 중국과 동남아로 이동해 노동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반면 고가브랜드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수입되거나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는 부담을 추가로 떠안아야하는 상황에 몰리면서 국내 중소기업을 도산으로 이끌었다.
더구나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이미지가 소비되기 시작하면서 ‘명품’을 소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골까지 생겼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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