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사회적 자본’을 만들자

지역내일 2005-12-02
‘사회적 자본’을 만들자
심 재 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복지, 안전, 환경 부문 등에 관한 2005년 사회통계 조사결과에는 눈길을 끄는 내용이 담겨있다. 전국 3만3000 표본가구의 만 15세 이상 가구원을 상대로 조사하여 집계한 이 자료에는 ‘자기 자신이 평소에 법을 지키는 정도’에 대해서는 64%가 지킨다고 응답한 반면, 다른 사람이 평소에 법을 어느 정도 지킨다고 생각하는 지에 대해서는 28%만이 지킨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분의 2에 가까운 사람이 법을 지킨다고 응답한다면 이론적으로는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비율로 법을 지킨다고 응답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와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가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처럼 자기 자신에 대하여 긍정적이고 다른 사람에 대하여 부정적인 서로 상반된 인식의 밑바닥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의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한 가지 조사이긴 하지만 이 결과가 우리 사회의 단면에 대하여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너나 잘 하세요’라는 세태를 반증하는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나는 잘 하는 데 다른 사람들 때문에 그렇다는 의미에 낮추어 말하는 표현과 높임말의 문구가 교묘하게 섞여 있는 이 말의 표현에는 나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 거리를 두는 차가운 냉소주의와 자기 자신의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자기중심적인 이기주의가 배어 있는 듯 하다. 비단 이 말 뿐인가.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지?’, ‘그건 내 일이 아니야’, ‘누군가 알아서 하겠지’, ‘먹고 살기도 바쁜데’, ‘정부는 뭐하나’. 여기저기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우리 스스로도 적어도 한 번쯤은 해본 이야기일 것이다.

사회적 신뢰, 경제발전에 도움
최근 들어 국내외의 많은 사회과학자들은 사회적 신뢰,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 자발적 협동, 신용과 정직과 같은 덕목을 비단 개인의 인격이나 성향만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가진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으로 간주한다. 사회적 자본은 유형의 재화로 표시되는 ‘물리적 자본(physical capital)’이나 교육수준이나 지적 능력으로 표현되는 ‘인적 자본(human capital)’에 못지않게 한 사회의 건전한 성숙과 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사회적 자본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신뢰(trust)가 사회 전반에 형성된 사회와 그렇지 못한 사회를 비교하여 신뢰가 형성된 사회의 경제적 발전이 훨씬 두드러진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자본은 민주주의의 성숙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민과 시민 사이, 시민과 정부, 그리고 시민과 기업간에 사회적 신뢰의 기반이 형성되어 있지 않을 경우 형식적, 제도적 민주주의의 틀 안에서 서로 대립하는 이해집단들이 자기 몫을 최대한 챙기려는 사회적 갈등행위가 늘어나고 공공적인 문제의 책임에 대한 각자의 부담을 회피하려는 무임승차행위가 더 빈번해지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50여년간 우리나라는 물리적 자본과 인적 자본을 최대한 구축하는 데 온힘을 쏟은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2005년에는 연간 무역거래액이 5000억 달러를 넘어서 세계 11위권의 주요 무역국가로 성장하였고, 한국인들의 교육열은 전 세계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사회적 신뢰, 자발적 참여와 협동,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과 같은 사회적 자본은 아직 높은 수준은 아니다.

물리적 인적자본 축적에 온 힘
오는 12월 3일은 1997년 국제금융위기의 소용돌이에서 우리나라가 IMF와 협약을 체결하여 5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고 우리의 경제주권의 일부를 일시적이나마 양도해야만 했던 뼈아픈 역사가 담긴 날이다. 1997년의 외환위기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입장이 있지만 정치, 경제, 사회 등 우리나라 전반의 투명성과 우리 사회내부의 사회적 신뢰의 기반이 그만큼 상대적으로 취약했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본다. IMF 외환위기가 8년이나 지난 지금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2000억 달러를 넘지만 우리 사회가 그 동안 축적한 사회적 자본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지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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