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경제 문화 정서 중심에서 경제만 강조 … 아버지 위기는 가족 위에서 출발
문패: 우리시대 아버지의 위치는
제목: ‘돈 버는 기계’ 전락한 아버지는 시대 자화상
지역내일
2005-12-02
외환위기 직후인 99년 아내와 두 자녀를 미국으로 보내고 혼자서 직장을 다니던 50대 ‘기러기 아빠’ 구 모(52)씨가 지난 10월 죽은 지 5일 만에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그는 지난 6년간 수입의 대부분을 유학비로 보낸 반면 자신은 월세 40만원의 10평 남짓한 원룸에서 생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연세대 연세리더십센터는 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2일까지 ‘한국의 아버지를 만나다’라는 주제의 행사를 마련했다. ‘돈버는 기계’로 전락은 우리 사회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돌아보고 새로운 아버지 상을 정립하자는 논의였다.
◆경쟁에 억눌리고 가정에서는 ‘왕따’ = 건설회사 현장소장인 김선웅(49·가명)씨는 대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딸 2명의 자식을 두고 있다. 새벽 5시30분이면 일산의 집에서 나와 현장으로 출근 저녁 11시가 돼서야 집으로 들어간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부터 해외 건설현장을 나간 이후 집에서 보낸 시간은 15년 동안 6년이 채 안 된다. 대학 1학년인 아들에게 어쩌다 목욕탕이라도 함께 가자고 하면 영 불편해 하는 눈치다.
김씨는 “모처럼 휴일에 집에 있노라면 자식들과 아내는 ‘친구를 만난다’, ‘모임이 있다’며 집을 비워 혼자 있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명퇴를 당하진 않았지만 직장에서의 위치도 불안하다. 입사 동기 중에 남아있는 사람은 열 손가락에도 못 미친다. 그 중 벌써 2명이 임원이 됐고 2명은 올 인사에서 진급예정에 있다.
‘경쟁에 지친 아버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더구나 가정에서도 김씨는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가족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까지 들 정도다.
◆아버지는 가족 속의 섬 = 연세대학교 유럽사회문화연구소 이경희 선임연구원은 현대의 아버지 모습에 대해 “아버지는 가족 속에서 섬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가 빠르게 변하면서 경제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정서적, 윤리적, 문화적 중심이었던 아버지의 역할이 경제로만 좁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가족안에서 아버지의 역할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통적이고 유교적인 가치관을 고집하는 아버지가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
부천YMCA 아버지교실 이돈화 회장은 “예전의 아버지는 가부장적이며 제왕적인 모습이었다”며 “현재의 흔들리는 아버지 모습은 변화를 수용하지 못해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연세대학교 법학과 3학년 한성우씨는 “우리 원하는 부모의 모습은 ‘퓨전’”이라며 “어머니는 아버지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아버지는 어머니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아버지들의 모습을 지적했다.
◆결국 대화가 답이다 = 전문가들은 가족에서 아버지의 역할이 좁아졌다는 점을 인정하고 쉬운 곳에서 답을 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돈화 회장은 “아버지는 슈퍼맨이 아니다”며 “힘들 때는 힘들다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위를 내세우기 보다는 가족들에게 먼저 다가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연세대 국문과 4학년 최빛나씨는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갔을 때 문자메세지로 시작해 이-메일을 보내고 나중에는 아빠에게 ‘사랑한다’는 말까지 하게 됐다”며 “현재 사회에 맞는 의사소통의 방식을 찾아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경희 연구원은 “가족은 사회의 최소 단위로 아버지의 위기는 가족의 위기이자 사회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며 “개인의 문제로 국한시키지 말고 사회적인 차원에서 아버지의 위기를 심도 깊게 진단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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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6년간 수입의 대부분을 유학비로 보낸 반면 자신은 월세 40만원의 10평 남짓한 원룸에서 생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연세대 연세리더십센터는 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2일까지 ‘한국의 아버지를 만나다’라는 주제의 행사를 마련했다. ‘돈버는 기계’로 전락은 우리 사회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돌아보고 새로운 아버지 상을 정립하자는 논의였다.
◆경쟁에 억눌리고 가정에서는 ‘왕따’ = 건설회사 현장소장인 김선웅(49·가명)씨는 대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딸 2명의 자식을 두고 있다. 새벽 5시30분이면 일산의 집에서 나와 현장으로 출근 저녁 11시가 돼서야 집으로 들어간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부터 해외 건설현장을 나간 이후 집에서 보낸 시간은 15년 동안 6년이 채 안 된다. 대학 1학년인 아들에게 어쩌다 목욕탕이라도 함께 가자고 하면 영 불편해 하는 눈치다.
김씨는 “모처럼 휴일에 집에 있노라면 자식들과 아내는 ‘친구를 만난다’, ‘모임이 있다’며 집을 비워 혼자 있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명퇴를 당하진 않았지만 직장에서의 위치도 불안하다. 입사 동기 중에 남아있는 사람은 열 손가락에도 못 미친다. 그 중 벌써 2명이 임원이 됐고 2명은 올 인사에서 진급예정에 있다.
‘경쟁에 지친 아버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더구나 가정에서도 김씨는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가족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까지 들 정도다.
◆아버지는 가족 속의 섬 = 연세대학교 유럽사회문화연구소 이경희 선임연구원은 현대의 아버지 모습에 대해 “아버지는 가족 속에서 섬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가 빠르게 변하면서 경제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정서적, 윤리적, 문화적 중심이었던 아버지의 역할이 경제로만 좁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가족안에서 아버지의 역할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통적이고 유교적인 가치관을 고집하는 아버지가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
부천YMCA 아버지교실 이돈화 회장은 “예전의 아버지는 가부장적이며 제왕적인 모습이었다”며 “현재의 흔들리는 아버지 모습은 변화를 수용하지 못해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연세대학교 법학과 3학년 한성우씨는 “우리 원하는 부모의 모습은 ‘퓨전’”이라며 “어머니는 아버지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아버지는 어머니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아버지들의 모습을 지적했다.
◆결국 대화가 답이다 = 전문가들은 가족에서 아버지의 역할이 좁아졌다는 점을 인정하고 쉬운 곳에서 답을 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돈화 회장은 “아버지는 슈퍼맨이 아니다”며 “힘들 때는 힘들다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위를 내세우기 보다는 가족들에게 먼저 다가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연세대 국문과 4학년 최빛나씨는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갔을 때 문자메세지로 시작해 이-메일을 보내고 나중에는 아빠에게 ‘사랑한다’는 말까지 하게 됐다”며 “현재 사회에 맞는 의사소통의 방식을 찾아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경희 연구원은 “가족은 사회의 최소 단위로 아버지의 위기는 가족의 위기이자 사회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며 “개인의 문제로 국한시키지 말고 사회적인 차원에서 아버지의 위기를 심도 깊게 진단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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