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할 수 없는 법관은 떠나라”
청빈하고 강직한 법관의 사표였든 가인(街人) 김병로(金炳魯) 초대 대법원장. 집무할 때도 두루마기를 입고 횐 고무신을 신었든 그는 ‘청빈법관’의 상징이며 이 나라 사법부의 기틀을 다진 법조계의 큰 스승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법관이 돈을 먹으면 나라가 위태롭다”면서 “세상 사람이 다 부정에 빠진다 해도 법관만큼은 정의를 끝까지 사수해야한다”고 역설했다고 한다.
1954년 당시 서울 지방법원장이 변호사로부터 사건청탁을 둘러싸고 뇌물을 받은 독직 사건으로 구속되자 이렇게 말했다. “법관으로 청렴한 본분을 지킬 수 없다고 생각되면 사법부를 떠나야한다”
이때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 ‘청빈 법관’을 찾아보기 어렵다. 법조 3륜 인 판사 검사 변호사가 사건청탁을 놓고 서로 봐주는 ‘전관예우’와 ‘먹이사슬’은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법복을 벗고 변호사 개업을 해 1년 안에 몇 십 억을 벌지 못하면 무능력자로 여겨진다는 말까지 나돈다.
‘고무신 대법원장’과 ‘꼴지 판사’
지난해 8월, 6년 임기를 끝내고 법복을 벗은 조무제 전 대법관은 이 시대의 ‘청빈 법관’으로 아무런 손색이 없다. 그는 ‘꼴지 판사’라는 별명으로 후배법관들의 아낌없는 존경을 받았다. 1998년 부산지방법원장에서 새 대법관으로 임명되었던 당시 재산공개 때 106명의 고위 법관 중 꼴지를 차지했다. 그가 신고한 재산은 25평짜리 서민 아파트 한 채와 부인 이름으로 예금된 1천만 원이 고작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더욱 청렴한 법조인으로 평가되는 것은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마다하고 모교인 부산 동아 대 법대에서 석좌교수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는 점이다. ‘전관예우’로 거금을 손에 쥘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리고 ‘청빈의 길’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새 사법수뇌부인 이용훈 대법원장을 비롯해 지난달 임명된 박시환 대법관의 재산이 수십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나 세인을 놀라게 하고 있다. 거액의 재산을 주로 법복을 벗은 후 변호사 개업으로 모은 것으로 국회인사 청문회과정에서 ‘전관예우’ 논란을 빚기도 했다.
더구나 재야 변호사로 현 정권과 코드가 맞아 발탁된 박 대법관은 2003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22개월 동안 변호사 수임료로 19억 5800만원을 벌었다고 한다. 인사 청문회에서 공개된 박 대법관의 변호사 시절 수임사건은 288건이나 된다. 한달 평균 13건 꼴이며 건당 수임 료는 680만원 정도이니 한달 평균 8900만원을 번 셈이다.
더구나 지난해에는 형사 사건 1건에 5000만원을 받은 놀라운 기록도 세웠다. 통상 부장판사로 퇴직한 변호사의 경우 건당 평균수임료는 200만원 안팎이다. 수임건수도 많아야 한 달 평균 10건을 넘기 어렵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전관예우 시비가 나올 만 하지 않은가.
이용훈 대법원장도 대법관 퇴임 후 5년간 60억 원의 수임료를 받아 ‘부자 법관’이 되었다고 한다. 수임사건의 70%가 대법원 사건 이였던 것으로 드러나 인사 청문회에서 논란이 없지 않았다. 물론 법관이 퇴임 후 변호사로 개업해 정상적인 절차로 사건을 맡아 적절한 수임료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전관예우’ 없애야 비리 막는다
그런데 문제는 전관예우다. 전직 판검사가 변호사를 개업하면 일정기간 법원이나 검찰에서 여러 가지 보살펴 주는 전관예우는 판검사의 비공인 퇴직금으로까지 불리는 법조계의 뿌리 깊은 병폐며 대표적인 먹이사슬이다. 1900년대 말의 ‘의정부 법조비리’와 ‘대전 법조비리’ 그리고 최근 거물브로커가 낀 법조 비리 사건도 ‘전관예우’와 무관치 않다.
해묵은 먹이사슬인 전관예우를 없애야 법조비리를 막을 수 있다. 1998년과 2004년 두 차례 대한변협과 국회에서 전관예우를 규제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결국 통과되지 않았다. 법조계의 ‘밥그릇 지키기’ 때문이다
최근 법조계 고질병인 전관예우를 막기 위해 최소한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 개업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법부가 대법원장의 퇴임 후 영리활동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사법개혁은 거창한 구호보다 전관예우와 같은 기득권을 포기하는 결단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만 법조비리를 막을 수 있고 사법부대한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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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빈하고 강직한 법관의 사표였든 가인(街人) 김병로(金炳魯) 초대 대법원장. 집무할 때도 두루마기를 입고 횐 고무신을 신었든 그는 ‘청빈법관’의 상징이며 이 나라 사법부의 기틀을 다진 법조계의 큰 스승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법관이 돈을 먹으면 나라가 위태롭다”면서 “세상 사람이 다 부정에 빠진다 해도 법관만큼은 정의를 끝까지 사수해야한다”고 역설했다고 한다.
1954년 당시 서울 지방법원장이 변호사로부터 사건청탁을 둘러싸고 뇌물을 받은 독직 사건으로 구속되자 이렇게 말했다. “법관으로 청렴한 본분을 지킬 수 없다고 생각되면 사법부를 떠나야한다”
이때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 ‘청빈 법관’을 찾아보기 어렵다. 법조 3륜 인 판사 검사 변호사가 사건청탁을 놓고 서로 봐주는 ‘전관예우’와 ‘먹이사슬’은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법복을 벗고 변호사 개업을 해 1년 안에 몇 십 억을 벌지 못하면 무능력자로 여겨진다는 말까지 나돈다.
‘고무신 대법원장’과 ‘꼴지 판사’
지난해 8월, 6년 임기를 끝내고 법복을 벗은 조무제 전 대법관은 이 시대의 ‘청빈 법관’으로 아무런 손색이 없다. 그는 ‘꼴지 판사’라는 별명으로 후배법관들의 아낌없는 존경을 받았다. 1998년 부산지방법원장에서 새 대법관으로 임명되었던 당시 재산공개 때 106명의 고위 법관 중 꼴지를 차지했다. 그가 신고한 재산은 25평짜리 서민 아파트 한 채와 부인 이름으로 예금된 1천만 원이 고작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더욱 청렴한 법조인으로 평가되는 것은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마다하고 모교인 부산 동아 대 법대에서 석좌교수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는 점이다. ‘전관예우’로 거금을 손에 쥘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리고 ‘청빈의 길’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새 사법수뇌부인 이용훈 대법원장을 비롯해 지난달 임명된 박시환 대법관의 재산이 수십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나 세인을 놀라게 하고 있다. 거액의 재산을 주로 법복을 벗은 후 변호사 개업으로 모은 것으로 국회인사 청문회과정에서 ‘전관예우’ 논란을 빚기도 했다.
더구나 재야 변호사로 현 정권과 코드가 맞아 발탁된 박 대법관은 2003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22개월 동안 변호사 수임료로 19억 5800만원을 벌었다고 한다. 인사 청문회에서 공개된 박 대법관의 변호사 시절 수임사건은 288건이나 된다. 한달 평균 13건 꼴이며 건당 수임 료는 680만원 정도이니 한달 평균 8900만원을 번 셈이다.
더구나 지난해에는 형사 사건 1건에 5000만원을 받은 놀라운 기록도 세웠다. 통상 부장판사로 퇴직한 변호사의 경우 건당 평균수임료는 200만원 안팎이다. 수임건수도 많아야 한 달 평균 10건을 넘기 어렵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전관예우 시비가 나올 만 하지 않은가.
이용훈 대법원장도 대법관 퇴임 후 5년간 60억 원의 수임료를 받아 ‘부자 법관’이 되었다고 한다. 수임사건의 70%가 대법원 사건 이였던 것으로 드러나 인사 청문회에서 논란이 없지 않았다. 물론 법관이 퇴임 후 변호사로 개업해 정상적인 절차로 사건을 맡아 적절한 수임료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전관예우’ 없애야 비리 막는다
그런데 문제는 전관예우다. 전직 판검사가 변호사를 개업하면 일정기간 법원이나 검찰에서 여러 가지 보살펴 주는 전관예우는 판검사의 비공인 퇴직금으로까지 불리는 법조계의 뿌리 깊은 병폐며 대표적인 먹이사슬이다. 1900년대 말의 ‘의정부 법조비리’와 ‘대전 법조비리’ 그리고 최근 거물브로커가 낀 법조 비리 사건도 ‘전관예우’와 무관치 않다.
해묵은 먹이사슬인 전관예우를 없애야 법조비리를 막을 수 있다. 1998년과 2004년 두 차례 대한변협과 국회에서 전관예우를 규제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결국 통과되지 않았다. 법조계의 ‘밥그릇 지키기’ 때문이다
최근 법조계 고질병인 전관예우를 막기 위해 최소한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 개업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법부가 대법원장의 퇴임 후 영리활동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사법개혁은 거창한 구호보다 전관예우와 같은 기득권을 포기하는 결단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만 법조비리를 막을 수 있고 사법부대한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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