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경영 안하면 망한다” … 엔론사태 타산지석
유행 아닌 시대적 요구 자발적 준수노력 중요
신문고 제도 등 한국적 윤리경영 본격 시동
윤리경영이 화두다. 미국 엔론사태가 윤리경영에 불을 당겼다. 엔론사 파산과 불법행위는 기업의 자발적 윤리준수 노력이 왜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해 준 사건이었다.
내로라하는 세계 기업들은 물론 대부분의 기업이 윤리경영을 선언하고 준법정신을 높일 수 있는 근본대책 마련에 나섰다. 윤리·투명경영을 이미 실천하고 있던 기업들은 윤리경영의 고삐를 더 죄는 계기이기도 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급기야 일정 기준의 윤리경영시스템 구비 여부를 거래소 상장기준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국제기구들은 ‘윤리 라운드’를 통해 윤리경영의 세계표준화를 시도할 정도로 윤리경영은 글로벌 스탠더드로 떠올랐다.
국내도 사정은 다를 바 없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에 대한 국민들 기대심리가 높아진데다 사회통념에 어긋나지 않는 경영을 강하게 요구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SK사태, 삼성X파일 사건, 두산그룹 경영권 다툼 등 기업비리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기업마다 ‘윤리경영’을 천명하지 않고선 버티지 못할 상황을 맞았다. 제조물배상책임(PL)법 발효, 주주대표 소송 등 기업 존립을 위협할 수 있는 법적 장치들도 속속 마련되고 있다. 윤리경영은 국내 기업들에게도 반드시 실천해야 할 경영덕목으로 시나브로 자리 잡은 셈이다.
◆투명사회협약 참여부터 선물 안 받기까지 = 삼성은 올해 3월 ‘투명사회 협약’에 참여했다. 윤리경영과 투명경영을 가속화하기 위해 ''삼성 경영원칙도 만들었다.
삼성 경영원칙은 이건희 회장의 윤리경영 철학을 임직원의 행동원칙으로 구체화한 것으로 각 사별로 운영하고 있던 윤리강령을 한데 모아 임직원들이 알기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한 지침이다.
삼성 경영원칙은 △법과 윤리의 준수 △깨끗한 조직문화 △고객, 주주, 종업원 존중 △환경, 안전, 건강 중시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 수행 등 5대 원칙과 42개 행동세칙으로 구성돼 있다.
LG는 대표적인 윤리경영 실천 프로그램인 ‘사이버 신문고’를 실행하고 있다. 불공정 행위에 대한 신고 시스템으로 임직원의 불공정한 업무처리,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수수 행위 및 정도경영에 위반되는 일체의 업무 행위 등이 신고 대상이다.
LG는 거래 관계자로부터 자사 임직원이 사례를 받거나 협력업체 선정때 투명성이 결여되고 거래업체 주식을 부당하게 보유한 경우 회사 자산을 부당·불법 사용하거나 문서·계수를 조작 또는 허위보고하거나 직무태만, 월권행위를 자행할 시 사이버 신문고를 통해 신고토록 하고 있다. 제보자의 신분과 제보내용은 철저히 보호한다.
현대차는 2001년 윤리헌장과 윤리경영 실천강령 제정에 앞서 지난 96년부터 임직원이 직무상 받는 선물의 관리를 명확히 하기 위한 ‘선물관리 규정’을 만들었다.
임직원이 업무 관련자로부터 3만원이상 선물을 받은 경우 즉시 총무팀 선물신고센터에 신고한 뒤 해당 선물을 반납해야 한다. 이를 위반했을 경우 임직원은 징계위에 회부하고 해당 협력업체와는 거래를 중단한다.
POSCO도 2003년 윤리규범 선포 이후 본격적인 윤리경영에 나섰다. POSCO는 임직원의 부정.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타인의 금품수수 행위 신고때 10배를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내외부 신고보상제를 운영하고 있다. 또 거래처에 대해서도 윤리실천에 위배되는 행위를 했을 때 거래물량을 제한하거나 거래를 아예 중지시키는 제도도 마련했다.
지난 2003년 윤리규범을 제정한 KT&G는 전직원이 윤리규범에 서약을 했다. 또 명절 선물 안주고 안받기 운동 등 윤리경영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
◆ 미국 존슨앤존슨, 인터내셔널페이퍼, 노드롭 그루만, 일본의 데이진, 유럽 ABB 등은 윤리경영 역사가 오랜된 기업들로 자국 내에서 윤리경영을 선도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윤리경영을 일시적 유행이 아닌 시대적 요구사항으로 받아들이고 자발적으로 윤리경영, 투명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존슨앤존슨은 1930년대 자발적으로 기업윤리를 강조해 온 윤리경영의 대표적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공동설립장인 알 더블유 존슨은 지난 1943년 최조의 윤리강령으로 알려진 ‘우리의 신조(Our Code)’를 직접 작성하고 경영에 접목했다.
존슨앤존슨은 오랜 윤리경영 실천의 역사를 바탕으로 지난 1982년 타이레놀 독극물 투입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지 않았다. 당시 존슨엔 존슨은 투명성이 최선이라는 판단아래 제조과정을 언론에 공개하고 출시된 모든 제품을 수거했다.
세계 최대 펄프제지 업체인 인터내셔널 페이퍼(IP)는 일찍부터 윤리적인 비즈니스 관행을 통해 경영위험을 통제했다. 단적으로 제조용으로 벌목한 나무보다 더 많은 나무를 심는 사업을 전개한다는 자원관리 책임서약을 공표하고 이를 지키고 있다.
노드롭 그루만은 지난 1980년대 후반부터 윤리경영을 강조해 비리의 온상으로 인식돼 온 군수사업자 이미지를 개선했다.
일본 화섬 업체인 데이진 그룹은 기업윤리가중장기 성장정략 6대 키워드 중 하나라는 판단하에 지난 99년 4월 윤리경영 시스템을 가동했다. 일본에선 윤리경영을 선도하는 업체로 통한다. 데이진은 윤리경영이 일상적 활동에까지 침투할 수 있도록 기업윤리 추구를 명시하고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마련했다.
ABB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단순 법규 준수 차원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사회정책으로 정착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지난 2003년엔 13개 항목으로 구성된 사회정책을 발표했는데 기업윤리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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