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파문의 원인으로 꼽히는 과학자사회의 군대식 도제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교수가 저지르는 비리를 문제제기 하기가 불가능하고 과학자의 창의성조차 억압하는 군대문화를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조작) 지시를 받았어도 거부했어야 했다”는 김선종 연구원의 자기고백은 한국 과학계의 현주소를 반영하고 있다. 김 연구원이 아닌 다른 사람이 황 교수의 조작 지시를 받았어도 거부하기 어렵다는 게 과학계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연구비 횡령을 가능하게 하는 ‘도제사회’ = 지난 1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대학원생 인건비와 연구비 수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ㄴ대 최 모(49) 교수 등 3개 대학교수 4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 교수는 2000년부터 4년 동안 대학원생 5명에게 매달 20만~30만원만 지급, 5000만원을 빼돌렸다. 최 교수는 대학원생들의 통장과 도장을 관리하며 돈을 지급한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대학원생의 인건비와 연구비 유용은 상당수 대학연구실에서 저질러지고 있지만, 대학원생이나 연구원들은 비리를 항의하기는커녕 문제제기조차 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논문심사와 취업으로 자신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교수에게 섣불리 문제제기를 했다가는 쫓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ㄷ대학 공대 연구실 소속 정 모(36·박사후 과정)씨는 “연구원이 연구실에서 쫓겨나는 것은 블랙리스트에 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좁은 과학자 사회에서 교수의 권위에 도전했다는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문사회과학 분야 연구실도 마찬가지다. 연세대의 비정규직 교수 김이섭(47) 박사는 “교수와 대학원생의 관계가 중세시대 ‘도제제도’처럼 수직적이기 때문에 교수가 잘못했을 때 제자들이 항변하지 못한다”며 “대학사회만큼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인 사회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의 ㅁ병원 연구실에 근무하는 김 모(여·28) 연구원은 “상명하복과 주종관계가 특징인 실험실에서 교수가 지시하는 사항은 아무도 거역할 수 없다”며 “교수 눈 밖에 나면 결국 쫓겨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방적 지시 전달체계 바꿔야” = 교수와 연구원의 도제관계나 학자 사회의 군대문화는 과학자가 가져야 할 창의성을 억압하기 때문에 더 심각한 문제다.
ㄹ대학 생물학과 김 모(35) 연구원은 “과학은 객관적 비판과 창의적 사고로 발전하는데 권위와 일방적 지시에 의존하는 대학분위기는 이를 억압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파문이 젊은 과학자들에게 잔치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과학자사회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비판이 허용됐다는 측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은광 고성수 허신열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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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작) 지시를 받았어도 거부했어야 했다”는 김선종 연구원의 자기고백은 한국 과학계의 현주소를 반영하고 있다. 김 연구원이 아닌 다른 사람이 황 교수의 조작 지시를 받았어도 거부하기 어렵다는 게 과학계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연구비 횡령을 가능하게 하는 ‘도제사회’ = 지난 1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대학원생 인건비와 연구비 수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ㄴ대 최 모(49) 교수 등 3개 대학교수 4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 교수는 2000년부터 4년 동안 대학원생 5명에게 매달 20만~30만원만 지급, 5000만원을 빼돌렸다. 최 교수는 대학원생들의 통장과 도장을 관리하며 돈을 지급한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대학원생의 인건비와 연구비 유용은 상당수 대학연구실에서 저질러지고 있지만, 대학원생이나 연구원들은 비리를 항의하기는커녕 문제제기조차 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논문심사와 취업으로 자신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교수에게 섣불리 문제제기를 했다가는 쫓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ㄷ대학 공대 연구실 소속 정 모(36·박사후 과정)씨는 “연구원이 연구실에서 쫓겨나는 것은 블랙리스트에 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좁은 과학자 사회에서 교수의 권위에 도전했다는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문사회과학 분야 연구실도 마찬가지다. 연세대의 비정규직 교수 김이섭(47) 박사는 “교수와 대학원생의 관계가 중세시대 ‘도제제도’처럼 수직적이기 때문에 교수가 잘못했을 때 제자들이 항변하지 못한다”며 “대학사회만큼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인 사회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의 ㅁ병원 연구실에 근무하는 김 모(여·28) 연구원은 “상명하복과 주종관계가 특징인 실험실에서 교수가 지시하는 사항은 아무도 거역할 수 없다”며 “교수 눈 밖에 나면 결국 쫓겨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방적 지시 전달체계 바꿔야” = 교수와 연구원의 도제관계나 학자 사회의 군대문화는 과학자가 가져야 할 창의성을 억압하기 때문에 더 심각한 문제다.
ㄹ대학 생물학과 김 모(35) 연구원은 “과학은 객관적 비판과 창의적 사고로 발전하는데 권위와 일방적 지시에 의존하는 대학분위기는 이를 억압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파문이 젊은 과학자들에게 잔치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과학자사회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비판이 허용됐다는 측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은광 고성수 허신열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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