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3박4일의 배움마당

역사와 풍물, 인정이 가득한 백제 문화권을 가다

지역내일 2001-02-05
독서회에 들어와서 말로만 듣던 배움마당. 기대와 설렘이 교차하는 동안 우리 모둠은 금강 철새도래지에 와 있었다. "철새탐조대"아저씨의 설명을 들으며, 여러 철새를 정신없이 구경했다.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철새와의 마찰이 빈번하고 종류도 점차 줄어든다는 말에 아쉬움이 컸다. 한산에서는 의정부에서는 느끼기 어려웠던 시골 냄새가 물씬 풍겼다. 처음 와본 이곳에 더 정이 가는 것이 참 이상했다. 뜻밖에 장터 주변 이장 아저씨께 공짜 잠자리를 얻었는데, 처음에는 무슨 숨은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도 했지만 따뜻한 시골 인정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날 새벽 모시시장에 갔다. 작은 등불들은 새벽 어둠을 깨고 있었고, 처음으로 그 유명하다는 한산 세모시를 직접 만져보고, 경매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모시관에서는 아저씨께서 모시를 만드는 과정 등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셔서 추위를 까맣게 잊었다. 모시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큰 정성이 드는가 생각하니 모시가 돈으로써의 값어치보다 훨씬 큰 의미를 지닌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제문화가 담긴 부여박물관에서는 작은 것 하나도 신기했다. 학교에서 왔을 때보다 훨씬 여유롭게 선배님들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하고, 탁본 체험도 했다. 열심히 두드리고 뿌리는 동안 멋진 나의 탁본이 탄생했다. 정말 신기했다. 청양에 가서 방을 잡고 하루를 정리했다.
다음날 새벽, 피곤했지만 스스로 신나서 하는 경험과 공부여서인지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우시장이 멀고 새벽 날씨가 너무 추웠는데 마침 친절한 경찰아저씨의 도움으로 쉽게 우시장에 갔다. 여러 종류의 소들이 추위에 떨며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그 곳 총 관리자 아저씨 덕택에 따뜻한 우유를 얻어 마시며 소와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면서 소의 값, 종류, 경매 등 새로운 사실들에 대해 많이 보고 들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하라고 번호를 부르며 씨익 웃으시는 아저씨의 모습에 우리는 다시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으로 청양 고추 시장과 5일장을 보았다. 시간이 촉박해서 자세히는 못 보았지만 시끌벅적한 모습에 "아… 이런 게 바로 사람 사는 모습이구나" 하고 느꼈다. 여러 장승을 한곳에 모아 만든 칠갑산 기슭의 장승공원을 놀라움으로 둘러보고, 장곡사에 올라갔다. 꼬불꼬불 눈 덮인 아름다운 산책로는 아직 눈앞에 선하다. 장곡사에 가서 미리 조사한 모둠원들의 설명을 들으며, 절의 여러 부분들을 세세히 공부했다. 저녁에는 둘러앉아 칠갑산 특산물 '구기자 한과'를 먹으며 밤늦게까지 공부부터 인생 이야기까지 선후배들간의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다음날 아침은 피곤해서 조금 늦어졌다. 근처 조그만 식당에 가서 아저씨의 설명을 들으며 두부 만드는 과정을 보았다. 콩이었던 것이, 물처럼 되었다가 다시 순두부가 되고, 굳어서 최종 네모 두부가 되었다. 구수한 냄새를 맡으며, 순두부도 맛보았는데 정말 최고였다. 총 6모둠의 최종 집결지인 대천에 도착해서는 다들 그 동안의 자기 모둠 경험을 말하느라, 이야기꽃이 한창이었다. 각기 다른 코스로 여행을 한 6모둠이 모두 모여 갖는 총평가회가 있어 다른 모둠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기에 배움마당이 훨씬 더 빛이 난다고 생각된다. 평가회 후 서로 깊은 이야기도 나누고, 오락도 하며 아쉬운 밤을 샜다. 독서회의 배움마당은 정말 "배움의 마당"이다. 여행을 가기 전, 모둠별로 코스를 짜고 자료 조사도 하고 해서 힘들었지만, 힘든만큼 좀더 질 높은 여행을 경험할 수 있었다. 겨울 방학을 대부분을 쏟아 정성들여 만들었던 4박 5일의 배움마당은 내 고등학교 시절의 가장 값진 부분이 될 것으로 느껴진다.
이현숙(의정부여고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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