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도 보수도 없는 ‘쿨함’을 좇는다
‘내 것은 건들지 말라’ 자존심 강해 ... “정치권 아전인수는 금물”
정치권의 1929 세대에 대한 관심이 최근 부쩍 높아졌다. 386세대와 포스트386세대를 구분하는 식의 논의, 선거연령 19세 인하로 인한 10대 후반층의 유입에 대한 관심 등이 그 배경이다. 그러나 직접적인 계기는 1929 세대에 대한 ‘정치적 소유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11월 4~5일 내일신문·한길리서치 조사에서는 최초로 1929세대의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율이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율보다 높았다. 이들의 지지가 한나라당이 마의 벽 35%를 넘는데 크게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최근의 다른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미디어리서치 조사(11월 5일)를 제외하고는 지난달 말, 지난 11월 15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는 한나라당에 대한 20대 지지율이 열린우리당 20대 지지율보다 높았다.
이런 흐름은 일찌감치 정치권에 확산돼 있던 ‘20대의 보수화’라는 가설이 마침내 지지율로도 나타났다는 해석이 덧붙여져서 한편에서는 더욱 긴장을, 또 한편에서는 환호토록 했다. 20대의 보수화 가설이란 이른바 산업화와 민주화의 토대 위에서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는 세대인 20대가 사회현상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거대담론의 부재 =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들의 ‘보수화’ 가설은 아직 허상에 불과하다. 진보니 보수니 하는 틀 자체가 1929세대를 분석하기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나마 2007년에 1929세대가 될 현 고등학생들은 정치 분야 여론조사에서는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한귀영 KSOI 연구실장은 “최근 퍼져있는 20대의 보수화 가설은 검증되지 않았다”면서 “실제 조사에서 ‘당신은 보수냐 진보냐’ 또는 ‘다음 정권에 어떤 정권이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20대와 30대가 별 차이없이 진보개혁 쪽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다만 30대는 보수나 진보개혁 등을 이념 또는 노선으로 바라보는 반면, 20대는 코드 또는 문화로 바라본다”면서 “즉, 20대는 거대담론 자체에 대한 개념이 없는데 정치권이나 기존세대들은 그것에 대해 이념적 접근을 하기 때문에 보수화라는 말이 나오는 것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분명 보수로 분류되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열광하면서도 자신은 진보개혁 이라는 식으로 말할 수 있는 세대가 1929세대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10년간 청소년 문화를 연구해온 이종원 박사(한국청소년개발원)도 “우리나라 젊은 세대들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사회참여와 개선의 의지가 강하다”면서 “일면만을 보고 보수화되고 있다고 재단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의 세대구분의 기준을 적용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금까지 역사적 사건을 매개로 세대구분을 해왔다면 1929세대에는 그런 것이 없다는 것. 1929세대는 역사적 사건을 통해 자신을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사이버상이나 소비를 통해 자신을 표출하고, 이는 결국 기업 마케팅 차원의 다양한 세대개념이 과잉이라고 할 정도로 나오는 배경이 됐다.
◆‘그들만의 민족주의’ 정체는? =
그럼 1929세대가 간헐적으로 보여주는 우파적 색채가 짙은 민족주의적 성향은 어떻게 봐야 할까. 최근 황우석 교수 난자제공 및 PD수첩 보도와 관련한 네티즌들의 ‘도’를 넘은 듯한 국익주의는 이른바 극우보수세력들이 보기엔 네티즌들이 자기네 편이 아닌가 하는 환상을 심기에 충분하다.
이와 관련, 네이트닷컴사업본부 강인태 전략팀장은 흥미로운 얘기를 털어놓았다. 네이트닷컴사업본부는 미니홈피 싸이월드·검색사이트 네이트닷컴·메신저 네이트온을 총괄하는 본부부로, 주 고객층은 1929세대다.
강 팀장은 “기업체에서 시사회 이벤트를 할 때에는 외국영화를 내걸래야 걸 수가 없다. 한국영화를 내걸었을 때와 관심도의 차이가 다르기 때문”이라면서 “또 영화를 다운받는 P2P 사이트에서도 한국영화는 개봉이 끝난 이후에야 올라오고, 만약 그 전에 올라오면 IP추적을 해서라도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게 요즘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또 게임 길드처럼 목적성이 있는 모임 외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들이 독도 문제나 축구 응원하기 등에 대한 관심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강 팀장은 “순식간에 조회수가 몇십만건이 되고, ‘파이팅!’같이 단순한 댓글을 똑같이 다는 걸 보면 섬뜩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자센터의 부소장을 역임한 바 있는 전효관 교수는 “민족주의 성향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는 이념적인 거라기보다 한번도 굴복해 본 경험이 없는 이들이 가지는 특유의 자존심”이라면서 “내 것을 건드리는 것에 대해 참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족주의적 성향을 ‘1929세대 보수화’의 근거로 보는 다른 분석도 있다. 이동연 문화사회연구소장은 “1929세대는 문화적 신보수주의”라면서 “최근의 양극화 흐름과 함께 강북에 사는 1929세대는 서민층 특유의 우파적 경향을 보이는가 하면, 강남을 중심으로 한 중산층 이상의 1929세대는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전통 보수주의적 색채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2007년, 80년대생의 대거 유입 =
2007년 대선 때의 1929세대는 정확하게 78년생부터 88년생까지다. 2002년에는 73년생부터 82년생까지(투표연령이 만20세부터였음)였던 것을 생각하면 차이점은 8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1929세대로 대폭 유입된다는 점이다. 2002년 당시 그들의 선택이 ‘새로움’이었다면 80년대생이 대폭 보강된 이들의 2007년의 선택은 과연 어떤 것이 될까.
한귀영 연구실장은 “30대가 ‘무엇 무엇만은 절대 안돼’라는 역사적 무게감이 있는 제한성이 있다면 1929세대는 정치적으로 넘나드는 세대”라고 말했다. 전 교수도 “1929세대는 자신들이 보기에 쿨해보이는 쪽을 선택할 뿐”이라면서 “지금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어느 쪽도 이들에게 쿨해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구질구질해보이는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열린우리당의 ‘언제가는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든, 한나라당의 ‘보수화 때문에 한나라당에 가까워진 것’이라는 아전인수식 해석은 근거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 된다. 1929 세대의 선택은 오직 그들 안의 판단기준에 의해서만 내려지는 ''유아독존''식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내 것은 건들지 말라’ 자존심 강해 ... “정치권 아전인수는 금물”
정치권의 1929 세대에 대한 관심이 최근 부쩍 높아졌다. 386세대와 포스트386세대를 구분하는 식의 논의, 선거연령 19세 인하로 인한 10대 후반층의 유입에 대한 관심 등이 그 배경이다. 그러나 직접적인 계기는 1929 세대에 대한 ‘정치적 소유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11월 4~5일 내일신문·한길리서치 조사에서는 최초로 1929세대의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율이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율보다 높았다. 이들의 지지가 한나라당이 마의 벽 35%를 넘는데 크게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최근의 다른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미디어리서치 조사(11월 5일)를 제외하고는 지난달 말, 지난 11월 15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는 한나라당에 대한 20대 지지율이 열린우리당 20대 지지율보다 높았다.
이런 흐름은 일찌감치 정치권에 확산돼 있던 ‘20대의 보수화’라는 가설이 마침내 지지율로도 나타났다는 해석이 덧붙여져서 한편에서는 더욱 긴장을, 또 한편에서는 환호토록 했다. 20대의 보수화 가설이란 이른바 산업화와 민주화의 토대 위에서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는 세대인 20대가 사회현상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거대담론의 부재 =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들의 ‘보수화’ 가설은 아직 허상에 불과하다. 진보니 보수니 하는 틀 자체가 1929세대를 분석하기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나마 2007년에 1929세대가 될 현 고등학생들은 정치 분야 여론조사에서는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한귀영 KSOI 연구실장은 “최근 퍼져있는 20대의 보수화 가설은 검증되지 않았다”면서 “실제 조사에서 ‘당신은 보수냐 진보냐’ 또는 ‘다음 정권에 어떤 정권이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20대와 30대가 별 차이없이 진보개혁 쪽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다만 30대는 보수나 진보개혁 등을 이념 또는 노선으로 바라보는 반면, 20대는 코드 또는 문화로 바라본다”면서 “즉, 20대는 거대담론 자체에 대한 개념이 없는데 정치권이나 기존세대들은 그것에 대해 이념적 접근을 하기 때문에 보수화라는 말이 나오는 것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분명 보수로 분류되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열광하면서도 자신은 진보개혁 이라는 식으로 말할 수 있는 세대가 1929세대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10년간 청소년 문화를 연구해온 이종원 박사(한국청소년개발원)도 “우리나라 젊은 세대들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사회참여와 개선의 의지가 강하다”면서 “일면만을 보고 보수화되고 있다고 재단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의 세대구분의 기준을 적용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금까지 역사적 사건을 매개로 세대구분을 해왔다면 1929세대에는 그런 것이 없다는 것. 1929세대는 역사적 사건을 통해 자신을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사이버상이나 소비를 통해 자신을 표출하고, 이는 결국 기업 마케팅 차원의 다양한 세대개념이 과잉이라고 할 정도로 나오는 배경이 됐다.
◆‘그들만의 민족주의’ 정체는? =
그럼 1929세대가 간헐적으로 보여주는 우파적 색채가 짙은 민족주의적 성향은 어떻게 봐야 할까. 최근 황우석 교수 난자제공 및 PD수첩 보도와 관련한 네티즌들의 ‘도’를 넘은 듯한 국익주의는 이른바 극우보수세력들이 보기엔 네티즌들이 자기네 편이 아닌가 하는 환상을 심기에 충분하다.
이와 관련, 네이트닷컴사업본부 강인태 전략팀장은 흥미로운 얘기를 털어놓았다. 네이트닷컴사업본부는 미니홈피 싸이월드·검색사이트 네이트닷컴·메신저 네이트온을 총괄하는 본부부로, 주 고객층은 1929세대다.
강 팀장은 “기업체에서 시사회 이벤트를 할 때에는 외국영화를 내걸래야 걸 수가 없다. 한국영화를 내걸었을 때와 관심도의 차이가 다르기 때문”이라면서 “또 영화를 다운받는 P2P 사이트에서도 한국영화는 개봉이 끝난 이후에야 올라오고, 만약 그 전에 올라오면 IP추적을 해서라도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게 요즘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또 게임 길드처럼 목적성이 있는 모임 외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들이 독도 문제나 축구 응원하기 등에 대한 관심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강 팀장은 “순식간에 조회수가 몇십만건이 되고, ‘파이팅!’같이 단순한 댓글을 똑같이 다는 걸 보면 섬뜩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자센터의 부소장을 역임한 바 있는 전효관 교수는 “민족주의 성향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는 이념적인 거라기보다 한번도 굴복해 본 경험이 없는 이들이 가지는 특유의 자존심”이라면서 “내 것을 건드리는 것에 대해 참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족주의적 성향을 ‘1929세대 보수화’의 근거로 보는 다른 분석도 있다. 이동연 문화사회연구소장은 “1929세대는 문화적 신보수주의”라면서 “최근의 양극화 흐름과 함께 강북에 사는 1929세대는 서민층 특유의 우파적 경향을 보이는가 하면, 강남을 중심으로 한 중산층 이상의 1929세대는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전통 보수주의적 색채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2007년, 80년대생의 대거 유입 =
2007년 대선 때의 1929세대는 정확하게 78년생부터 88년생까지다. 2002년에는 73년생부터 82년생까지(투표연령이 만20세부터였음)였던 것을 생각하면 차이점은 8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1929세대로 대폭 유입된다는 점이다. 2002년 당시 그들의 선택이 ‘새로움’이었다면 80년대생이 대폭 보강된 이들의 2007년의 선택은 과연 어떤 것이 될까.
한귀영 연구실장은 “30대가 ‘무엇 무엇만은 절대 안돼’라는 역사적 무게감이 있는 제한성이 있다면 1929세대는 정치적으로 넘나드는 세대”라고 말했다. 전 교수도 “1929세대는 자신들이 보기에 쿨해보이는 쪽을 선택할 뿐”이라면서 “지금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어느 쪽도 이들에게 쿨해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구질구질해보이는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열린우리당의 ‘언제가는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든, 한나라당의 ‘보수화 때문에 한나라당에 가까워진 것’이라는 아전인수식 해석은 근거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 된다. 1929 세대의 선택은 오직 그들 안의 판단기준에 의해서만 내려지는 ''유아독존''식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