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일만 하는 우리 어머니, 오늘은 주무셔요. 바람 없는 한 낮에 마룻바닥에 코 끝에 땀이 송송, 더우신가봐, 부채질해 드릴까, 그러다 잠 깨실라. 우리 엄만 언제나 일만 하는 엄만데, 오늘 보니 참 예뻐요. 우리 엄마도, 콧잔등에 잔주름, 그도 예뻐요. 부채질 가만가만 해 드립니다.' 이 곡은 이원수 시/ 백창우 곡의 '우리 어머니'란 동요다.
교과서에도 실린 적이 없고 일선교사들도 잘 모르는 곡이지만 성신초등학교 5학년 5반에서는 이렇듯 흔치않으나 아름다운 멜로디와 노랫말의 의미가 감동적으로 전해오는 동요가 매일 울려 퍼진다. 김성오 담임교사는 매년 학기초가 되면 MP3 작업으로 150여 곡의 아름다운 동요가 수록된 CD와 악보 집을 아이들 모두에게 나눠주고 일년 내내 매일 아침과 오후에 수시로 동요를 아이들과 부르며 맑은 심성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다. 같은 학교나 그가 속한 모임의 수십 명의 교사들에게도 전해주며 동요보급에 힘쓰는 김 교사.
대중가요에 심취해있던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동요는 숨어있던 감성을 깨우쳐준 기대이상의 희망이자 즐거움이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이들의 반응은 거의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즐거운 교실, 행복한 아이들을 만들어 주기 위해 대부분의 학급운영을 아이들 자율에 맡기는 그는 하루에도 여러 번 동요를 부르자는 아이들을 보며 기회만 제공된다면 얼마든지 아이들의 맑은 영혼을 지켜줄 수 있다는 자신감과 교사로서의 책임감을 느낀다.
때때로 율동이나 놀이도 곁들이지만 특히 처음 들려주는 동요의 노랫말을 의미 있게 되새기도록 깊이 있게 전달해준다는데 그의 중요한 역할이 있다. 방학이 싫다는 5학년5반 아이들. 그들에게 학교생활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비결은 무엇일까. '대화가 통하는 친구 같은 선생님' '학교에서 아이들은 무조건 즐거워야한다'는 과제를 실현코자 하는 교사 스스로의 배움의 노력. 가르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바로 알고 세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 김 교사의 노력이 아이들의 표정을 밝게 만들어준다. 그는 의무적인 교사 연수 외에도 의미 있는 교사가 되기 위한 각종 모임이나 연수에 참여하며 그곳에서 배운 다양한 방법으로 학급을 운영한다.
아이들의 숙제나 자율학습을 보면 특이한 것이 많다. 위에 나온 우리어머니 동요를 배울 때는 어머니의 주름살을 세어본다던가 어머니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는 일 등 일상에서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실천적인 과제를 자주 내준다. 자율 학습 때도 선 그리기, 전통문양 그리기, 털실로 공 만들기 등 손의 활동을 통하여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마음의 안정을 돕고 감성을 일깨워주는 활동을 많이 한다.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협의하고 조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모습으로 아이들보다 교사들이 먼저 배우고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김 교사. 또한 아이들 성장 옆에는 자신의 성장이 있어야한다고 믿기에 매달 편지형식으로 자신의 평을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전달받으며 반성과 더불어 더 나은 앞으로의 각오를 다진다. 주번과 청소조차도 아이들 자율에 맡기며 권위나 통제보다는 스스로 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깨우쳐주는 그가 모든 이들에게 하는 인사말이 있다. '배움의 즐거움으로 넘쳐나는 행복한 하루하루 되세요.' 배움의 즐거움을 아는 그는 참 행복한 교사요 그의 제자들은 더욱 행복한 아이들일 것이다.
전미정 리포터 flnari@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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