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칼럼370호>-학부모가 만들어가는 즐거운 학교

김인숙/ 고양여성민우회 대표

지역내일 2001-02-05

큰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의 일이다. 학년초의 학부모 총회에 기대를 가지고 참석했던 그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마음이 무척 착잡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아이들은 상급학교에 진학해서 어엿한 중학생이 되었는데 학부모회의 내용은 여전히 초등학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모습에 실망스러웠던 것이 그날의 기억이다.

그것은 여전히 자발적으로는 학부모회에 참여하지 않으려하는 소극적인 모습과 자의반 타의반 학급대표로 뽑힌 학부모들이 모인 회의에서는 발언 내용이 학부모회 회비를 얼마씩 내야 하는가에 집중되는 것이 거의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실망감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온 나에게 학부모회 총무라는 사람에게서 며칠 후 연락이 왔다. 그날 회의에서 정한 회비를 언제까지 내달라는 전화를 받고 나는 아이들과 학교에 필요한 꼭 활동을 하려고 학부모회에 가입했지 단순히 후원회비를 내려고 가입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용도가 불분명한 후원회비는 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 후 나에게 두 번 다시 학부모회에서 연락은 오지 않았다. 후원회비 이외의 방법으로 학교에 봉사하고 싶은 학부모들에게 별다른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고 3년 동안 학부모회에서 아이들과 학교를 위해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도 잘 전해 듣지 못한 채 우리아이는 졸업을 맞이하였다.

그리고 내가 납부하지 않은 후원회비로 우리아이가 어떤 학교생활에서 혜택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함과 동시에 미안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후원은 물론 교육재정이 탄탄한 선진국에서도 일반적인 활동 중의 하나이다. 하물며 교육예산이 충분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학부모들의 후원이 어떤 형식으로든 필요하다는 것쯤은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방법과 내용이다. 가령 아이들과 학교에 꼭 필요한 시설이 있다면 그 항목과 예산을 정확히 산출하여 모든 학부모들이 공평하게 분담해야 하는 것이 올바른 후원이라 생각한다.

물론 생활이 어려워 부담하기 힘든 학부모는 당연히 제외되어야 하겠지만 그 금액이 특별히 많지 않은 금액이라면 대부분이 학부모들이 흔쾌히 동참 할 것이라 본다.

그 방법 중에서도 특히 바자회를 활용하는 방법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어 가장바람직한 방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전교생의 학부모가 각 학년에게 필요한 학용품이나 가정에 꼭 필요한 물품들을 기증하면 이를 절반 가격에 바자회에서 되파는 형식으로 후원에 참여하게 하는 방법이다.
즉 3학년 학생에게 꼭 필요한 학용품이 그림물감이라면 4학년 학부모들이 4천원짜리 그림물감을 하나씩 학교에 기증하게 한 다음 바자회에서는 2천원에 그 물품을 되파는 것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학년에게 필요한 물품을 기증한다면 결과적으로 학교는 후원금을 마련하고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꼭 필요한 학용품을 반 값에 구입하게 되니 서로가 참여의 의미를 만끽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후원하게 됨은 당연할 것이다.

초중고의 모든 학교에서 가능한 이러한 바자회는 그 학교 학부모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참여 할 수 있고 교장선생님과 모든 선생님들도 각기 그 역할을 나누어 바자회 당일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를 진행하거나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등의 활동으로 그 이익금을 학교에 후원한다면 모두가 참여하는 유익한 후원활동이 될 것이다.
솜사탕을 파는 교장선생님과 떡복이를 파는 음악선생님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의 세 주체가 함께 참여하는 즐거운 학교의 모습이 바로 이런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 곧 다가온다. 각급 학교에서는 새로운 학교운영위원회의 구성원들이 선출되고 어떤 형태와 규모이건 학교발전기금을 모으는 일들이 필요할 것이다.

그 용도와 규모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학교발전기금이라면 이러한 바자회의 형식으로 한 번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보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즐거운 활동이 기대된다.

/김인숙<고양여성민우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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