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의회민주주의는 있는가. 지난해 말 미국의 민간인권기구인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는 우리 민주주의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프리덤 하우스는 해마다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를 평가하는 보고서를 발간하는데 2년 연속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아시아 최고수준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프리덤 하우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정치적 자유는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 봐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며, 시민 자유도 그에 버금가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이 같은 평가에 대해 ‘맞아’라고 흔쾌히 동의할 국민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최근 국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어찌 높은 평가를 할 수 있겠는가. 국회를 생각하면 답답하고 한숨부터 절로 나오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정기국회가 기어이 파행으로 끝났다. 정기국회에서 다루지 못한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열렸던 임시국회마저 허송세월하다가 연말에 겨우 몇 가지 안건만 처리하고 문을 닫았다. 17대 국회에서는 사라질 것으로 믿었던 낡은 정치행태가 여전히 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17대 국회에 대해 거는 국민의 기대는 남달랐다. 탄핵파동을 거치면서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으로 17대 국회가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이 기대에 화답하듯 여야는 대화와 타협, 상생의 정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공허한 구두선이었다. 이전의 국회보다는 여러 가지 개선된 점이 눈에 띠었지만 국회가 제자리를 찾고 정치가 정상화되었다고 보기에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어 보인다. 낡은 정치행태가 너무 자주 되풀이되는 것이다.
17대 국회 첫 정기국회(2004년)도 두 번째 정기국회(2005년)도 파행으로 끝났다. 두 번의 정기국회 모두 예산안을 법정기일에 처리하지 못했다. 더구나 지난 정기국회에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예산안이 처리되었다. 17대 국회는 ‘의회운영의 합리성과 책임성 제고’를 위한 노력들이 돋보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어렵게 틔운 그 희망의 싹이 지난 정기국회에서 시들어버리고 말았다.
최근의 국회 공전에 대한 1차적 책임은 한나라당에 있다. 한나라당은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처리되자 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를 외면한 채 장외투쟁을 벌였다. 투쟁방식의 선택은 한나라당 마음이지만 이건 아니다. 개정사학법이 예산안 처리까지 포기해야 할 정도로 문제가 많은가. 그렇지 않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16대 국회 때부터 처리하지 못했던 밀린 숙제였다. ‘7명의 이사 중 1/3 이상을 개방형 이사로 선임하자’는 원안이 약화되어 ‘7명 중 1/4 이상’으로 되었다. 전교조의 사학재단 장악과 빨갱이 교육 운운은 말도 안 되는 억지이다.
한나라당의 책임이 크다고 해서 열린우리당의 책임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정기국회가 끝나자마자 다시 연 임시국회에서 예산안과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 등 정부 안건만 처리하고 다시 국회를 팽개친 열린우리당도 문제이다.
국회의원들의 폭언과 폭력적 행위도 국민을 실망시켰다. 사학법 무효화 및 우리아이 지키기 투쟁본부장인 한나라당 이규택 의원의 발언, 말을 더듬는 오거돈 해양수산부장관을 모욕한 이상배 의원, 국회 여직원들에게 욕을 한 임인배 의원 등을 보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되나 속상하기까지 하다. 이규택 의원은 지난해 12월 16일 서울시청 앞 촛불집회에서 ‘사립학교법이 통과되던 날 북한의 김정일은 너무 기뻐서 밤새도록 기쁨조와 함께 폭탄주를 마셨다’고 주장했다. 정말 어이없는 발언이다. 색깔론을 부추기기 위해 근거도 없는 말들을 마구 쏟아내는데 이런 막나가는 무책임한 행동이 부메랑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일을 제대로 했다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는가. 정기국회가 열리기 직전 각 정당은 이구동성으로 ‘경제, 민생 문제 해결’을 일제히 국민에게 약속했다. 그러나 양극화 문제의 핵심인 비정규법안은 아직까지도 텅 빈 국회에서 뒹굴고 있다. X-파일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특검법 제정도 물 건너갔다. 국가보안법, 금산법 등 핵심적인 개혁법안의 처리도 기약 없이 뒤로 미뤄졌다.
대구지검 국감술자리 사건도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국민의 분노와 비난이 거세지자 열린우리당 소속 윤리특위 위원들이 이 문제를 윤리특위에 제기했지만 당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였던 정세균 의원의 압력으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제 국회는 성난 국민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월 임시국회에서 그 동안 미뤘던 숙제, 민생법안과 개혁법안을 제대로 심의하는 일이 그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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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평가에 대해 ‘맞아’라고 흔쾌히 동의할 국민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최근 국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어찌 높은 평가를 할 수 있겠는가. 국회를 생각하면 답답하고 한숨부터 절로 나오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정기국회가 기어이 파행으로 끝났다. 정기국회에서 다루지 못한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열렸던 임시국회마저 허송세월하다가 연말에 겨우 몇 가지 안건만 처리하고 문을 닫았다. 17대 국회에서는 사라질 것으로 믿었던 낡은 정치행태가 여전히 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17대 국회에 대해 거는 국민의 기대는 남달랐다. 탄핵파동을 거치면서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으로 17대 국회가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이 기대에 화답하듯 여야는 대화와 타협, 상생의 정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공허한 구두선이었다. 이전의 국회보다는 여러 가지 개선된 점이 눈에 띠었지만 국회가 제자리를 찾고 정치가 정상화되었다고 보기에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어 보인다. 낡은 정치행태가 너무 자주 되풀이되는 것이다.
17대 국회 첫 정기국회(2004년)도 두 번째 정기국회(2005년)도 파행으로 끝났다. 두 번의 정기국회 모두 예산안을 법정기일에 처리하지 못했다. 더구나 지난 정기국회에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예산안이 처리되었다. 17대 국회는 ‘의회운영의 합리성과 책임성 제고’를 위한 노력들이 돋보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어렵게 틔운 그 희망의 싹이 지난 정기국회에서 시들어버리고 말았다.
최근의 국회 공전에 대한 1차적 책임은 한나라당에 있다. 한나라당은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처리되자 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를 외면한 채 장외투쟁을 벌였다. 투쟁방식의 선택은 한나라당 마음이지만 이건 아니다. 개정사학법이 예산안 처리까지 포기해야 할 정도로 문제가 많은가. 그렇지 않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16대 국회 때부터 처리하지 못했던 밀린 숙제였다. ‘7명의 이사 중 1/3 이상을 개방형 이사로 선임하자’는 원안이 약화되어 ‘7명 중 1/4 이상’으로 되었다. 전교조의 사학재단 장악과 빨갱이 교육 운운은 말도 안 되는 억지이다.
한나라당의 책임이 크다고 해서 열린우리당의 책임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정기국회가 끝나자마자 다시 연 임시국회에서 예산안과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 등 정부 안건만 처리하고 다시 국회를 팽개친 열린우리당도 문제이다.
국회의원들의 폭언과 폭력적 행위도 국민을 실망시켰다. 사학법 무효화 및 우리아이 지키기 투쟁본부장인 한나라당 이규택 의원의 발언, 말을 더듬는 오거돈 해양수산부장관을 모욕한 이상배 의원, 국회 여직원들에게 욕을 한 임인배 의원 등을 보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되나 속상하기까지 하다. 이규택 의원은 지난해 12월 16일 서울시청 앞 촛불집회에서 ‘사립학교법이 통과되던 날 북한의 김정일은 너무 기뻐서 밤새도록 기쁨조와 함께 폭탄주를 마셨다’고 주장했다. 정말 어이없는 발언이다. 색깔론을 부추기기 위해 근거도 없는 말들을 마구 쏟아내는데 이런 막나가는 무책임한 행동이 부메랑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일을 제대로 했다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는가. 정기국회가 열리기 직전 각 정당은 이구동성으로 ‘경제, 민생 문제 해결’을 일제히 국민에게 약속했다. 그러나 양극화 문제의 핵심인 비정규법안은 아직까지도 텅 빈 국회에서 뒹굴고 있다. X-파일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특검법 제정도 물 건너갔다. 국가보안법, 금산법 등 핵심적인 개혁법안의 처리도 기약 없이 뒤로 미뤄졌다.
대구지검 국감술자리 사건도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국민의 분노와 비난이 거세지자 열린우리당 소속 윤리특위 위원들이 이 문제를 윤리특위에 제기했지만 당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였던 정세균 의원의 압력으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제 국회는 성난 국민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월 임시국회에서 그 동안 미뤘던 숙제, 민생법안과 개혁법안을 제대로 심의하는 일이 그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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