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인재양성이 국가경쟁력이다

지역내일 2001-02-06 (수정 2001-02-06 오후 4:46:12)
교육 평준화에 대한 큰 틀에 대해서는 여기에서 거론하지 않겠지만 평준화가 전체 교육의 질을 저하
시킨다는 지적은 계속 있어왔다. 일부 식자들이 우려하는 내용은 간단하다. 자신의 역량을 가장 심층
적으로 개발하고 정진하여야 할 대학 과정에서 영재들을 대상으로 하는 탈출구가 없는 한 교육 평준
화의 의미는 퇴색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교육 정책을 보면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교육의 평준화
를 이룩하는 동시에 한국을 선진 기술국가로 이끌어 줄 고급 기술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것
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전은 3박자가 맞아야 한다. 과학기술이 지속적으로 개발될 수 있는 터전
과 이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 필요하며 마지막으로는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우수 인력
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우수 인력이다. 그런데 절대적인 교육 평준화를 지향하면
서 우수 인력을 함께 양성한다는 것은 이치가 잘 맞지 않는다. 외국에서 많은 나라들이 교육의 평준
화 정책을 펴고 있지만 그들은 한국처럼 절대적인 평준화가 아니라 상대적인 평준화이다. 여러 각도
에서 영재들이 자신의 역량을 충분하게 발휘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뛰어난 영재교육 프랑스 그랑제꼴 제도
프랑스의 유명한 3∼4년제의 그랑제꼴이 참조할 만한 제도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한국의 수능시
험과 비슷한 대학입학 자격고시 바칼로레아를 치루는데 이 시험에 합격하면(합격률은 70∼75%)
프랑스 영향권에 있는 대학은 모두 입학할 수 있다. 소위 대학교의 평준화이다.
그러나 바칼로레아 합격자들 중에서 상위 그룹은 대학교에 입학하지 않고 2~3년간 ‘그랑제꼴 예과
과정’으로 진학한다. 여기서 입시준비 후 소위 천재학교로 불리는 ‘그랑제꼴’에 지망한다(예능학
교는 제외). 유명 그랑제꼴인 경우 경쟁률이 10∼100 대 일이 된다. 그렇다면 그 많은 불합격자들
은 어떻게 되는가(프랑스에서는 재수까지만 인정). 그들은 일반 대학교의 문을 두드리면 된다. 대학
교에서는 그랑제꼴에 낙방한 학생들의 기초과학 능력이 우수하다고 인정하기 때문에 3학년으로 편입
시켜준다. 물론 그랑제꼴에서 낙방하여 대학교에 입학한 학생들도 계속 공부하여 박사학위도 받고
교수, 연구원이 될 수 있다. 재수생 때문에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이같이 그랑제꼴에 낙방해
도 대학교 3학년으로 곧바로 들어갈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책이 있기 때문이다.
고교우수졸업생들이 4년제 대학교보다 예과에서 더 공부하는데다가 경쟁률이 엄청나게 높은데도
필사적으로 그랑제꼴에 입학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공부한 만큼의 대가가 반드시 따르기 때문이
다. 그랑제꼴에서 수학하는 기간 동안에도 공기업 수준의 월급을 받으며, 졸업할 경우 모두 교수나
연구원, 고등관료, 군장교 등 전문직업에 특채된다. 군대의 문제도 해외대사관에 근무하는 것 등으
로 대체된다. 일반 기업체로 갈 경우에는 대학교 출신보다 봉급이 상황에 따라서는 2∼5배가 넘는
것은 보통이다. 유명 그랑제꼴을 졸업한 20대 중반의 신참이 유명 기업의 회장보다도 더 많은 봉
급을 받는 경우도 없지 않다.
사실 그랑제꼴 출신들이 프랑스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프랑스 사람들 어느
누구도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랑제꼴 출신은 그런 자격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선진국 되기위한 인재양성 방법
한국에서 대부분의 우수한 인재들이 법대나 의대를 지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장래가 보장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경우 법대나 의대는 그랑제꼴이 아니라 일반대학이다(물론 법대와
의대의 경우 대학교 입학은 쉽지만 졸업은 매우 어렵다). 이는 국가에서 어떤 분야의 인재들을 집중
적으로 육성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국에서 과학기술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의 평준화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영재들이 공부할
수 있는 교육기관을 단 한 곳이라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새로운 제도의 특수학교를 세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과 같이 학연, 인
맥들이 얽혀 있는 사회구조에서 전통과 선배들이 없는 신생학교가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므
로 영재교육을 위한 특수학교를 선정해야 한다면 서울대학교나 과학기술원과 같은 기존 학교들을 활
용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필자는 상기 교육기관의 출신이 아님). 물론 이들 교육기관이 왜 선정되어
야 하느냐고 반발하는 사람들은 어느 교육기관을 선정하는 것이 좋은가를 곰곰이 생각하여 그 방안
을 제시하면 된다.
영재 교육은 말로만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를 놀라게 했던 신동이 그의 능력에 맞지 않는 교
육 때문에 결국 범재가 되었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자질이 있는
영재들이 보다 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이 제공된다면 그것은 국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
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소수의 우수 인력에게만 파격적인 지원과 혜택을 주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바
라보는 시각을 버릴 때, 비로소 교육의 형평성 문제는 사라진다. 인재양성이 바로 국가경쟁력이며
또 인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반드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종 호
과학국가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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