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표 칼럼>황우석 사태와 생명산업(2006.01.16)

지역내일 2006-01-16
황우석 사태와 생명산업
성 한 표

“황우석이라는 한 돌연변이 과학자의 사기행각에 온 국민이 속았다. 그러나 이를 파헤친 젊은 과학자들이 있어 우리는 그들에게 희망을 걸 수 있다.” ‘황우석 사태’에 대한 서울 대 조사위원회의 최종 발표가 나온 후 식자들의 의견은 대충 이런 방향으로 정리되고 있는 것 같다. 과학자로서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논문을 조작했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면책될 수 없다. “논문 조작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비판한 정운찬 서울 대 총장의 말 그대로다.
그러나 황우석 사태는 어느 한 개인에 의해 돌출한 논문 조작, 곧 사기사건으로 치부해버려도 좋을 만큼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이것은 생명과학계와 총체적 생명산업, 그리고 사회 각 부문에서 표출되고 있는 엘리트 전문가 집단과 일반 대중의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이라는 맥락 속에서 파악함으로써 비로소 사태의 전모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확인된 사실의 조각들을 모아 볼 필요가 있다.

생명산업의 주도권
우선, 동물의 질병을 다루는 수의대 교수인 황 교수가 인간의 질병에 도전한다는 것에 대한 서울 대 의대 교수들의 불신과 질시가 있다. 의대 교수로서 황 교수 팀에 들어가 있는 안규리 교수가 동료 교수들의 따돌림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로 수의대 교수에 대한 의대 교수들의 엘리트 의식이 심각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생명과학 관련 연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황 교수에게 집중되었다. 이번 사태를 의대 교수들의 황 교수 죽이기와 결부시키는 일부의 추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음, 배아단계부터 생명체로 보는 가톨릭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거부가 강하다. 가톨릭은 배아가 아닌, 성체줄기세포 쪽 연구를 지원하고 있으며, 강남 베드로 병원 성체줄기세포센터 등 가톨릭 계열 기관을 중심으로 상당히 진행되어 이미 임상실험 단계에 들어가 있다. 이 때문에 가톨릭이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음모적으로 견제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배아줄기세포와는 달리 성체줄기세포는 본래 자신이 있던 조직과는 성격이 다른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에 한계가 있어 활용의 범위가 좁다는 것이 문제다. 이에 비하면 배아줄기세포는 몸을 구성하는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어 활용도가 크다. 노성일 이사장의 미즈메디병원팀이 황 교수 연구팀과 합작한 것도 배아줄기세포의 가능성을 더 크게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 이사장은 황 교수와의 합작을 깨고 서로 갈라서는 길을 선택했다. 그 시점이 바로 성체줄기세포 치료제 개발회사인 메디포스트와 미즈메디 병원이 합작하여 동양최대규모의 여성전문 병원과 줄기세포 연구소를 건립한다는 이른바 ‘판교 프로젝트’를 발표한 때였다. 황 교수 사태를 개별사건이 아니라 생명산업 전체의 구도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점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황 교수 팀과 합작한 미즈메디병원 팀이 최선을 다했지만 줄기세포 형성에 실패한 것인지, 아니면 일부 미즈메디 쪽 연구원이 태업을 한 것인지, 또는 황 교수의 주장대로 줄기세포 바꿔치기를 한 것인지를 가려내는 것은 검찰의 몫이다. 과학자로서의 황우석에 대한 사형선고를 내린 서울 대 조사위원회의 발표대로 황 교수가 줄기세포 형성 실패를 알고서도 논문조작을 지시했는지를 밝혀내는 것 또한 검찰의 일이다.

황우석과 연구 성과를 분리해야
그렇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만을 모아 보아도 황 교수 사태의 배경을 관류하는 어떤 흐름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이 흐름을 전문가 집단의 배타적 엘리트 의식과 생명과학 및 생명산업의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 종교적인 견제 작용 등이라고 단정하기에는 확인된 사실이 너무 적지만, 이번 사태를 종합적인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근거는 충분하다.
어떤 관점에서 보든, 과학자로서의 황 교수는 더 이상 생명력이 없다. 이제 황 교수가 무슨 소리를 해도 그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을 정도로 되어 버렸다. 그런데 문제는 황 교수와 함께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의 비전까지도 장사지낼 일은 아니라는 데 있다. 그가 이룬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성과자체까지 무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냉철한 분별력이다. 논문에 대한 논란이 시작되기 전 황 교수의 연구가 조만간 임상실험에까지 이르게 될 것이라는 과장된 프로파간다가 대중의 가슴을 뛰게 했었다. 마찬가지로 이제는 황 교수의 연구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역시 과장된 폄하로 대중의 가슴은 싸늘하게 식고 있다. 관련 학계와 업계는 황 교수와 그의 연구 성과를 분리해서 판단하는 지혜를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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