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수요는 느는데 발급기관은 ‘그대로’
서울보다 인구 많은 경기도 발급처 2곳뿐… 서울 발급건의 50%가 경기도 민원 경기도, 권역별로 발급기관 설치 요구… 외교부, 관련 부처와 협의 중
지역내일
2006-01-19
새벽 6시 서초구청 여권민원과 앞, 여권발급 신청서를 접수하기 위해 벌써 100여명 가량의 민원인이 줄을 서 있다. 운 좋게 205번 번호표를 교부받은 강상욱(36)씨는 출근도 못하고 신청서를 접수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방학을 맞아 여권을 발급 받으려는 민원인이 크게 증가하면서 생긴 풍경이다. 늘어난 발급 물량 중 절반 이상이 성남, 용인 등의 경기도 주민들이 신청한 것이다. 수원에 위치한 경기도 여권민원실이나 해당 자치단체를 통한 발급에 불편해 하는 주민들이 가까운 서울 발급기관을 이용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현재 경기도 주민들도 서울 10개 구청에 설치되어 있는 여권민원과를 이용하면 서울 시민과 같이 7일 이내에 여권을 발급 받을 수 있다. 해당 자치단체를 통하면 최소 1개월 이상 걸린다. 경기도 여권 민원실을 이용하면 똑같이 7일 정도 걸리지만 지역적으로 한쪽에 편중돼 있어 접근하기가 어렵다.
◆경기도 발급기관 부산보다 적어 = 지난해말 경기도 인구가 1067만명으로 서울보다 많은데도 여권 발급기관은 단 두 곳에 불과하다. 수원과 의정부에 여권민원실이 설치돼 있다. 오히려 3곳이 설치돼 있는 부산보다도 적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기도 주민들이 여권 발급을 위해 대거 서울로 나가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9월 30일부터 보안성을 강화한 신여권이 발급되면서 3∼4일에 불과했던 발급 처리기간이 두 배 이상 늘어나 민원인들의 불편이 더 커졌다. 특히 신여권으로 바뀌면서 발급 물량이 30% 이상 준 것도 불만을 가중시킨 요인이다. 1100건씩 처리했던 서초구청은 현재 730건을 발급하고 경기도 여권민원실은 2∼300건이 준 1000∼1100건을 처리하고 있다.
형편이 이런데도 일선 시·군이나 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경기도 여권민원실이나 서울 각 구청 여권민원과는 국가사무인 여권발급 업무를 대행해주는 기관에 지나지 않는다. 여권 발급에 필요한 모든 조직과 예산은 외교통상부가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도는 4년 전부터 부천권과 성남권에 여권발급기관을 늘려줄 것을 외교통상부에 요청했다. 수 없이 건의하고 최근에는 손학규 지사까지 나서 외교통상부 차관을 만났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대답이 없다.
경기도 여권민원실 관계자는 “서울에서 하루 6∼7000건 발급하는 여권의 절반 이상이 경기도 주민들이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울 각 구청에 부과되는 업무량을 덜고 민원인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권역별로 발급기관이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해외여행자가 1000만명을 넘었는데 16개 시·도에 설치된 발급기관은 28곳뿐이다. 여기서 지난해 340만건의 여권을 발급했는데 서울의 10개 발급기관이 170만건 이상을 발급했다.
이 관계자는 또 “외교부도 발급기관을 늘려야 한다는데 공감하면서도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조직과 예산의 주무부처인 행자부, 기획예산처와의 협의가 어려운 것도 아닐텐데 지금도 협의중 이라는 답변뿐”이라고 덧붙였다.
외교통상부는 예산만 확보되면 발급기관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충북 천안, 인천 등에서도 요구하지만 사정이 급한 경기도부터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발급기관 1개소를 여는데 12억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된다. 여기에는 1억원을 넘는 발급 장비 2대와 7∼8명의 인력을 운영하는데 드는 최소한의 경비다.
문제는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여권발급 수입의 범위 내에서 예산을 편성하도록 되어 있어 수 십억원의 예산을 한꺼번에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외교부는 장, 단기적인 대책을 강구중이다.
외교부 여권과 관계자는 “지난 연말 정기국회에 예산을 긴급하게 상정했는데 국회에서 전액 삭감해 발급기관 2개소를 설치하는 것이 무산됐다”며 “발급기관 확대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터라 올해 상반기내에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가접수 방침에 발급기관 반발 = 발급기관 확대에 앞서 외교부는 민원인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6일부터 접수체계 변경과 최저 접수량 할당 대책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 발급 물량에 맞춰 제한하지 말고 오전에 가접수는 받아놓고 오후에 정식 접수절차를 밟으면 접수도 못하고 돌아가는 민원인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발급장비와 인원을 감안한 최적 접수량을 산출, 기존보다 30∼70% 늘어난 접수량을 할당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를 시행하는 기관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특히 서울 각 구청들의 반발이 크다. 지금도 경기도에서 오는 민원인 때문에 7시전에 출근하는데 외교부 지침까지 따르면 폭증하는 업무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범적으로 시행해 본 송파구의 경우 가접수가 오후 2시40분에 끝나 저녁 7시까지 정식 접수를 했는데 겨우 270건밖에 처리하지 못했다. 올해 평균적으로 처리한 573건의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장비 3대를 갖추고 있는 서초구가 발급할 수 있는 최대 발급 물량은 하루 750건을 넘지 못한다”며 “국장들까지 아침 일찍 나와 민원인을 안내할 정도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하루에 850건을 발급하라는 것은 현실을 너무 모르는 조치”라고 밝혔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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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맞아 여권을 발급 받으려는 민원인이 크게 증가하면서 생긴 풍경이다. 늘어난 발급 물량 중 절반 이상이 성남, 용인 등의 경기도 주민들이 신청한 것이다. 수원에 위치한 경기도 여권민원실이나 해당 자치단체를 통한 발급에 불편해 하는 주민들이 가까운 서울 발급기관을 이용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현재 경기도 주민들도 서울 10개 구청에 설치되어 있는 여권민원과를 이용하면 서울 시민과 같이 7일 이내에 여권을 발급 받을 수 있다. 해당 자치단체를 통하면 최소 1개월 이상 걸린다. 경기도 여권 민원실을 이용하면 똑같이 7일 정도 걸리지만 지역적으로 한쪽에 편중돼 있어 접근하기가 어렵다.
◆경기도 발급기관 부산보다 적어 = 지난해말 경기도 인구가 1067만명으로 서울보다 많은데도 여권 발급기관은 단 두 곳에 불과하다. 수원과 의정부에 여권민원실이 설치돼 있다. 오히려 3곳이 설치돼 있는 부산보다도 적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기도 주민들이 여권 발급을 위해 대거 서울로 나가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9월 30일부터 보안성을 강화한 신여권이 발급되면서 3∼4일에 불과했던 발급 처리기간이 두 배 이상 늘어나 민원인들의 불편이 더 커졌다. 특히 신여권으로 바뀌면서 발급 물량이 30% 이상 준 것도 불만을 가중시킨 요인이다. 1100건씩 처리했던 서초구청은 현재 730건을 발급하고 경기도 여권민원실은 2∼300건이 준 1000∼1100건을 처리하고 있다.
형편이 이런데도 일선 시·군이나 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경기도 여권민원실이나 서울 각 구청 여권민원과는 국가사무인 여권발급 업무를 대행해주는 기관에 지나지 않는다. 여권 발급에 필요한 모든 조직과 예산은 외교통상부가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도는 4년 전부터 부천권과 성남권에 여권발급기관을 늘려줄 것을 외교통상부에 요청했다. 수 없이 건의하고 최근에는 손학규 지사까지 나서 외교통상부 차관을 만났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대답이 없다.
경기도 여권민원실 관계자는 “서울에서 하루 6∼7000건 발급하는 여권의 절반 이상이 경기도 주민들이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울 각 구청에 부과되는 업무량을 덜고 민원인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권역별로 발급기관이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해외여행자가 1000만명을 넘었는데 16개 시·도에 설치된 발급기관은 28곳뿐이다. 여기서 지난해 340만건의 여권을 발급했는데 서울의 10개 발급기관이 170만건 이상을 발급했다.
이 관계자는 또 “외교부도 발급기관을 늘려야 한다는데 공감하면서도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조직과 예산의 주무부처인 행자부, 기획예산처와의 협의가 어려운 것도 아닐텐데 지금도 협의중 이라는 답변뿐”이라고 덧붙였다.
외교통상부는 예산만 확보되면 발급기관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충북 천안, 인천 등에서도 요구하지만 사정이 급한 경기도부터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발급기관 1개소를 여는데 12억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된다. 여기에는 1억원을 넘는 발급 장비 2대와 7∼8명의 인력을 운영하는데 드는 최소한의 경비다.
문제는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여권발급 수입의 범위 내에서 예산을 편성하도록 되어 있어 수 십억원의 예산을 한꺼번에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외교부는 장, 단기적인 대책을 강구중이다.
외교부 여권과 관계자는 “지난 연말 정기국회에 예산을 긴급하게 상정했는데 국회에서 전액 삭감해 발급기관 2개소를 설치하는 것이 무산됐다”며 “발급기관 확대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터라 올해 상반기내에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가접수 방침에 발급기관 반발 = 발급기관 확대에 앞서 외교부는 민원인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6일부터 접수체계 변경과 최저 접수량 할당 대책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 발급 물량에 맞춰 제한하지 말고 오전에 가접수는 받아놓고 오후에 정식 접수절차를 밟으면 접수도 못하고 돌아가는 민원인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발급장비와 인원을 감안한 최적 접수량을 산출, 기존보다 30∼70% 늘어난 접수량을 할당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를 시행하는 기관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특히 서울 각 구청들의 반발이 크다. 지금도 경기도에서 오는 민원인 때문에 7시전에 출근하는데 외교부 지침까지 따르면 폭증하는 업무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범적으로 시행해 본 송파구의 경우 가접수가 오후 2시40분에 끝나 저녁 7시까지 정식 접수를 했는데 겨우 270건밖에 처리하지 못했다. 올해 평균적으로 처리한 573건의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장비 3대를 갖추고 있는 서초구가 발급할 수 있는 최대 발급 물량은 하루 750건을 넘지 못한다”며 “국장들까지 아침 일찍 나와 민원인을 안내할 정도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하루에 850건을 발급하라는 것은 현실을 너무 모르는 조치”라고 밝혔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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