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공감(共感)이 필요한 사회

지역내일 2006-01-19
공감(共感)이 필요한 사회
설 동 호 (한밭대학교 총장)

미국의 SF 작가인 필립 K. 딕은 지금까지의 SF 작가 중에서도 폭넓은 철학 지식과 사회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에세이 ‘인간, 안드로이드, 그리고 기계’에서 “합당한 공감(sympathy)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인간은 설계, 혹은 실수에 의해 이를 결여하도록 만들어진 안드로이드와 같다”고 말한다. 그는 ‘공감’을 자신과는 다른 존재까지도 소중하게 여기고 그에게 애정을 느끼는 것이며, 이러한 감정에 기반하는 행동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독특한 특성으로 묘사하고 있다.
무언가에 공감한다는 것-그것은 인간에게 허락된 특권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맹수를 만난 코끼리 무리는 가장 늙은 암코끼리를 내놓고, 그 무리는 자리를 피하는 현상을 보인다. 그들에게 있어 그 방법이 최소한의 희생만을 치르는 방법이며, 이를 통해 무리의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목숨을 바치게 되는 암코끼리는 주저함이 없으며, 다른 코끼리들에게는 죽어갈 암 코끼리에 대한 동정이나 애정은 불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인간사회에서 나타나는 여러 현상들을 보며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릴 수도 있고, 분개할 수 있다. 이러한 반응들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마땅한’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이해되며, 이런 경우 오히려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인간도 아니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인간의 자발적 선택이자 의무
동시에 무언가에 공감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허락된,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인간이 택하는 자발적인 선택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딕이 말했듯이 인간이 무언가에 공감한다는 것은 그것에 대해 일차적인 감정 반응을 보이는 것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이후 그에 대한 반응에서 비롯되는 직접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까지를 의미한다. 그러하기에 누군가 추위에 떨고 있으면 옷을 주고, 누군가 배를 곯고 있으면 음식을 준다. 가정 폭력으로 인해 상처 입은 아이들의 사진을 보면서 사람들은 관련 법제정을 주장하고, 기꺼이 서명을 한다. 전쟁으로 인해 부상당한 군인들의 모습과 소중한 자식을 잃고 절규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전쟁은 없어져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반전 운동에 참여한다. 공감은 단순한 감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유발시키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반응을 연쇄 작용으로 본다면, 이러한 행위는 인간으로서 당연하면서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최근의 우리 사회를 보고 있으면 이러한 ‘공감’의 행위가 줄어든 것은 아닌가, 우리가 ‘인간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감정을 느끼지 못하며, ‘인간으로서 당연한’ 행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된다. 오늘도 뉴스는 유산 문제 때문에 형제를 죽인 사건을 전한다. 주위의 보살핌을 받지 못해 자살한 일가족과 개에게 물려 죽은 어린 소년을 이야기한다. 제도권에 포함되지 못한 채 오히려 내밀리는 노동자와 노숙자, 노인과 아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론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거나 때로는 분개하며 사람들의 무관심과 불합리한 제도를 탓한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이 적극적인 행위로 연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것은 일부 집단의 이야기가 되거나, 곧 더 시급하거나 충격적인 뉴스의 뒤로 사라지게 된다. 게다가 사람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감정이 메마르면서 점점 더 ‘공감’을 상실해 가고 있다. 부유한 가정의 자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보도에 어떤 사람들은 한 젊은이의 이른 죽음과 가족의 슬픔에 공감하기보다는 “돈도 많으면서, 죽긴 왜 죽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인간다움만이 우리의 희망
‘공감’할 수 없으면 인간이라고 할 수 없으며, ‘공감의 띠’가 끊어지면 사회 역시 불행해 진다. 인간은 동종의 인간만이 아니라 동물을 비롯해 다른 미미한 모든 사물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것이다. 비인간적인 욕구를 강요하는 현실 속에서 이제 인간다움만이 우리의 희망이다. 인간다움의 출발은 ‘공감’에 있으며 ‘공감’을 통한 서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 공감의 회복으로 점점 메말라가는 사회를 희망의 사회로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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