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감독국 이갑수 국장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주식 채권 선물시장 발전을 위한 정책수립의 최일선 장으로서 갖고 있는 태생적 고민이다.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책임져야 하는 감독당국의 책임자는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조치가 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된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단적인 예가 지난해 중반 자본시장감독국에서 추진했던 ‘데이트레이딩 규제’에 대한 논란이다. 당시 금감원은 데이트레이딩이 시장교란을 부추기고 개인투자자들이 무분별한 데이트레이딩으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투자자 재산보호 차원에서 적절한 규제책을 마련했다.
이른바 수탁거부권. 개인고객이 주식 위탁매매계좌를 새로 개설할 때 증권사는 해당 투자자가 데이트레이딩에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하고 부적합한 투자자에 대해서는 전산프로그램을 통해 매매주문을 받지 않는 것을 말한다.
증권사들은 전혀 현실성이 없는 방안이라고 반발했다. 개인의 주식투자권리와 선택권을 어떻게 침해할 후 있느냐는 것이었다. 각 증권사들은 데이트레이딩에 대한 위험을 고객들에게 알리는 것은 찬성하지만 수탁거부권을 행사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자본시장감독국의 정책 취지를 평가절하하는 분위기였다.
시장안정을 위한 정책을 수립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정책혼선으로 시장의 힘을 빼버릴 수도 있다. 바로 이점이 이 국장의 딜레마다.
“데이트레이딩에 대한 수탁거부 조치를 검토한 게 지난해 8월입니다. 데이트레이딩이 시장교란을 부추긴다는 시각이 많았죠. 사릴 데이트레이딩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시장완충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데이트레이딩에 대한 규제조치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과 관련한 모든 정책은 시장상황을 살피면서 시행해야 합니다. 시장이 침체돼 있는데 데이트레이딩 규제와 같은 정책을 내놓으면 안돼죠”
몇 안남은 한국투자공사 출신
이 국장은 증권감독원 전신인 한국투자공사 출신이다. 투자공사가 증권감독원과 대한투자신탁으로 쪼개질 때 증권감독원으로 들러와 지금까지 자본시장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섭렵한 금융통이다. 투자공사가 두 개회사로 쪼개질 때 이국장과 같이 증권감독원으로 온 이국장 동기들은 금융감독원에 얼마 없다. 조사총괄국 이춘원 국장, 조사1국에 박태희 국장, 공시감독국 유흥수 국장, 그리고 아직 국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사람이 2명 등 다섯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대한투자신탁으로 간 동기들 가운데 현업에 남아 있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
지난해 동방사건이 터져 금감원 전체가 언론에 질타를 받을 때 이국장 역시 곤혹을 치렀다. 당시 언론은 정현준펀드에 가입한 사람 중 금감원 직원과 이름이 같은 사람이 123명이나 된다면서 금감원 직원들이 무더기로 정현준펀드에 가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그 안에는 이갑수 국장의 이름도 있었다. 금감원 고위층이 정현준과 연결돼 있다는 얘기와 함께였다. 물론 동면이인이었다. 본지 역시 이 국장을 실명으로 거론했다. 그 기사가 나간 뒤 기자가 찾아갔을 때 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따져물었다.
“아니 이래도 되는 겁니까. 이름이 같다고 다 같은 사람입니까. 해도해도 너무하지 않습니까.”
증권거래법의 산 증인
이 국장은 증권거래법의 산 증인으로 평가 받는다. 한국투자공사 시절을 거쳐 증권감독원 그리고 금융감독원으로 증권감독기구가 바뀌었지만 그의 업무는 증권시장 제도와 관련된 것이었다. 금감원 사람들은 이 국장이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높이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내린다. 특히 재무관리에 관한한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해박한 지식을 가졌다는 평이다. 이 국장은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대신 법전공 답게 논리적이고 꼼꼼하다. 금감원 사람들은 그를 ‘일만 하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자본시장감독국 어떤 일 하나
금감원 별동대 자본시장감독국에 있다
자본시장감독국은 자본시장과 관련된 정책을 수립하는 곳이기 때문에 금융정책을 재경부, 금융감독위원회와 업무가 겹친다. 주로 자본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시장이 원활히 작동되록 하는 정책들을 만들어 재경부와 금감위에 건의한다.
자본시장감독국은 주식시장팀 채권시장팀 선물시장팀 정보분석팀 등 네 개팀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시장과 관련한 주요정책들을 고안하는 일을 하지만 정보분석팀은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다. 금감원 내의 정보맨들이 모인 곳이다.
정보분석팀은 금융기관과 상장기업과 관련된 정부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을 한다. 금감원내 ‘별동대’다. 업계 정보맨들이 그렇듯이 이들 역시 언론사 기자들과 움직임이 비슷하다. 정보분석팀원들은 출근하면 은행 증권사 보험회사 등 각자 맡은 출입처로 나간다.
이들이 정보를 수집하는 소스는 시중에 떠도는 정보지도 있지만 주로 사람을 통해서다. 기자들이 각 출입처마다 핵심 취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듯이 이들 역시 각자 맡은 업종별로 취재원 확보에 열을 올린다. 핵심 정보는 역시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나온다. 이들의 취재방식 역시 인간관계에 기본을 두고 있다.
밤에 술자리가 많은 것도 기자들과 비슷하다. ‘따끈따끈’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저녁약속이 필수적이다. 당연히 집안식구들에게 환영받지 못한다. 술 먹고 늦게 들어가는데 누가 좋아하겠는가.
정보분석팀을 이끌고 있는 김형남 팀장은 그래서 1년에 한두번씩 식구들을 위해 ‘속죄의 자리’를 마련한다. 다음부터는 집에 일찍 들어오겠다고 식구들에게 얘기하지만 지키지 못할 약속이다.
주식시장팀은 지난해 거래소시장의 매매제도와 상장제도 개선에 주력했다. 일정 수 이상의 주식종목을 묶어 한꺼번에 매매할 수 있는 바스킷트레이딩제 도입, 시간외 대량매매제도 개선, 중식시장 개장, 데이트레이딩에 대한 수탁거부 기준 마련 등이 지난해 도입된 제도들이다. 또 외국기업 주식을 우리시장에 직상장 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지주회사의 거래소 상장을 위한 제도개선도 주식시장팀에서 만든 제도들이다. 등록심사기능 강화, 공시제도 강화 등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확충 대책도 지난해 많이 나왔다. 법학박사인 조영제 팀장이 팀을 이끌고 있다.
채권시장팀은 지난해 채권전문딜러제 도입을 통한 채권시장 활성화에 주력했다. LG투자증권 등 22개 증권사와 동양종금을 채권전문딜러로 지정했고 채권딜러간 매매중개회사인 IDB를 설립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선물시장팀의 주요업무는 크게 선물시장과 외국인투자관리업무로 나뉜다. 지난해 선물시장팀에서 가장 큰 이슈는 거래소가 갖고 있는 선물시장 이관 문제였다. 주가지수 선물거래소를 부산선물거래소로 이관하는 문제를 놓고 정부와 거래소, 부산선물거래소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가 정부가 이 문제를 2004년 1월 1일로 연기해 수면아래로 내려갔다. 거래소가 갖고 있는 주가지수 이관논란은 다분히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는 문제라 언제든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불거질 공산이 크다.
외국인 투자관리업무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외국인의 주식투자 한도를 30∼40%로 확대한 게 가장 큰 이슈였다. 김병태 팀장이 팀을 이끌고 있다.
자본시장제도 어떻게 바뀌나
주식옵션 3분기 상장 추진
현재 주식시장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제도개선 업무는 크게 두가지다. 주식거래의 결제일을 매매체결 다음 날로 단축하는 ‘익일결제’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매매체결일과 결제일의 분리로 인한 시장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결제일을 단축하려는 국제적 추세에 맞춰 현재 ‘T( 체결일)+2일’인 국내주식시장의 결제일을 ‘T+1일’로 하루 단축하는 것이다.
거래소에서만 하고 있는 매매체결기능 전산시스템을 다른 곳에서도 할 수 있도록 하는 대체거래시스템(ATS)이 도입되면서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증권거래법이 통과되면 감독이나 인가기준을 조만간 마련할 계획이다.
채권시장팀에서는 채권전문딜러제도를 개선해 시장조성기능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시장조성대상 채권의 선택범위를 확대하고 시장조성 의무기간을 단축할 계획이다.
선물시장팀은 상장주식관련 선물의 서물거래법 적용이 2004년 1월 1일로 연기됨에 따라 올 3분기안에 주식옵션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외국인 투자관리시스템의 운영방식 개선을 위해 외국인 투자한도가 없는 종목에 대해서는 거래체결 후에 외국인투자관리 시스템을 거치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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