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6명, 전공과 관계없는 직업 종사
청소년, 1만2천개 직업 중 272개만 관심
인터넷 취업포털 잡링크에 따르면 대학생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자신의 전공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현재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 가운데 58퍼센트가 전공과는 무관한 일을 하고 있다고 보고됐다.
자신의 적성이나 앞날에 대한 희망과 상관없이 오직 성적순으로 ‘붙을 가능성이 있는’ 대학만을 선택한 결과다.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재수생 남윤하(19·서울 서초동)군은 학교와 학과를 선택하면서 적성과 관심보다는 점수를 먼저 고려했다.
“사람들이 전공을 묻지 않고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에만 관심을 두잖아요. 학교가 좀 뒤쳐진다 싶으면 무시하는 빛이 역력하거든요. 그게 싫었어요. 그래서 우선은 폼 나는 학교에 입학한 후에 제 적성에 맞는 공부를 부전공으로 하든가, 학원을 다니든가 하려고요.”
남군의 말처럼 대학입시에서 개인의 적성이나 관심사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점수에 따라 어느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느냐다.
이렇다보니 중간에 학교를 그만두고 다시 대학입시를 치르거나 겨우 졸업한 후에 다시 편입을 준비하는 경우도 많다. 또 1학년을 마치고 도망치듯 군대에 가는 학생들도 부지기수다.
지난해 말잡링크(www.joblink. co.kr)가 대학생 18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1%(985명)만이 ‘전공 선택에 대해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66.1%(1226명)는 ‘다시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면 현재의 전공을 바꾸겠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35.8%(439명)는 ‘적성에 안 맞아서’를 전공을 바꾸고 싶은 이유로 들었다.
대학을 졸업했다 해도 취업문턱에서 많은 학생들이 좌절감을 맛본다. 한 조사에 따르면 대학 졸업 후 취업까지 기간은 평균 11개월가량 걸린다.
어렵게 성공한 취업이지만 전공과 무관한 경우가 많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전공과 관계없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직업에 대한 정보도 턱 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직업 수는 1만2000여개에 달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희망하는 직업의 숫자는 고작 272종류에 불과하다.
◆‘내 길’ 찾은 젊은이들 = 최근 자신의 적성에 맞춰 원하는 학과나 직업학교를 택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은영(43·서울시 신림동)씨 아들도 이런 경우다. 지난해 고3이었던 이씨 아들은 희망하는 학과를 가기 위해 서울대를 포기했다.
대학에 다니다 전공을 바꾸기 위해 다시 입시를 치르는 사람도 많다.
우석대 한의과에 다니는 김영욱(28)씨는 한의학을 전공하기 전에 전자공학도였다. 1학년을 마치고 군 입대를 위해 휴학 중 떠난 배낭여행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발견했다.
김씨는 “배낭여행을 하면서 여러 나라 친구들을 사귀게 됐다”며 “나와 비슷한 나이의 젊은이들이었는데, 인생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태도가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들을 보면서 내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며 “나만을 위한 삶보다는 사회에 기여하고 주변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새로운 선택을 설명했다.
정은주(33·경기도 고양시)씨는 적성에 맞지 않는 직업을 버리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정씨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은행에 취직했다. 취업난 속에서 얻은 안정된 직장이었지만 정씨는 5년 만에 사표를 냈다.
현재 정씨는 편입을 통해 한문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만학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뉴욕에서 의상디자이너로 일하는 박금미(39·미국 앤클라인 디자이너)씨는 대학에서 포르투갈어를 전공했다. 졸업 후 전공과 무관한 증권회사에 취직해 몇년간 직장 생활을 했다. 그녀는 직장생활에서 보람을 느끼지 못하다 결국 사직하고 관심 있던 복장학원에 다녔다. 학원에서 재능을 인정받은 박씨는 뉴욕주립대에 진학했으며 결국 디자이너의 꿈을 실현했다.
◆미래, 성적순 아니다 = 교육컨설팅 업체 와이즈멘토 조진표 대표는 “아이의 진로를 결정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적성을 파악하는 일”이라며 “아이가 어떤 성향이 있는지, 무엇을 잘하고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 다음이 미래를 내다보는 부모의 안목”이라며 “현재 유행하는 학과가 아니라 아이가 사회생활을 하게 될 미래에 유망한 직업이 무엇일지, 그런 직업이 찾는 인재는 어떤 모습일지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미경 리포터
서울시에 살며 고등학교 3학년 아이의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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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1만2천개 직업 중 272개만 관심
인터넷 취업포털 잡링크에 따르면 대학생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자신의 전공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현재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 가운데 58퍼센트가 전공과는 무관한 일을 하고 있다고 보고됐다.
자신의 적성이나 앞날에 대한 희망과 상관없이 오직 성적순으로 ‘붙을 가능성이 있는’ 대학만을 선택한 결과다.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재수생 남윤하(19·서울 서초동)군은 학교와 학과를 선택하면서 적성과 관심보다는 점수를 먼저 고려했다.
“사람들이 전공을 묻지 않고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에만 관심을 두잖아요. 학교가 좀 뒤쳐진다 싶으면 무시하는 빛이 역력하거든요. 그게 싫었어요. 그래서 우선은 폼 나는 학교에 입학한 후에 제 적성에 맞는 공부를 부전공으로 하든가, 학원을 다니든가 하려고요.”
남군의 말처럼 대학입시에서 개인의 적성이나 관심사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점수에 따라 어느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느냐다.
이렇다보니 중간에 학교를 그만두고 다시 대학입시를 치르거나 겨우 졸업한 후에 다시 편입을 준비하는 경우도 많다. 또 1학년을 마치고 도망치듯 군대에 가는 학생들도 부지기수다.
지난해 말잡링크(www.joblink. co.kr)가 대학생 18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1%(985명)만이 ‘전공 선택에 대해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66.1%(1226명)는 ‘다시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면 현재의 전공을 바꾸겠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35.8%(439명)는 ‘적성에 안 맞아서’를 전공을 바꾸고 싶은 이유로 들었다.
대학을 졸업했다 해도 취업문턱에서 많은 학생들이 좌절감을 맛본다. 한 조사에 따르면 대학 졸업 후 취업까지 기간은 평균 11개월가량 걸린다.
어렵게 성공한 취업이지만 전공과 무관한 경우가 많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전공과 관계없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직업에 대한 정보도 턱 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직업 수는 1만2000여개에 달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희망하는 직업의 숫자는 고작 272종류에 불과하다.
◆‘내 길’ 찾은 젊은이들 = 최근 자신의 적성에 맞춰 원하는 학과나 직업학교를 택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은영(43·서울시 신림동)씨 아들도 이런 경우다. 지난해 고3이었던 이씨 아들은 희망하는 학과를 가기 위해 서울대를 포기했다.
대학에 다니다 전공을 바꾸기 위해 다시 입시를 치르는 사람도 많다.
우석대 한의과에 다니는 김영욱(28)씨는 한의학을 전공하기 전에 전자공학도였다. 1학년을 마치고 군 입대를 위해 휴학 중 떠난 배낭여행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발견했다.
김씨는 “배낭여행을 하면서 여러 나라 친구들을 사귀게 됐다”며 “나와 비슷한 나이의 젊은이들이었는데, 인생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태도가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들을 보면서 내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며 “나만을 위한 삶보다는 사회에 기여하고 주변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새로운 선택을 설명했다.
정은주(33·경기도 고양시)씨는 적성에 맞지 않는 직업을 버리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정씨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은행에 취직했다. 취업난 속에서 얻은 안정된 직장이었지만 정씨는 5년 만에 사표를 냈다.
현재 정씨는 편입을 통해 한문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만학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뉴욕에서 의상디자이너로 일하는 박금미(39·미국 앤클라인 디자이너)씨는 대학에서 포르투갈어를 전공했다. 졸업 후 전공과 무관한 증권회사에 취직해 몇년간 직장 생활을 했다. 그녀는 직장생활에서 보람을 느끼지 못하다 결국 사직하고 관심 있던 복장학원에 다녔다. 학원에서 재능을 인정받은 박씨는 뉴욕주립대에 진학했으며 결국 디자이너의 꿈을 실현했다.
◆미래, 성적순 아니다 = 교육컨설팅 업체 와이즈멘토 조진표 대표는 “아이의 진로를 결정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적성을 파악하는 일”이라며 “아이가 어떤 성향이 있는지, 무엇을 잘하고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 다음이 미래를 내다보는 부모의 안목”이라며 “현재 유행하는 학과가 아니라 아이가 사회생활을 하게 될 미래에 유망한 직업이 무엇일지, 그런 직업이 찾는 인재는 어떤 모습일지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미경 리포터
서울시에 살며 고등학교 3학년 아이의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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