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상식과 법을 부정하는 세상

지역내일 2006-01-13
상식과 법을 부정하는 세상

여의도 농민시위 후속보도 두 편에서 느끼는 것은 ‘어처구니없다’는 감상 뿐이다. 시위 과잉진압 문책에 반발해 경찰간부가 청와대에 정모를 반납한 행위는 우리나라 공직사회에 기강이라는 것이 있는지를 의심하게 하였다. 홍콩 당국의 공소취하와 보석으로 풀려난 한국 시위대원이 개선장군처럼 두 팔을 높이 들어 동료들의 환영에 답하는 모습은 ‘법이란 무엇인가’를 되묻게 하였다.
경찰관이 모자를 벗는다는 것은 직(職)을 포기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그러므로 경찰청 소속 현역경감의 모자반납은 자리를 걸지 않고는 할 수 없는 항의다. 그가 주장하려는 경찰청장 문책인사의 부당성과 억울함의 당부(當否)를 떠나, 모자를 반납했으면 그는 마땅히 징계를 받아야 한다.

희생과 손해 각오하지 않은 항의는 용기 아니다
그런 각오로 항의했는데 다행히 청와대와 경찰청이 크게 문제를 삼지 않으니 됐다싶어, 그대로 안주한다면 비겁한 행위다. 희생과 손해를 각오하지 않은 항의는 용기가 아니다. 무슨 일을 해도 손해가 없다면 누군들 그런 일을 못하겠는가.
그는 ‘내 명예를 돌려드립니다’란 제목의 편지를 모자 상자에 넣어 보냈다. 그리고 그 편지를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 온 국민에게 용감성을 홍보했다. 대통령을 그렇게 조롱하고 어떻게 자리에 그대로 앉아 국록을 먹을 것인가. 속 시원하다는 일부의 찬사를 자위의 근거로 삼을 생각인가.
“정당성이 훼손된 공권력이 어떻게 범죄 앞에 설 수 있겠느냐”는 그의 주장은 옳다. 부상당한 전경들의 억울한 사정을 알리려는 그의 입장을 우리가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당국의 태도는 너그러움인지, 귀찮은 문제를 덮어두려는 무사안일인지 헷갈린다. 청와대는 모자를 경찰에 돌려보내고 항의서한은 민원사항으로 처리했다고 한다. 앞으로 이와 유사한 일이 얼마나 더 일어날지, 그것이 걱정이다. 경찰과 군이 나라를 보위하는 두 기둥이라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상식에 일탈하는 경찰간부의 경솔한 언동에 긁어 부스럼을 걱정해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위기에 몰린 농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나 홍콩의 감옥에 갇혔다가 풀려난 사람들의 태도와 표정은, 저렇게 떳떳한 사람들이 왜 그런 일을 당했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했다. 그들은 한국 보도진의 마이크 앞에서 ‘분노’를 입에 담았다. 홍콩 당국이 무고한 사람들을 한 달 가까이 옥에 가두었다는 말이다. 그들의 후원자인 강기갑 의원은 기소된 3명에 대한 증언과 증거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해 12월 홍콩에서 일어난 일을 떠올리면 그것이 얼마나 낯 뜨거운 말들인지 알게 된다. WTO 각료회의가 열린 홍콩에서 한국 시위대는 처음 평화적인 시위로 홍콩사람들의 환영을 받았다. 촛불을 켜 들고 조용히 거리를 행진하는 모습이나, 세 걸음에 한번씩 절을 하는 모습이 좋은 구경거리이기도 했다. 한류의 나라에서 온 농민들이라는 이미지도 우호적인 분위기의 배경이었다.
그러나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돌진하며 각목을 휘두르기 시작하자, 우호의 정이 적대감으로 돌변한 것은 우리가 TV 영상으로 본 그대로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 경찰 저지선을 돌파하려고 폭력을 휘둘렀다면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생각해 보라.

홍콩 폭력시위 무혐의 주장은 온당한 것인가
한류스타들까지 동원된 탄원운동과 정부의 외교노력으로 대다수가 석방되고 3명만이 공소된 ‘배려’ 앞에, 끝까지 무혐의를 주장하는 것이 온당한 일인지 삼척동자도 의아해 할 것이다. 세상 사람이 다 본 폭력이 잘못이 없다면 그들의 법과 상식은 무엇인가.
한국인들이 폭력시위에 다소 온정적인 것은 그럴 이유가 있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인권과 민주를 외칠 때는 심정적 동조가 있어 약간의 일탈이 용인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것이 통하지 않는 시대다. 폴리스 라인을 한 발자국만 넘어도 무자비한 몽둥이질이 가해지는 구미 선진국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질서유지를 위한 공권력의 존엄성은 인정되어야 한다. 아무리 옳은 주장이라도 상식과 법 테두리를 벗어나면 동조를 얻을 수 없는 세상이 돼가는 것 같다.

문 창 재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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