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기술향상으로 환율 내성 강해져
에너지 개발 등 외환보유액 활용 고민해야
“달러화의 만성적 과다공급이 제대로 된 환율형성을 방해하고 있다.”
박희철 외환은행 경제연구팀장은 “연초 원달러 급락은 서울 외환시장이 얼마나 취약하지를 말해줬고 유로 엔화 등에 비해 원화의 ‘나홀로’ 강세는 그만큼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 원인을 이렇게 진단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다른 나라보다 규모가 워낙 작아 펀더멘털보다는 수급에 지나치게 휘둘린다”며 “두 자릿수 수출증가와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순매수가 달러공급위주의 외환시장 구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유가, 국제원자재 가격, 국제 금리 등 각종 변수에 시시각각 변해 환율전망이 어렵다”며 “우리나라는 실물부문 성장에 비해 금융부문 성장이 부진해 외환시장의 거래규모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이나 일본, 홍콩, 싱가포르에 비해 너무 작다”고 지적했다. 홍콩 외환시장의 하루 평균거래규모는 1020억달러로 연간 무역규모의 22.4%인데 한국은 5.4%에 불과하다는 것.
외환시장의 과도한 등락에는 외환당국도 한 몫했다.
박 팀장은 “외환당국의 (환율시장) 개입방법이나 외환정책이 출렁거리는 외환시장에서 힘을 못 쓰고 있다”며 “환율하락=경제위기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수출과 내수의 조화로운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지난 3년간 수출 고성장은 높은 환율을 유지한 덕이며 이 때문에 내수가 희생됐다는 것.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나라 기업들에 환율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IMF 위기를 거치면서 혹독한 수업료를 치르고 체질개선과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을 높였다”며 “97년이후 환율상승기엔 오히려 매출액영업이익률이 떨어졌고 환율하락기엔 상승했다”고 제시했다. 환율 하락부분을 기술향상이 보완, 이제는 내수와 수출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균형을 이룰 때가 됐다는 것이다. 또 그는 “지나치게 달러중심의 외환시장 운용보다는 이종통화 직거래를 활성화하고 교역비중에 걸맞은 이종통화 시장을 구비해야 한다”며 외환시장을 이종통화를 늘려 다양화하는 대안도 제시했다.
◆외환보유액, 양보다 질 중요 = 국내 외환보유액이 2100억달러를 넘어섰다. 여기저기에서 “너무 많은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팀장은 이러한 입장에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반기를 들었다.
그는 “외환보유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할 때”라며 “유지비용이 많이 들어 국민경제에 심각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외환보유액이 너무 많은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문제는 외환보유액의 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처럼 국가 전략차원에서 해외기업 M&A를 시도하거나 수출입 결제과정에서 차액만 수령하는 방식, 강세통화에 대한 LC(신용장) 결제 등으로 외국통화의 다변화를 시도해 볼만 하다”며 “특히 에너지 수입 대금결제와 연계하거나 해외 에너지원 발굴이나 제휴에 활용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로 자금유출을 유도하는 정부정책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그는 “해외부동산 구입이나 유학자금 지급 등을 지나치게 자유화하면 보유외환이 쉽게 축소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팀장은 연초 과도한 환율하락으로 앞으로는 조금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최근 원화강세 움직임이 주춤거리고 이제는 오히려 한물갔다던 네 자리 숫자의 환율이 또 다시 거론되고 있다”며 “3월에 외국인 배당금이 많이 나가고 연초에 과도하게 하락, 고평가된 만큼 반등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은 콜금리 인상 보수적으로 접근할 듯 = 박 팀장은 “우리나라에서는 환율과 금리의 상관관계가 거의 없어졌다”는 박 승 총재의 주장에 동조했다. 또 “환율과 금리는 동전의 양면”이라며 “이론과 실제는 다르며 현실은 금융이 많이 커져 실물을 교란시키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환율과 금리의 상관관계가 사라져 실물과 금융의 연계성이 줄었다는 것이다.
국내 적정금리에 대해서는 “테일러 준칙에 따라 잠재GDP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6.7%수준”이라며 “이를 볼때 적정금리기조에 근접한 것으로 보여 앞으로 콜금리 인상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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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개발 등 외환보유액 활용 고민해야
“달러화의 만성적 과다공급이 제대로 된 환율형성을 방해하고 있다.”
박희철 외환은행 경제연구팀장은 “연초 원달러 급락은 서울 외환시장이 얼마나 취약하지를 말해줬고 유로 엔화 등에 비해 원화의 ‘나홀로’ 강세는 그만큼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 원인을 이렇게 진단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다른 나라보다 규모가 워낙 작아 펀더멘털보다는 수급에 지나치게 휘둘린다”며 “두 자릿수 수출증가와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순매수가 달러공급위주의 외환시장 구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유가, 국제원자재 가격, 국제 금리 등 각종 변수에 시시각각 변해 환율전망이 어렵다”며 “우리나라는 실물부문 성장에 비해 금융부문 성장이 부진해 외환시장의 거래규모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이나 일본, 홍콩, 싱가포르에 비해 너무 작다”고 지적했다. 홍콩 외환시장의 하루 평균거래규모는 1020억달러로 연간 무역규모의 22.4%인데 한국은 5.4%에 불과하다는 것.
외환시장의 과도한 등락에는 외환당국도 한 몫했다.
박 팀장은 “외환당국의 (환율시장) 개입방법이나 외환정책이 출렁거리는 외환시장에서 힘을 못 쓰고 있다”며 “환율하락=경제위기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수출과 내수의 조화로운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지난 3년간 수출 고성장은 높은 환율을 유지한 덕이며 이 때문에 내수가 희생됐다는 것.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나라 기업들에 환율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IMF 위기를 거치면서 혹독한 수업료를 치르고 체질개선과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을 높였다”며 “97년이후 환율상승기엔 오히려 매출액영업이익률이 떨어졌고 환율하락기엔 상승했다”고 제시했다. 환율 하락부분을 기술향상이 보완, 이제는 내수와 수출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균형을 이룰 때가 됐다는 것이다. 또 그는 “지나치게 달러중심의 외환시장 운용보다는 이종통화 직거래를 활성화하고 교역비중에 걸맞은 이종통화 시장을 구비해야 한다”며 외환시장을 이종통화를 늘려 다양화하는 대안도 제시했다.
◆외환보유액, 양보다 질 중요 = 국내 외환보유액이 2100억달러를 넘어섰다. 여기저기에서 “너무 많은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팀장은 이러한 입장에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반기를 들었다.
그는 “외환보유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할 때”라며 “유지비용이 많이 들어 국민경제에 심각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외환보유액이 너무 많은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문제는 외환보유액의 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처럼 국가 전략차원에서 해외기업 M&A를 시도하거나 수출입 결제과정에서 차액만 수령하는 방식, 강세통화에 대한 LC(신용장) 결제 등으로 외국통화의 다변화를 시도해 볼만 하다”며 “특히 에너지 수입 대금결제와 연계하거나 해외 에너지원 발굴이나 제휴에 활용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로 자금유출을 유도하는 정부정책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그는 “해외부동산 구입이나 유학자금 지급 등을 지나치게 자유화하면 보유외환이 쉽게 축소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팀장은 연초 과도한 환율하락으로 앞으로는 조금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최근 원화강세 움직임이 주춤거리고 이제는 오히려 한물갔다던 네 자리 숫자의 환율이 또 다시 거론되고 있다”며 “3월에 외국인 배당금이 많이 나가고 연초에 과도하게 하락, 고평가된 만큼 반등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은 콜금리 인상 보수적으로 접근할 듯 = 박 팀장은 “우리나라에서는 환율과 금리의 상관관계가 거의 없어졌다”는 박 승 총재의 주장에 동조했다. 또 “환율과 금리는 동전의 양면”이라며 “이론과 실제는 다르며 현실은 금융이 많이 커져 실물을 교란시키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환율과 금리의 상관관계가 사라져 실물과 금융의 연계성이 줄었다는 것이다.
국내 적정금리에 대해서는 “테일러 준칙에 따라 잠재GDP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6.7%수준”이라며 “이를 볼때 적정금리기조에 근접한 것으로 보여 앞으로 콜금리 인상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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