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총제 완화로 경제선순환 물꼬 터야

‘1만 달러용’정책틀 바꿔야 투자 일어난다

지역내일 2006-02-22
일자리창출 등 민간 지원없인 양극화해소 요원
외국자본 M&A 공세에 ‘대항마’ 나서기 힘들어
경제성장·규모 맞춰 자산기준 7조 이상 바람직
공자금 투입 기업 인수땐 출총제 적용 제외도

우리경제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소비는 살아나고 수출은 막힘없이 잘된다. 고유가에 환율불안이라는 복병에도 요즘 나오는 경제지표들은 하나같이 밝다. 외국계 한 증권사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6%대까지 점칠 정도다. 비록 서민 체감경기는 아직 한겨울이고 양극화의 골은 깊어가지만 길었던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그동안 부진했던 기업투자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기업 인수합병(M&A)시장엔 매물이 즐비하다. 재계지도를 바꿀 정도의 M&A대어도 적지 않아 기업들에겐 지금이 투자를 일을 킬 호기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투자를 하고 싶어도 ‘출자총액 제한제(출총제)’도 같은 규제정책이 가로막는 게 문제다. 눈앞에 닥친 ‘M&A대전’에서 외국자본에 역차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큰 것도 규제의 잣대로만 들이대는 정부의 기업정책 탓이다.
무차별적으로 밀려오는 외국자본에 대항할 국내자본을 키우기 위해 규제만 강조하는 낡은 기업정책의 틀을 바꿀 때도 됐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요즘이다.
게다가 경제 양극화 해소를 위한 참여정부의 노력도 민간기업의 뒷받침 없인 결실을 맺기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소득만의 양극화라면 정부 재정이나 조세정책 등으로 벌어진 간극을 좁힐 수 있겠지만 구조화된 경제양극화를 해소하기엔 정부만으론 버거운 게 현실이다.
기업 투자를 촉진시켜 일자리를 늘리고 건전소비를 활성화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양극화 문제해결을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기업 투자를 일으키기 위해 정책당국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출총제의 경우 원래 취지를 훼손하지 않고서도 시장상황에 맞춰 개선할 수 있는 여지는 많다. 1인당 국민총생산이 1만 달러도 안될 때 만들어져 지금까지 거의 그대로 틀을 유지돼온 점에서도 그렇다. 우리경제 규모나 성장세는 물론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나라안팎의 경제 환경을 고려 기업정책도 진화해야 한다. 투자를 막는 규제로 대다수 기업이 꼽고 있는 출총제부터 손질하는 것이 기업정책 진화의 시작인 셈이다.
◆대기업 통제수단으로 유지 = 출총제는 대규모기업집단의 무분별한 계열기업 확장과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지난 87년 4월 도입됐다. 당시엔 다른 기업에 출자할 수 있는 출자총액을 순자산의 40%로 제한했지만 95년 한도액을 25% 범위내로 줄이며 규제 강도를 높였다.
지난 97년 11월 IMF(국제통화기금)사태가 발생하고 같은 해 12월 정권교체(문민정부서 국민의 정부로)가 이뤄지면서 국가 위기 타개를 위한 대책으로 외국인 출자한도를 폐지하면서 출총제도 전환점을 맞는다.
외국자본은 국내에서 마음대로 적대적 M&A를 할 수 있었지만 국내 30대 기업집단은 출총제에 묶여 국내 기업 출자는 고사하고 경영권방어에도 힘겹게 됐기 때문. 정부는 98년 2월 비상경제대책위원회를 열고 출총제를 폐지하기에 이른다.
출총제 폐지후 대기업집단 계열사간 출자가 늘어나고 내부지분율이 크게 증가한다. 동일인이 적은 지분으로 많은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는 폐해도 생겨난다. 계열사간 연결고리도 형성돼 일부 계열사의 부실이 전체 기업집단의 동반 부실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선단식 경영도 다시 고개를 드는 등 여러 가지 폐단이 발생하게 되자 정부는 99년 12월 출총제를 다시 부활시킨다. 지난 2001년엔 순자산의 25%를 초과해 다른 국내기업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하는 것을 금지시키되 한도초과출자는 1년 안에 해소하도록 유예기간을 준다.
그러나 국내경기 침체의 장기화, 증권시장 위축 등을 고려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비판여론이 일자 정책운용의 묘를 살려 2002년 출총제 예외인정 범위를 확대한다.
출총제는 이처럼 경제상황과 여건, 그리고 정권에 따라 내용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대기업집단을 통제하고 견제하는 정책수단으로서 근본 틀은 그대로 유지돼 온 셈이다.
◆경제규모나 투자여건 고려해야 = 정부는 지난해 출총제 적용 대상 기준을 총자산 5조원에서 6조원으로 높였다. 당시 재계는 자산기준을 넓혀 준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우리경제 규모나 성장추세 등을 고려하면 현실과 여전히 동떨어진 기준이라며 아쉬워했다. 실제 총자산 5조원을 출총제 적용기준으로 도입했던 지난 2002년에 비해 2004년 GDP(국내총생산)는 15% 이상 늘었다. 또 1인당 GDP의 경우 99년 출총제 부활때 9400달러에서 2004년 1만4000달러, 2005년 1만7000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경제규모는 커졌다.
때문에 재계는 현행 자산 6조원인 출총제 기준을 경제성장세에 맞게 GDP의 1%(7조2000억원) 내지 2%(14조4000억원)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력집중 문제도 자산총액 20조 이상인 상위 10대그룹의 자산총액이 22개 기업집단 전체의 80%를 점유하는 만큼 이들만 관리해도 규제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와 함께 내외 경제여건과 외국자본의 무차별적 공세를 고려 적어도 공적자금 투입 기업을 인수할 경우엔 출총제에서 예외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단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이 종료된 후 2007 대기업정책 전반에 대해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재계는 미세하지만 과거와는 달라진 정부 출총제에 대한 시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개선방안을 확정하더라도 법령이 개정되기까지 많은 시일이 걸려 외국자본의 적대적 M&A 공세에 대응하기엔 시간이 촉박하다는 지적이다. 당장 외국자본의 대항마를 키워야 하는 데 절차상의 문제로 자칫 실기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정부 안에서도 최근 들어 시장 선진화태스크 포스팀에서 출총제를 비롯 개선이시급한 기업정책을 검토할 수 있다며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출총제의 경우 필요하면 보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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