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화섭 칼럼>남북한의 세계화 해법(2006.02.07)

지역내일 2006-02-07
남북한의 세계화 해법
권화섭

남북한의 체제경쟁은 경제학적으로 자유시장경제와 사회주의 계획경제 간의 희귀한 ‘자연적 실험장’을 제공했다. 그 승패는 이미 지난 1970년대 초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북한의 지배계층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러시아와 동구 위성국가들이 일제히 시장경제로 체제전환을 한 이후 오늘날까지 당초의 폐쇄적인 계획경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그들은 어째서 외부세계의 발전를 외면하며 절대적 궁핍을 감수하고 있는가?
남한의 지배계층은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승리하고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개발 사례로 칭송받으면서도 과거의 비민주적 정치 행태에 대한 자괴감과 경제적 양극화 현상을 둘러싼 논란으로 시장경제에 대한 의구심과 반기업 정서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렇지만 세계화 경제에 너무 깊숙이 빠져든 현실 때문인지 한편으로 경제양극화를 해소하겠다면서 다른 한편으로 그 양극화를 한층 더 악화시킬 수 있는 미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선언하고 나섰다. 도대체 세계화 경제에 대한 그들의 진심은 무엇인가?

북한 지도층의 개방의지 기대할만
미국 MIT의 애서모글루(Daron Acemoglu) 교수는 남북한 지배계층의 모순적인 행태를 스스로의 권력유지를 위한 결정으로 설명한다. 이념과 체제를 가릴 것 없이 모든 정치 세력은 국가의 부강과 민생의 평안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정치 엘리트들의 그러한 말은 항상 허언(虛言)일 뿐이고 실제로는 스스로의 권력유지를 위해 경제적으로 나쁜 제도와 정책을 선택하고 고수한다고 애서모글루 교수는 존슨(Simon Johnson, MIT) 및 로빈슨(James Robinsom, UC 버클리) 교수와의 공저인 “장기적 성장의 기본 요인으로서의 제도”에서 밝혔다.
그에 따르면 권력의 위계구조에서 최정점에 있는 정치 엘리트들은 법적 권력(de jure power)를 통해 정치제도를 지배하며, 다시 이를 통해 자원의 배분과 생산 방식을 결정하는 경제제도를 지배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그들은 민중의 저항이나 기업과 노조, 시민단체 등 사실상의 권력집단(de facto power)의 견제를 받게 되는데 이 집단들은 서로간의 이해충돌로 인해 최선의 제도에 합의하지 못한다. 바로 이 허점을 틈타 정치 엘리트들은 비록 경제적으로 실패한 제도일지라도 스스로의 권력유지를 위해 기존의 제도를 고수한다는 것이다.
구 소련과 위성국가들의 체제전환은 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으로 스탈린주의를 고수해온 과거의 지배계층이 완전히 몰락함으로써 가능해졌다. 중국의 경제적 개혁과 개방은 등소평 한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1950년대 말부터 70년대 중반까지 지속된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이라는 중국식 사회주의 실험이 3000만 명 이상을 굶겨죽이는 일대 비극을 연출하며 모택동주의를 추종해온 지배계층이 완전히 몰락함으로써 가능해졌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정치적 지배계층의 자발적 승복에 의한 영국의 명예혁명과 같은 체제전환이 지극히 희귀한 사례라는 점을 말해준다.

남북한 경제협력이 최선의 해법
미국의 대외적 경제력 확대를 목표로 하는 신자유주의의 결과물인 경제 세계화 추세는 20세기 마지막 20년간 급속히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오늘날 그 테두리를 벗어나 있는 나라는 북한과 쿠바 등 극소수에 불과한 상태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최고실권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연초 중국의 경제개혁을 시찰하고 그 기록을 ‘경제 따라잡기’라는 TV프로로 북한 주민들에게 방영한 사실은 어쩌면 역사적으로 희귀한 경제적 명예혁명이 북한에서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동시에 노무현 정부의 대미(對美) FTA 협상 결정은 남한의 현 지배계층 내부의 이념적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의 세계화 편입이 가속화 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인식의 결과로 간주할 수 있다.
한 나라의 경제체제를 평가하는 두 가지 기준은 GDP 성장률로 나타나는 경제적 효율성과 자원배분의 공정성이다. 북한경제는 빈곤의 평준화를 벗어나기 위해 경제적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개혁이 시급하다. 남한경제는 성장잠재력의 약화를 극복하면서 빈부격차와 산업간 불균형 등 경제적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는 한층 복잡한 개혁을 실현해야 한다. 이러한 남북한의 경제상황은 대외적 세계화가 아닌 대내적 세계화, 즉 남북경제협력을 통해 가장 이상적으로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문제는 과연 그것이 남한은 물론 북한 지배계층의 권력유지 목적과 어떻게 합치시키느냐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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