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표 칼럼]관료사회 고질 드러낸 골프 파문

지역내일 2006-03-06
관료사회 고질 드러낸 골프 파문
성한표 (언론인 전 한겨레신문 논설주간)

잊어버릴 만하면 계속 터지는 골프 물의에도 불구하고 완강히 버티던 이해찬 국무총리가 결국 거센 여론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 총리는 지난 4일 저녁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화로 ‘사실상의 사퇴의사’를 밝히고 다음 날인 5일 공보수석을 통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사과를 통해 그는 철도파업이 시작된 지난 1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인들과 골프를 친 것을 ‘사려 깊지 못한 처신’이라고 스스로 인정했다.
노 대통령이 그를 해임할 것인지 여부는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이 끝난 뒤에 결정될 것이지만, 이 총리는 이제 총리 직이 아니라 공인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에도 힘겨울 정도로 면목을 잃었다. 그는 매스컴에 의해 ‘재야 운동권’에서 ‘필드 운동권’으로 옮긴 골프총리, 이 총리의 ‘오불관언’ 골프, 이 총리의 ‘무감각형 자기애’ 등의 표현으로 매도되기에까지 이르렀다.

거짓말에 변명에 항변까지
그러면 이것으로 이 총리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사후처리가 끝났는가? 이 총리의 처신이 개인의 돌출적인 일탈 행동이라면 그의 사퇴로 모든 문제는 끝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처신은 돌출적인 일탈이라기보다는 매너리즘에 빠져 무감각해진 관료사회의 연장선에서 나왔다고 보는 것이 사실에 더 가깝다. 관료사회의 무감각하고 무책임한 모습은 이 총리의 행동을 감싸는 그들의 말 속에서 뚜렷이 드러났다.
이 총리의 3월 1일 골프에 대해 물의가 일어나자 총리실 쪽은 2일 이 골프 모임의 성격을 ‘부산상의 신임 임원들과의 상견례 겸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날 총리와 함께 골프를 친 기업인들의 면면이 밝혀지면서 총리실의 설명이 거짓이었다는 사실이 바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것은 그들이 모시는 총리를 보호하려는 충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이런 식의 거짓말은 관료사회에 익숙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파업대책은 전날 세워 놓았으니, 총리가 그날(3월 1일) 해야 할 일이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총리실 관계자의 말은 총리를 보호하기 위한 거짓말이라기보다는 사태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얕은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대책은 이미 세워놓았으니, 총리가 검토할 서류나 주재할 회의는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서류를 검토하거나 회의를 주재하는 것만이 총리의 업무가 아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총리의 역할은 이날 총리도 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파업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일이다. 파업에 대처하는 정부 상황실에 들러 공무원들을 격려하고, 3·1절에도 일터로 나와야 하는 시민들이 만원 지하철을 타려고 아우성치는 현장에 찾아가는 일이다.
지난 3일 국회 답변에서 나온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발언 역시 그의 사태 인식이 어떤가를 드러냈다. 그는 “같은 장소, 같은 시기에 등산을 하면 우리 사회에서 아무도 시비를 안 하던데 왜 골프를 하면 반드시 문제가 될까”라고 문제제기를 했다. 일단 문제가 불거졌을 때, 등산보다 골프 쪽이 더 심한 비난을 받는 것은 골프가 아직 많은 비용이 드는 사치한 운동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대로 골프인구가 200만이라고 해도 골프를 치지 않는 성인이 그 열배는 된다. 게다가 3·1절이자 파업 첫날에 이 총리가 골프를 친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가 업무와 상관없이,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를 하루 종일 떠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시간 그가 골프가 아니라 하루 종일 등산을 하고 있었다고 해도 부적절한 처신으로 비판 받았을 것이다. 골프가 문제로 불거지는 것은 공직자들이 국민들이 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 골프를 치기 때문인 것이다.

절제 미덕 결여된 권력
게다가 이 총리의 태도는 자신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인식에 착오가 일어나 있음을 스스로 말해주었다. 국회에 나오기만 하면 야당의원들과 싸우고, 이들을 훈계까지 하곤 하던 그는 2월 28일 또다시 야당 의원들과 격하게 충돌했다. 야당 의원이 “국민을 대표해서 의원이 질의를 하면 듣고 나서 이야기를 하라”고 충고하자 “나도 의원이고 총리기 때문에…”하면서 다시 항변했다. 아무리 의원 겸직 총리라고 해도 국회에 나와 국무위원으로서 답변 석에 서면 의원임을 잊고, 국무위원으로서의 위상에 충실해야 한다는 상식을 그는 수시로 무너뜨렸던 것이다.
총리와 주변 인물들의 태도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면서도 그 권력에 걸맞은 절제의 미덕은 결여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여기서 말하는 절제란 보통사람들이 추구하는 생활의 재미를 보류하는 것으로 권력에 대한 대가이다. 절제 없는 권력, 이것이 바로 총리를 정점으로 구축되어 있는 관료사회의 고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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