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붕괴' 대안 있다

모둠(두레) 활동 통해 '참여'와 '자율' 익혀가는 아이들

지역내일 2001-02-11
20여 년 전 추억으로
학창시절은, 인생에 있어 가장 많은 추억거리가 존재하는 시기이리라. 틈만 있으면, 앞뒤로 옆으로 고개를 돌려 재잘거렸던 것 하며, 친구랑 더 친해지려고 서로 싸우고, 또 간혹 삐치기도 했던 그 일상까지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세월이 많이 흘러서일까?
민락 중학교 주희선 교사(32)를 만났을 때, 다시 20여년 전을 거슬러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의정부시 민락동 민락단지 내 민락 중학교는 신설 학교다.

'학교운영 계획서' 제출
작년에는 1학년 그리고 올해는 2학년 5반 담임을 맡고 있는 주 교사. 주 교사는 매년 담임을 맡을 때마다, 신학기 초에 '학급 운영 계획서'를 반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학부모에게도 보내면서 학기를 시작한다. 해마다 하는 학급 운영 계획서'를 올해에는 출산 때문에 미루었다. 그래서 조회나 종례시간을 '학급 자치'시간으로 활용했다.

학급자치 시간 활용
"신 학기가 되면 아이들이 서로 낯설고 하니까, 판치기 놀이--동전을 책상위에 올려놓고 탁 쳐서 동전이 뒤집히면 가져가는 일종의 도박(?)놀이--를 많이 해요. 그 걸 빌미로 아이들과 함께 조회 시간때 학급 회의를 합니다. 그러면 그 회의 자리에서 학급 규칙을 만들자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죠."
선생님이 일상적으로 바라는 사항--교실 안에서 뛰어 다니지 말기, 판치기 놀이 하지 말기--들이 아이들 스스로의 회의를 통해 반 규칙으로 통과된다. 보통 조회나 종례시간이 선생님들의 전달사항을 전달하거나 청소 검사 등으로 소요됐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아이들의 문집』에서의 반응
이와 같은 방식의 효과는 아이들의 반응에서 확인된다. 주교사가 담임을 맡았던 1학년 반 아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아이들의 문집』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우리 반의 조회와 종례에는 반 친구들이 직접 사회를 보며--돌아가면서--
우리 스스로가 운영하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친구들의 생각도 알수 있고
아침에 서로 인사를 나누며, 발표력도 기를 수 있으며, 또 우리들에게 자신감을
준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으며, 종례시간 때는 단전호흡과 명상을 통해 하루
를 반성할 수 있어 좋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하여 첫 담임 선생님께서 '두레'라는 것을 만드셨는데 왜 그렇게 운영
하시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어요. 더구나 모자라는 것이 많은 제가 하나의
두레를 이끈다는 것도 정말 행복했어요. 그리고 반 친구들이 두레장을 중심으로
행사 때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구요.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어른이 된 것 같은 책임감도 느끼게 되었고….』

모둠(두레)활동 중시
이와 같이 아이들이 보는 주 교사는 뭔가 다르고 신선했다. 주교사는 학급 자치활동에서 모둠(두레)활동을 가장 중시한다
반 아이들 전부가 총무, 학습, 독서, 환경, 바른생활, 신문부등의 모둠으로
구성돼 아이들은 이 모둠 속에서 자기의 역할을 찾게 된다. 한 모둠에서 '골든 벨을 울려라'를 시험 기간 때 한 적이 있었다. 모둠 회원들이 각자 한 과목을 맡아서 좋다고 생각되는 문제를 20-30문제를 뽑았고, TV에서 방영 하는 대로 했다. 이렇게 해서 아이들은 시험공부도 하고 반 친구들에게 서로 도움이 되기도 했다.
물론 상품으로는 사탕 등 가벼운 물품이 수여된다. 이와 같은 두레활동 후에는 두레일기를 쓰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아이들과 선생님과의 대화는 더욱 더 깊어진다.

"왕따를 당하지는 않았죠"
그리고 또 하나 주 교사는 아이들이 서로를 배려하게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신경을
쓴다.
"반 아이 중에서 시도 때도 없이 끼어드는 아이가 있었어요. 아이들이 그 아이를 싫어 할 만도 했죠. 그런데 체육 대회때 그 아이 아빠가 오셨는데 그 아이를 바라보는 눈길이나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너무나도 따스하게 보였습니다. '아! 저 아이도 집에서는 저렇게도 소중한 자식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죠.
그래서 다른 아이들에게 그 아이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얘기하여 주었어요. 그런 결과인지는 몰라도 그 아이는 반 아이들로부터 왕따를 당하지 않았어요"

가출한 아이 연락해 와
아이들의 개성은 다양하다 다양한 만큼 여러가지 문제들이 많이도 생긴다. 조이면 조이는 대로 문제가 발생한다는 주 교사는 그래서 아이들에게 적당한 범위 내에서는 아이들 하고 싶어 하는대로 '허용'을 한다. 그러다 보니 가출하는 아이도 담임한테는 연락을 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많이 밝아졌대요. 더러는 너무 시끄럽다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순종하는 아이보다는 자기의견을 말하는 아이들이 더 좋다. 또한 시간이 걸려 그렇지 대부분의 학급 문제들은 아이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려 준다.

자율적 해결의 기회를
학급 게시판에 게시물이 떨어져 있으면 '어 저기 게시물이 떨어졌네'라고 한 마디만 해 주면 반 아이들 중 누군가가 붙여 놓는 식이다. 요즘 아이들은 '평등'하다는 것을 획일적인 '평등'으로 받아들인다.
"저는 아이들이랑 이 문제는 꼭 한 번 짚고 넘어갑니다. 아이들이 자주 하는 말이 '차별'하지 마세요.인데 제가 주는 주제는 '빵 하나를 다섯명이 나누어 먹으면, 어떻게 할까? 예요.
배 부른 아이는 안 먹어도 되지만, 3일을 굶은 아이라면 다 먹어도 괜찮다는 의견을 제시합니다."라는 주 교사는 여견(형편)에 맞도록 하는 것이 '공평"이라고 아이들에게 강조한다.

출산 비디오 방영
올 4월에 출산을 했는데, 이로 인해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갖지 못한 게 아쉽다는 주 교사는 직접 본인의 출산 비디오를 아이들에게 보여줄 정도로 의식이 깨여 있다.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구체적으로 아이들 반응을 물어 보진 못했지만 '성교육'을 하시는 양호 선생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다른 반 아이들보다 반응이 훨씬 좋았다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
"민락 중학교는 다른 학교 때보다 반응이 좋아요" 다른 학교에 근무했을 때에는 주 교사의 이런 학급 운영 방식이 냉소적인 반응을 일으켰던 데 반해, 민락중학교 분위기는 '같이 하자'는 분위기가 더 많아 힘이 난다. 또 두레 일기를 본 교장 선생님도 적극 권장하기도 하고….

존경받는 선생님들
마지막으로 아이들 성적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고 하자, 아이들 성적은 중간 정도이지만 담임 선생님의 과목인 '수학' 과목 만큼은 1등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선생님의 '열린 사고'로 인해 아이들에게 많은 변화가 있음을 느낀다. 서로 서로 협동하면서, 서로의 얘기에 귀 기울일 줄 알고,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 나가는 그러한 모습이 느껴진다.
너무도 빠르게,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아이들의 사고방식 또한 지난날의 우리 세대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인터넷 속도처럼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 속에서 주 교사 뿐 아니라 보고싶고 또 존경하고 싶은 부모와 같은 선생님이 아주 많아지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배 순선 리포터 quongp@yahoo.co.kr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