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극과 극을 넘어서

<내일시론>

지역내일 2001-02-12
<내일시론>극과 극을 넘어서
장명국/본사 운영위원장

최근 대우·동아건설의 분식회계가 시중에 화제가 되었다. ‘세계경영’의 신화, 리비아 수로건설의 대역사 등 갖가지 극찬을 받던 주역들이 하루아침에 난도질 당하고 있다.
지금까지 노동자들은 항상 기업주가 돈을 떼어먹으려고 장부를 조작해 이익을 축소하며 심지어 흑자를 적자로 바꾼다고 믿었다. 그런데 발표된 것은 이들 재벌이 몇조 몇천억을 부풀려 이익을 낸 것으로 둔갑시켰으니 전혀 뜻밖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은행에서 돈을 꾸기 위해, 또 흑자났다고 해야 월급쟁이 사장들이 자리를 유지할 수 있으니, 또 폼도 잡아야 하니 그렇게 했다. 조작이라도 흑자가 났으니 노동자의 임금도 꽤 인상되었다. 지난날은 그런대로 노사 모두가 ‘해피’했다.
그런데 노동자는 사용자를 못믿고 사용자는 노동자를 못믿는 극단으로 나가고 있다. 한때 평생직장이 유행하더니 지금은 모두가 밥줄이 끊길 각오를 하라고 야단법석이다.

흑백논리 판치게 하는 극단의 논리들
지난날 연공서열이 중요하고 단계를 밟아 올라가야 한다고 인사규정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경험많은 것이 ‘죄’처럼 되어버렸다. 대신 전체를 책임지기에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외계인’들이 각 조직의 최고책임자로 등장하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 증시상승률이 세계제일이더니 급락세도 세계제일이다.
언론이 성역이다가 갑자기 모든 언론이 세무조사를 받는 극단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언론도 일반기업처럼 매년 몇 회사씩 세무조사를 받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여당할 때 주장과 야당할 때 주장이 180도 다르니 국민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여당은 모든 게 잘되어가고 있다고 하고 야당은 아무 것도 되는 게 없다고 맞서고 있다.
‘정통 민주야당’의 동지였던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극과 극으로 치닫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모든 게 극과 극이다. 그러니 혼란뿐이다. 어른들이 만들어가는 기성사회가 이처럼 극과 극인데 청소년들이 예외일 리 없다. 지난해 ‘엽기’라는 유행어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휩쓸더니, 올해는 인터넷 자살·폭탄 사이트에 이어 살인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극단은 극단을 낳는다. 극좌는 극우를 부른다. 극과 극은 사고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사회를 대립으로 치닫게 한다. 극과 극은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과 지켜야할 원칙과 기준자체를 흔들어 버린다. 극과 극의 대립은 지난날의 원한을 심화시키고 흑백논리만 판치게 만든다. 당연히 동지 아니면 적이라는 식의 편가르기만 있을 뿐이다. 서로를 죽이는 흑색선전과 유언비어 부풀리기가 난무하게 된다.
그러나 원래부터 극과 극의 대립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권력과 금력을 놓고 싸우다 보니 극과 극의 대립이 일어난다. 자리에 앉거나 돈을 버는 데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방법에 따른다면 대립은 없어진다. 삼척동자라도 아는 민주주의의 원리, 즉 다수가 소수를 존중하고 소수가 다수의 의견을 따를 때 투쟁은 없어진다.
정권재창출이니 정권교체니 하는 대립도 아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자천타천으로 대권을 꿈꾸는 9룡들이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후보에게 모두 힘을 모아준다면, 여당이 지금처럼 정권재창출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고, 국민을 혼란하게 하는 꼼수를 부릴 필요가 없다.

상식 통하는 중용의 뜻 되새길 때
야당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바라는 정치를 선보이면 된다. 정권교체를 꼭 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벗어나 마음을 비우면 국민이 선택할 폭은 그만큼 넓어진다. 하지만 지도층, 특히 정치인들이 극과 극을 달리니 경제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이게 우리 현실이다.
돈싸움도 마찬가지다. 시장에서 소비자·고객들이 선택하게 하면 된다. 서비스 좋고 질좋고 값싸면 당연히 잘팔려 돈이 벌린다. 시장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도록 정부와 국민들이 분위기를 만들면 된다. 기업내부도 마찬가지다. 성실과 능력으로 선의의 경쟁을 하도록 하면 된다. 어찌보면 극과 극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이렇게 단순할 수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뿌리내리면 된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단순한 원리를 생활화하면 된다. 극과 극 대신에 건전한 상식이 통하는 중용의 의미를 되새겨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장명국/본사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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