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암각화 선사문화전시관 건립 논란

“선사인 숨결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지역내일 2006-02-13
울산시-시민단체 ‘마음’ 모아
천전리-반구대 탐방로 정비도

12일 오후 최근 논란에 휩싸인 반구대암각화(국보 285호) 선사문화전시관 예정지 일대를 찾았다.
안내자 없이 반구대암각화 유적지를 찾아가는 길은 그리 쉽지 않았다. 차량 네비게이션도 정확한 접근로를 몰라 오락가락, 결국 10만분의 1 도로지로를 보고 경부고속도로 언양 IC에서 내렸다.
언양에서 경주 방면으로 가는 35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갔다. 10분 정도 지나 오른쪽으로 ‘반구대암각화’라는 짙은 밤색 표지판이 나왔다.
4차선 국도에서 표지판을 보고 우회전을 했는데, 초반부터 험로가 이어진다. 경부고속철(공사중)을 횡단하는 산길은 아예 왕복 1차선 오르막길이다. 언덕을 넘어서면서 좁은 2차선 포장도로가 나왔다.
군데군데 덜 녹은 눈길을 내려가니 주차장이다. 그런데 주차장에는 관리인도, 주차된 차도 없다. 주차장을 지나서 내려가는 차가 있어 따라 내려가니 오른쪽으로 ‘선사문화전시관’ 건립 예정지가 나타났다.

◆기본시설 공사 이미 시작 = 이곳에는 예전에 식당이 있었는데, 울산시에서 토지를 매입했다고 한다. 현재 선사문화전시관 건립을 위한 기본시설 공사가 진행중이다.
한국암각화학회를 비롯한 10개 역사 관련 학회와 단체는 반구대 암각화 선사문화전시관은 현 주차장 외곽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단체 대표들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대곡리 선사문화전시관은 반구대 암각화 유적으로 흘러 들어가는 대곡천 상류지점에 위치해 있어 수질 오염과 생태계 교란이 우려된다”며 “전시관의 외양이나 내용도 문제일 수 있는데, 울산시가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검토 의견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암각화학회 박희현 회장(서울시립대), 한국미술사학회 한정희 회장(홍익대), 한국사연구회 노태돈 회장, 한국고대사학회 김태식 회장 등이 참석했다.
여기에 대해 울산시는 11일 선사문화전시관 건립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사문화전시관은 이미 예정부지에 대한 문화재 시굴조사를 마치고 실시설계 중이며 오는 3월 착공할 예정이어서 이전 논의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대곡천 수질 오염 문제에 대해서는 오수 방지시설을 설치하는 등 완벽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울산시는 지난 2002년부터 135억원을 들여 선사문화전시관 건립과 선사문화산책로 조성 등의 ‘반구대 암각화 주변 문화관광자원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산책로는 지난해 완공했고 전시관은 건평 470평 규모로 오는 3월 착공, 내년말 완공 예정이다.

◆반구대 안에 들어선 각종 시설물들 = 선사문화전시관 부지에서 반구교를 건너 600미터 정도 가니 식당 앞에 차들이 빼곡하게 세워져 있다. 관람객들은 보통 여기서부터 반구대 암각화까지 도보로 이동한다.
요즘 보기드문 최저수위 탓에 반구대 암각화는 완전히 물 위에 드러나 있었다. 어설픈 징검다리를 건너 암각화가 있는 바위 6미터 앞 강바닥까지 접근이 가능했다.
가까이서 본 암각화는 지난 여름의 흔적인듯 누런 황토뻘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사연댐 만수위 때는 암각화 위까지 물에 잠긴다고 한다.
울산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대곡천 상류에 ‘대곡댐’을 건설했다. 대곡댐에 물을 채워두면 사연댐의 수위를 낮게 운용하면서 1년 내내 일정한 유지용수를 공급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1년에 8개월 이상 물 속에 잠겨 훼손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 문제도 한결 나아진다는 게 현장 관리인의 설명이다.
반구대암각화에서 돌아 나오는 길, 이 일대의 각종 민간 시설들이 눈에 들어온다. 여느 관광지에나 있는 토속주점이며, 팜스테이(민박) 등이 이미 유적지 일대를 차지하고 있다. 주차장에 차가 없는 것은 이런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차를 타고 여기까지 오기 때문이었다.

◆낭떠러지를 오르내리는 탐방로 = 다음날 국보 제 147호로 지정된 ‘천전리 각석’을 찾았다.
대곡천 북쪽 입구를 통해 바로 가는 방법도 있지만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을 잇는 도보 탐방로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반구교를 건너 바로 180도 좌회전을 하면 100미터 정도에 ‘천전리 각석 1km’란 이정표가 나온다. 여기서 약 400미터는 진흙다짐으로 포장된 산책로다.
그런데 포장 산책로가 끝나면서 길은 등산로에 가까운 ‘얼어붙은 산길’로 바뀐다. 곧이어 가파른 낭떠러지를 가로지르는 다리와 난간을 통과해야 했다.
문제는 천전리 각석이 이 낭떠러지 위에 있는 게 아니라 건너편 강변에 있다는 것.
탐방로는 다시 난간과 계단을 내려가 강변 아래로 이어졌고 결국 상류에서 콘크리트 다리를 건너 천전리 각석으로 가야 했다. 산책로 끝부분에 이런 다리가 있다면 위험한 낭떠러지를 오르내리지 않아도 될 텐데 …
천전리 각석에서 근무하는 문화유산 해설사 이양우씨는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이 새겨졌던 선사시대의 느낌을 살리는 방식으로 관광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시와 학계, 문화재청이 서로 다투지 말고 마음을 모아 전시관도 만들고 반구대와 천전리를 잇는 도보 탐방로도 제대로 정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