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 부는 바람
중국의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4차회의가 14일 막을 내렸다. 5일 개막된 올해 전인대는 여러 가지 점에서 세계의 시선을 모았다.
중국의 전인대는 중국의 헌법상 최고 의결기구로 매년 3월에 열린다. 우리의 국회에 해당한다. 그러나 실제로 전인대는 지금까지 당 지도부가 결정한 의안과 정부가 내놓는 법안들을 통과시키는 ‘거수기’ 역할을 해왔다. 전인대는 사실상 중국 지도부가 1년에 한번 전국 각지의 대표들을 수도인 베이징으로 초대해 위로하고 즐기게 하는 정치잔치란 의미가 더 컸었다.
그런 전인대가 금년에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외신이 전한 전인대의 달라진 모습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일의 전인대, 내일의 중국정치를 그려볼 수 있는 캔버스가 될 수 있겠기 때문이다. 전인대의 대표들은 본시 거수투표를 통해 각종 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던 것이 1979년부터 형식상 무기명 비밀투표를 할 수 있도록 투표방식을 바꿨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법안이 부결된 일은 한번도 없었다.
전인대의 민주화 아직은 미미하나 의미 커
그러나 전인대는 이번에 비밀이 완전히 보장된 전자투표 방식을 도입했다. 이번에도 부결된 법안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새로운 제도는 반대표가 나오고 부결된 법안이 나올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인대뿐 아니라 베이징의 전반적 정치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 민주화에 한발짝 다가선 변화의 바람이다. 전인대 대표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이익단체들이 생겨났고 대표들이 스스로 법안을 내놓고 심의를 벌이기도 했다.
올해 전인대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제1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안에도 적잖은 시비가 있었다. 전인대에 상정된 법안도 급격히 늘어 올해에는 991건이나 됐다. 중요한 것은 상정될 법안들이 앞으로는 그대로 통과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벌써 법안 심의에서 여러 논란이 있었고 심의 내용에서도 상당한 전문성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들의 자질이 향상됐다는 점도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대표들의 학력에서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1990년대초 대표들의 대졸비율은 56%였으나 2002년에는 92.5%로 급증했다. 이번에 대표들이 국유기업과 공기업 간부들의 특권과 부패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선 점도 관심의 대상이다. 이른바 복리부패(福利腐敗)다. 공기업 간부들이 부당하게 특권을 누리고 있으며 경영을 통해 사리사욕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관리, 공기업 간부들이 부패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일이다. 이런 현상에 인민대표들이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금 베이징에서는 사유재산을 보호하는 물권법(物權法) 제정을 두고 찬반논쟁이 한창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사유재산을 보호하려는 법안인 만큼 논쟁이 치열할 것은 정한 이치다.
중국의 정치발전 세계평화에 기여하게 될것
전인대가 열리는 인민대회당이 누구에게나 개방돼 사용되고 있다는 뉴스도 놀랍다. 전인대나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열리지 않는 때에는 누구나 돈만내면 대회당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회당에서 각종 무대공연, 학술회의가 열리고 있으며 베이징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들의 파티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국회의사당을 대중 연예인들의 공연장으로 빌려준다면 어떻게 될까.
진념 전부총리는 중국을 돌아본 후 중국을 한국보다 더 자본주의적이라고 평한바 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중국의 이런 변화가 중국의 경제는 물론 국가발전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이 경제적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면서도 정치발전이 되지 않아 국가발전에 한계가 있을 것임을 지적해 왔다. 이제 중국의 정치에서도 새순이 돋고 있다. 우리는 중국의 이런 변화가 중국은 물론 이웃나라, 세계평화에도 발전적으로 기여하게 되리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베이징에서 일고 있는 새 바람이 황사 아닌 봄바람이길 바란다.
임 춘 웅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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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4차회의가 14일 막을 내렸다. 5일 개막된 올해 전인대는 여러 가지 점에서 세계의 시선을 모았다.
중국의 전인대는 중국의 헌법상 최고 의결기구로 매년 3월에 열린다. 우리의 국회에 해당한다. 그러나 실제로 전인대는 지금까지 당 지도부가 결정한 의안과 정부가 내놓는 법안들을 통과시키는 ‘거수기’ 역할을 해왔다. 전인대는 사실상 중국 지도부가 1년에 한번 전국 각지의 대표들을 수도인 베이징으로 초대해 위로하고 즐기게 하는 정치잔치란 의미가 더 컸었다.
그런 전인대가 금년에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외신이 전한 전인대의 달라진 모습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일의 전인대, 내일의 중국정치를 그려볼 수 있는 캔버스가 될 수 있겠기 때문이다. 전인대의 대표들은 본시 거수투표를 통해 각종 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던 것이 1979년부터 형식상 무기명 비밀투표를 할 수 있도록 투표방식을 바꿨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법안이 부결된 일은 한번도 없었다.
전인대의 민주화 아직은 미미하나 의미 커
그러나 전인대는 이번에 비밀이 완전히 보장된 전자투표 방식을 도입했다. 이번에도 부결된 법안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새로운 제도는 반대표가 나오고 부결된 법안이 나올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인대뿐 아니라 베이징의 전반적 정치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 민주화에 한발짝 다가선 변화의 바람이다. 전인대 대표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이익단체들이 생겨났고 대표들이 스스로 법안을 내놓고 심의를 벌이기도 했다.
올해 전인대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제1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안에도 적잖은 시비가 있었다. 전인대에 상정된 법안도 급격히 늘어 올해에는 991건이나 됐다. 중요한 것은 상정될 법안들이 앞으로는 그대로 통과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벌써 법안 심의에서 여러 논란이 있었고 심의 내용에서도 상당한 전문성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들의 자질이 향상됐다는 점도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대표들의 학력에서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1990년대초 대표들의 대졸비율은 56%였으나 2002년에는 92.5%로 급증했다. 이번에 대표들이 국유기업과 공기업 간부들의 특권과 부패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선 점도 관심의 대상이다. 이른바 복리부패(福利腐敗)다. 공기업 간부들이 부당하게 특권을 누리고 있으며 경영을 통해 사리사욕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관리, 공기업 간부들이 부패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일이다. 이런 현상에 인민대표들이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금 베이징에서는 사유재산을 보호하는 물권법(物權法) 제정을 두고 찬반논쟁이 한창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사유재산을 보호하려는 법안인 만큼 논쟁이 치열할 것은 정한 이치다.
중국의 정치발전 세계평화에 기여하게 될것
전인대가 열리는 인민대회당이 누구에게나 개방돼 사용되고 있다는 뉴스도 놀랍다. 전인대나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열리지 않는 때에는 누구나 돈만내면 대회당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회당에서 각종 무대공연, 학술회의가 열리고 있으며 베이징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들의 파티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국회의사당을 대중 연예인들의 공연장으로 빌려준다면 어떻게 될까.
진념 전부총리는 중국을 돌아본 후 중국을 한국보다 더 자본주의적이라고 평한바 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중국의 이런 변화가 중국의 경제는 물론 국가발전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이 경제적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면서도 정치발전이 되지 않아 국가발전에 한계가 있을 것임을 지적해 왔다. 이제 중국의 정치에서도 새순이 돋고 있다. 우리는 중국의 이런 변화가 중국은 물론 이웃나라, 세계평화에도 발전적으로 기여하게 되리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베이징에서 일고 있는 새 바람이 황사 아닌 봄바람이길 바란다.
임 춘 웅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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