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 99 극단적 양극화 현장, 다단계 해부 ④ 신흥종교처럼 끊임없는 세뇌교육

유통혁명보다 ‘사람장사’로 돈벌이

지역내일 2006-03-16
교주와 흡사한 최고경영자 많아 … “무조건 믿고 투자하라”
다단계 본질 알고 떠난 사업자는 ‘실패자’ ‘적’으로 규정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불법다단계업체들이 대학생이나 30대 회사원, 주부 등을 판매원으로 끌어들여 합숙과 물건 구매를 강요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다.
최근엔 강제 합숙교육이나 물건 강매 등 불법행위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릇된 정보를 강제 주입시키며 다단계의 본질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다단계업체들은 “기존의 상식을 깨야 돈이 보이고 성공의 길이 보인다”고 강조하며 자신들과 입장이 다른 이들을 적으로 규정하거나 실패자로 몰아세우고 있다.

“일단 한번 와서 들어보시라니까요.” “좋은 사업아이템이 있는데 내가 00씨에게만 살짝 소개시켜주고 싶다.” “이제 당신도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 떵떵거리며 살 수 있다.”
다단계사업자가 되기 위해 다단계기업을 찾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말들이다. 현재 자신의 경제적 처지가 어렵다고 여기는 이에게는 귀가 솔깃해 질만한 내용들이다.
소개할 사업의 내용이 무엇인지 먼저 얘기하고 상대방에게 이해를 구하는 다단계기업은 하나도 없다는 게 다단계의 신흥종교성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는 지적이다. 안티피라미드 이택선 사무국장은 “다단계기업은 사업자를 모집하면서 언제나 뜬 구름 잡는 말로 상대방을 현혹한다”며 “물건 특성이 아니라 많은 돈을 벌었다는 상위사업자들을 내세워 ‘당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검증 불가능한 얘기를 반복한다”고 말했다.

◆검증안된 얘기로 현혹 = 다단계기업이 이익을 내는 원리는 사업자를 늘리는 것이다. 사업자들은 물건구매나 판매에 따라 수당을 지급받는다.
하지만 물건 값은 적정가의 서너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다단계업체가 수당과 소매이익을 물건값에 책정하기 때문이다.(본지 3월 6일자 22면) 이는 정상적인 유통과정과 한참 다르다. 이를테면 100원이 적정가격인 물건을 150원에 사서 20원 정도를 수당으로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업체 입장에서는 이런 비정상적인 가격의 물건을 구매하는 사업자가 늘어야 이익이 난다. 일반 소비자는 이런 물건을 구매한다는 것 자체가 몰상식이다. 때문에 다단계기업들은 사업자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가장 많이 쓰는 말이 “당신도 부자가 된다”는 두루뭉술한 설명이다. 어느 다단계업체나 “성공의 기회가 당신에게 있다”며 “부자가 되는 길에 동참하라”고 홍보한다.
일반 기업도 사세를 확장함에 따라 직원을 늘린다. 하지만 사람을 늘리는 것 자체가 이익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다단계기업은 사람을 늘리는 게 곧바로 이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어떤 방식의 홍보라도 마다하지 않고 사람을 끌어들이려고 노력한다.

◆최고경영자 약속 잇따라 공수표 = 국내 최고 매출의 한 다단계기업은 매일 화상회의를 진행한다. 화상회의 내용은 전날의 매출을 점검하고 사업자들에게 다단계활동을 독려하는 것이다.
이 업체의 최고경영자는 하루에도 수차례 화상 강의를 통해 사업자들에게 사업의 우수성과 성공가능성을 설파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사업 부진을 겪어 사업자들에게 약속한 수당을 지급하지 못하는 어려움에 빠져 있다. 설상가상으로 공제거래가 해지돼 회사이름까지 바꿔야 했다.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을 투자한 사업자들은 수당이 지급되지 않자 서서히 동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최고경영자 ㅈ씨는 화상회의를 통해 “조만간 서해안에서 석유가 나오고 제주도 골프장 사업이 성공하면 사업자 여러분의 밀린 수당을 모두 지급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자원부는 최근 이 회사의 계열사가 신청한 석유탐사권 연장을 불허키로 결정했다. 골프장 사업도 인가를 받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최고경영자의 말은 공수표가 돼 버렸다.
ㅈ회장은 “내 재산을 팔아서라도 사업자의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주장해왔으나 최근에는 “사업자 수당에 대해 법적으로는 책임이 없다”는 속내를 종종 내비쳐 파산에 직면한 사업자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회사의 회원으로 있다 최근 탈퇴한 한 사업자는 “ㅈ씨는 여전히 화상회의를 통해 ‘부자가 될 수 있다’ ‘사업에 성공할 수 있다’며 물건 구매를 강요하고 있다”며 “나는 1000여만원을 투자해 1년 남짓 동안 500만원을 건지는 데 그쳤지만 다단계의 마법에서 빠져나왔다는 데 위안을 삼고 있다”고 말했다.

◆“대를 이어 부자로 살 수 있다” = 2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며 가장 건전한 업체로 꼽히는 다단계 회사 역시 신흥종교의 특성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다단계업체 ㅇ사는 일단 자사의 신규 회원들에게 ‘현재의 장래가 불안하지 않느냐’며 위기감을 높인다.
그러면서 “ㅇ사에 사업자가 되면 아들 손자 대대로 부자로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며 사업자가 될 것을 권유한다. 이와 동시에 연봉 억대를 넘는 다이아몬드 직급 이상의 강연회에 여러 차례 참석시켜 ‘조금만 노력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
하지만 이 업체의 사업자들 가운데 1% 미만의 사업자만이 연 4000만원가량을 벌 뿐이고 나머지 99%의 사업자는 제대로 돈을 벌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본지 2월 23일자 22면) 게다가 1% 이하의 최상위 사업자에 속하기 위해서 치러야 할 금전적·정신적 대가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지적이다.
안티피라미드 이택선 국장은 “다단계업체의 소득양극화 실상을 살펴보면 다단계가 극소수 사업자와 회사만을 위한 피라미드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함께 ㅇ사는 정상적인 유통체제나 다른 직장을 공격, 반사 이익을 노리는가 하면 중도에 그만둔 사업자를 ‘실패자’로 규정, 아예 접촉을 하 지 말라고 경고한다. ㅇ사는 “성공하려면 성공한 사람을 따라가야지 실패한 사람을 따라가면 안된다”고 사업자들에게 주입하고 있다.

/김은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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