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학교 진학 때 도회지로 떠나 … 농촌지역 성인인적자원 고갈로 이어져
광역시·읍면 학업성취도 50% 차이 … 지역할당제·농어촌특례가 숨통
서울인근 한 농촌지역에 사는 주부 A씨는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의 중학교 진학문제로 고민이다. 지난겨울 아이가 도회지 학교로 진학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A씨 집에서 가까운 면소재지에도 중학교가 하나 있다. 이 학교에 진학하는 아이들 대부분은 성적이 낮거나 부모들조차 공부에 무관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통학거리가 먼 도회지로 아이를 유학을 보낸다.
A씨 주변에서도 거리는 멀지만 새로 개발된 택지지구에 들어선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많다. 이 때문에 면소재지 중학교의 신입생 수는 인근 초등학교 졸업생 숫자에 훨씬 못 미친다.
A씨는 “우리 지역 아이들은 인근 중소도시 중학교로 많이 진학 한다”며 “주변 엄마들의 이야기로는 중소도시 출신들은 인근 수도권 대도시로, 대도시 아이들은 서울지역 중학교로 일찍 유학을 떠난다고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그는 “공부에 관심 없는 아이들이 많은 인근 중학교는 수업분위기뿐 아니라 특별활동까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다”며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학교에 워낙 무관심하다보니 선생님들도 변화를 시도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 초등학교 졸업하고 도시 중학교로 진학한 B양은 “친구들 중 공부 좀 한다는 아이들은 모두 도시 중학교에 갔다”며 “누가 집 근처 중학교에 갔다면 대부분 ‘안됐다’고 반응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떠나다보니 도·농간 학력차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학력격차가 교육여건 악화로 이어지고, 결국 학령기 자녀를 둔 젊은이들의 ‘탈농촌 현상’을 가속화 시켜 농촌을 죽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을 통해 도·농간 교육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실시한 ‘교육격차의 실태 및 해소방안 연구’ 결과를 밝혔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도시와 농촌 학생 간 학업성취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도·농간 학업성취도 차이는 고등학교로 올라 갈수록 격차가 더 벌어진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언어·수리·외국어 영역에서 지역별 고교생의 평균점수는 광역시가 읍면보다 약 50% 정도 높았다. 또 학업성취도 차이는 대도시와 중소도시 사이보다는 도시와 읍면의 격차가 훨씬 컸다.
지역별 학업성취도 원점수를 보면 120점 만점의 언어영역의 경우, 서울 74.46, 광역시 77.84, 중소 76.59, 읍면 54.37로 읍면지역과 광역시 간 차이는 무려 23.47점에 달했다.
61점 만점의 수리영역의 경우 서울 30.28, 광역시 33.11, 중소도시 29.52, 읍면 18.34점이었다. 또 80점 만점의 외국어 영역의 경우는 서울 46.85, 광역시 49.63, 중소도시 46.63, 읍면 31.18점이었다.
학업성취도 차이는 중학교보다는 고등학교에서 훨씬 큰 차이를 보였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군 지역 중학교의 학업성취도는 평균 109.01점으로 117.55점인 도시지역보다 8.54점 낮아 고등학교 학업성취도 격차에 비해 적었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여건이 가능한 집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위장 전입 등을 통해 도시 지역으로 전학을 간다”며 “군 지역 주민들은 지역의 교육환경에 대해 매우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어 전학을 학업성취 상승의 한 방법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즉 학업성취도와 가정배경이 우수한 학생들이 초등학교 때 도시로 이동한다. 이로 인해 지역간 학업성취도 격차가 발생해 남은 학생 중 여건이 가능한 학생들이 상급하교에 진학하면서 농촌학교를 떠난다.
문제는 학생 수 감소와 학력차가 교사 또는 학원 강사의 수와 질을 떨어뜨리는 등 교육여건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연구보고서 통계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군에 사는 중학생들 중 인근 고등학교에 진학할 예정인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평균 106.42점이다.
이에 반해 도시 고등학교에 진학할 예정인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평균 121.20점으로 인근 학교에 진학할 학생들 보다 평균 14.47점이나 높았다.
몇 년 전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경기도의 한 농촌마을로 이주한 한 김 모(여·45)씨는 방학이면 중학생인 딸을 서울 동생에게 맡긴다. 집 근처에는 마땅한 사교육기관이 없어 부족한 과목을 보충할 길이 없는 아이는 방학을 이용해 서울서 학원에 다닌다.
김씨는 “고등학교는 서울에 있는 특목고에 보낼 계획이다”며 “입시정보와 학습전략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방학이 되면 아이를 모조건 서울로 올려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물론 읍내에 학원도 있고 학교서도 몇몇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문제는 시골까지 오는 강사들의 수준이 도시보다 떨어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정부가 방과후 학교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오히려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커질까 걱정이다”며 “전면시행으로 혜택을 보는 학생이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땅한 강사구하기도 쉽지 않은 농촌지역 등 소외지역 교육여건 개선에 보다 많은 예산을 투자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과 수도권 대도시의 특목고 전문학원들은 방학기간에만 다닐 수 있는 다양한 특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서 특목고 전문학원을 운영하는 이 모 원장은 “얼마나 되는지 통계를 내보지는 않았지만 방학 중에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며 “실력을 인정받은 강사들이 고소득과 편리한 생활연건이 보장된 대도시를 떠나 농어촌지역에까지 강의를 하러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농어촌지역 거주자들은 서울대가 도입한 지역할당제와 농어촌특례입학이 그나마 시골학교와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김 모씨는 “지역할당제가 도입되면서 인근 고등학교에서 첫 서울대 합격자가 나왔다”며 “이 덕분에 무조건 고등학교는 대도시라고 생각하던 부모들 중에서 지역에서도 잘하면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변에서 귀농했다가 자녀 교육문제때문에 도시로 더나는 경우를 자주본다”며 “이미 여러대학가에서 실시하고 있는 농어촌특례입학은 물론 서울대의 지역할당제가 대학 전체로 확대되면 지금보다 농촌학교에서도 희망을 찾는 사레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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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시·읍면 학업성취도 50% 차이 … 지역할당제·농어촌특례가 숨통
서울인근 한 농촌지역에 사는 주부 A씨는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의 중학교 진학문제로 고민이다. 지난겨울 아이가 도회지 학교로 진학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A씨 집에서 가까운 면소재지에도 중학교가 하나 있다. 이 학교에 진학하는 아이들 대부분은 성적이 낮거나 부모들조차 공부에 무관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통학거리가 먼 도회지로 아이를 유학을 보낸다.
A씨 주변에서도 거리는 멀지만 새로 개발된 택지지구에 들어선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많다. 이 때문에 면소재지 중학교의 신입생 수는 인근 초등학교 졸업생 숫자에 훨씬 못 미친다.
A씨는 “우리 지역 아이들은 인근 중소도시 중학교로 많이 진학 한다”며 “주변 엄마들의 이야기로는 중소도시 출신들은 인근 수도권 대도시로, 대도시 아이들은 서울지역 중학교로 일찍 유학을 떠난다고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그는 “공부에 관심 없는 아이들이 많은 인근 중학교는 수업분위기뿐 아니라 특별활동까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다”며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학교에 워낙 무관심하다보니 선생님들도 변화를 시도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 초등학교 졸업하고 도시 중학교로 진학한 B양은 “친구들 중 공부 좀 한다는 아이들은 모두 도시 중학교에 갔다”며 “누가 집 근처 중학교에 갔다면 대부분 ‘안됐다’고 반응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떠나다보니 도·농간 학력차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학력격차가 교육여건 악화로 이어지고, 결국 학령기 자녀를 둔 젊은이들의 ‘탈농촌 현상’을 가속화 시켜 농촌을 죽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을 통해 도·농간 교육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실시한 ‘교육격차의 실태 및 해소방안 연구’ 결과를 밝혔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도시와 농촌 학생 간 학업성취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도·농간 학업성취도 차이는 고등학교로 올라 갈수록 격차가 더 벌어진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언어·수리·외국어 영역에서 지역별 고교생의 평균점수는 광역시가 읍면보다 약 50% 정도 높았다. 또 학업성취도 차이는 대도시와 중소도시 사이보다는 도시와 읍면의 격차가 훨씬 컸다.
지역별 학업성취도 원점수를 보면 120점 만점의 언어영역의 경우, 서울 74.46, 광역시 77.84, 중소 76.59, 읍면 54.37로 읍면지역과 광역시 간 차이는 무려 23.47점에 달했다.
61점 만점의 수리영역의 경우 서울 30.28, 광역시 33.11, 중소도시 29.52, 읍면 18.34점이었다. 또 80점 만점의 외국어 영역의 경우는 서울 46.85, 광역시 49.63, 중소도시 46.63, 읍면 31.18점이었다.
학업성취도 차이는 중학교보다는 고등학교에서 훨씬 큰 차이를 보였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군 지역 중학교의 학업성취도는 평균 109.01점으로 117.55점인 도시지역보다 8.54점 낮아 고등학교 학업성취도 격차에 비해 적었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여건이 가능한 집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위장 전입 등을 통해 도시 지역으로 전학을 간다”며 “군 지역 주민들은 지역의 교육환경에 대해 매우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어 전학을 학업성취 상승의 한 방법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즉 학업성취도와 가정배경이 우수한 학생들이 초등학교 때 도시로 이동한다. 이로 인해 지역간 학업성취도 격차가 발생해 남은 학생 중 여건이 가능한 학생들이 상급하교에 진학하면서 농촌학교를 떠난다.
문제는 학생 수 감소와 학력차가 교사 또는 학원 강사의 수와 질을 떨어뜨리는 등 교육여건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연구보고서 통계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군에 사는 중학생들 중 인근 고등학교에 진학할 예정인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평균 106.42점이다.
이에 반해 도시 고등학교에 진학할 예정인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평균 121.20점으로 인근 학교에 진학할 학생들 보다 평균 14.47점이나 높았다.
몇 년 전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경기도의 한 농촌마을로 이주한 한 김 모(여·45)씨는 방학이면 중학생인 딸을 서울 동생에게 맡긴다. 집 근처에는 마땅한 사교육기관이 없어 부족한 과목을 보충할 길이 없는 아이는 방학을 이용해 서울서 학원에 다닌다.
김씨는 “고등학교는 서울에 있는 특목고에 보낼 계획이다”며 “입시정보와 학습전략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방학이 되면 아이를 모조건 서울로 올려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물론 읍내에 학원도 있고 학교서도 몇몇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문제는 시골까지 오는 강사들의 수준이 도시보다 떨어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정부가 방과후 학교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오히려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커질까 걱정이다”며 “전면시행으로 혜택을 보는 학생이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땅한 강사구하기도 쉽지 않은 농촌지역 등 소외지역 교육여건 개선에 보다 많은 예산을 투자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과 수도권 대도시의 특목고 전문학원들은 방학기간에만 다닐 수 있는 다양한 특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서 특목고 전문학원을 운영하는 이 모 원장은 “얼마나 되는지 통계를 내보지는 않았지만 방학 중에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며 “실력을 인정받은 강사들이 고소득과 편리한 생활연건이 보장된 대도시를 떠나 농어촌지역에까지 강의를 하러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농어촌지역 거주자들은 서울대가 도입한 지역할당제와 농어촌특례입학이 그나마 시골학교와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김 모씨는 “지역할당제가 도입되면서 인근 고등학교에서 첫 서울대 합격자가 나왔다”며 “이 덕분에 무조건 고등학교는 대도시라고 생각하던 부모들 중에서 지역에서도 잘하면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변에서 귀농했다가 자녀 교육문제때문에 도시로 더나는 경우를 자주본다”며 “이미 여러대학가에서 실시하고 있는 농어촌특례입학은 물론 서울대의 지역할당제가 대학 전체로 확대되면 지금보다 농촌학교에서도 희망을 찾는 사레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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