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여성 총리 탄생
장행훈 (언론인 언론광장 공동대표)
노무현 대통령이 24일 열린우리당의 한명숙 의원을 총리로 지명했다. 한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총리 탄생이다. 이 한 가지만 가지고도 한명숙 총리 지명이 갖는 상징적 역사적 의미는 크다. 정식 총리로 취임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청문회라는 관문이 남아있지만 국회 내 세력 분포로 보아 한 총리 후보의 청문회 통과에 큰 문제가 없으리라는 전제하에서 하는 평가다.
지금 세계에는 11명의 여성 국가원수 또는 여성 총리가 있다. 작년 11월 라이베리아 대통령 선거에서 엘렌 존슨 설리가 당선돼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국가원수가 됐고, 같은 달 베를린에서는 앙겔라 메르켈이 통일독일의 첫 총리에 취임하여 세계적인 각광을 받았다.
이 달에는 칠레에서 미첼레 바첼레트가 30여명의 국가원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남미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에 확인한 바와 같이 세계 도처에서 여성의 정치 진출이 눈에 띤다.
‘당적 포기’주장 설득력 없어
한명숙 총리가 취임하면 한국은 여성이 한 나라의 국정 책임을 지고 있는 나라로서는 세계에서 열두 번째가 된다. 경제적으로 세계 12권에 든 한국이 여성의 정치적 영향력 면에서도 상응한 지위에 오른 셈이다. 한국은 국회 진출에 있어서도 17대 총선 결과 여성의 의석 비율이 13%를 차지하여 북 유럽의 39%에는 못 미치지만 세계 평균의 14%에 근접하고 있다. 앞으로 서울 시장선거, 내년의 대통령 선거를 통해 한국에서도 <여성 정치시대="">가 열릴 날이 우리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당장은 한명숙 후보의 청문회가 관심사다. 한나라당이 한 후보가 열린우리당을 그만두지 않으면 청문회 자체를 보이콧하겠다고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한 후보의 당적 포기를 주장하는 이유는 총리가 당적을 가지고 있으면 두 달 후 실시될 5·31 지방선거를 공정하게 치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례도 찾기 어렵거니와 그런 논리라면 만약 총리 경질이 없었으면 어떻게 할 참이었나? 총리가 당적을 가지고 있으면 공명선거가 안 되니 총리더러 당적을 그만두라고 주장했겠는가? 아니면 당적 때문에 총리를 그만 두라고 우겼겠는가? 설득력이 없다.
한나라당의 당적 포기 주장은 이해찬 총리와는 달리 한명숙 후보가 정치권 안팎에서 거부반응이 별로 없고 여성계에서 인기가 좋다는 판단에서 나온 고민의 표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위협’은 한 후보가 총리로 지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카드로는 이용 가치가 있을지 모르나 이미 지명이 끝난 다음에 이 카드를 고집한다면 총리후보가 여성이기 때문에 또는 한명숙 총리의 등장이 5·31선거에서 자기 당에 불리하니까 정략적으로 반대한다는 오해를 받기 쉽다. 따라서 한 후보의 청문회를 끝까지 보이콧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민노당이 한나라당에 동조할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한국 최초의 여성총리 한명숙이 곳곳에서 극한적인 대립이 벌어지고 있는 어려운 난국을 풀어나갈 능력이 있는지를 점검해 보는 것이다. 한명숙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을 총리로 지명한 이유를 밝혔다. 본인이 직접 물어보았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 정치는 … 협상을 통해서 마찰을 최소화해 최대한의 합의를 도출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런 일은 대통령보다 자신(한명숙)이 더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정치 현황 판단과 한 총리 후보에 대한 평가에 이이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는 생각이다. 새 총리가 취임하면 여야 관계가 개선되리라고 기대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정말 ‘싸움판 정치’는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국민들의 소망이다.
수평형 리더십 국정운영 기대
첫 여성총리의 리더십에 관해서 정책을 소신있게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으나 이제 참여정부의 임기는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새 일을 벌이는 것보다는 지금까지 정책 노선을 유지하면서 이미 벌여 놓은 일을 잘 마무리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한 후보 본인은 장관을 두 번 역임하면서 장악능력을 높이 평가받았다고 정부를 끌고 갈 자신을 보였다. 다만 남자 중심의 군림형 수직형 리더십보다 자발성을 유도하는 수평형 리더십으로 21세기에 걸 맞는 국정을 운영할 생각이라는 리더십의 철학을 밝혔다.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되는 것은 ‘정치 발전의 지평을 여는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 여권운동 지도자 출신의 총리로서 자신이 맡은 역사적 과업을 이행할 소신도 갖고 있음을 내비쳤다. 한국 최초의 여성총리가 펼 정치발전의 앞날에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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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행훈 (언론인 언론광장 공동대표)
노무현 대통령이 24일 열린우리당의 한명숙 의원을 총리로 지명했다. 한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총리 탄생이다. 이 한 가지만 가지고도 한명숙 총리 지명이 갖는 상징적 역사적 의미는 크다. 정식 총리로 취임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청문회라는 관문이 남아있지만 국회 내 세력 분포로 보아 한 총리 후보의 청문회 통과에 큰 문제가 없으리라는 전제하에서 하는 평가다.
지금 세계에는 11명의 여성 국가원수 또는 여성 총리가 있다. 작년 11월 라이베리아 대통령 선거에서 엘렌 존슨 설리가 당선돼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국가원수가 됐고, 같은 달 베를린에서는 앙겔라 메르켈이 통일독일의 첫 총리에 취임하여 세계적인 각광을 받았다.
이 달에는 칠레에서 미첼레 바첼레트가 30여명의 국가원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남미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에 확인한 바와 같이 세계 도처에서 여성의 정치 진출이 눈에 띤다.
‘당적 포기’주장 설득력 없어
한명숙 총리가 취임하면 한국은 여성이 한 나라의 국정 책임을 지고 있는 나라로서는 세계에서 열두 번째가 된다. 경제적으로 세계 12권에 든 한국이 여성의 정치적 영향력 면에서도 상응한 지위에 오른 셈이다. 한국은 국회 진출에 있어서도 17대 총선 결과 여성의 의석 비율이 13%를 차지하여 북 유럽의 39%에는 못 미치지만 세계 평균의 14%에 근접하고 있다. 앞으로 서울 시장선거, 내년의 대통령 선거를 통해 한국에서도 <여성 정치시대="">가 열릴 날이 우리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당장은 한명숙 후보의 청문회가 관심사다. 한나라당이 한 후보가 열린우리당을 그만두지 않으면 청문회 자체를 보이콧하겠다고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한 후보의 당적 포기를 주장하는 이유는 총리가 당적을 가지고 있으면 두 달 후 실시될 5·31 지방선거를 공정하게 치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례도 찾기 어렵거니와 그런 논리라면 만약 총리 경질이 없었으면 어떻게 할 참이었나? 총리가 당적을 가지고 있으면 공명선거가 안 되니 총리더러 당적을 그만두라고 주장했겠는가? 아니면 당적 때문에 총리를 그만 두라고 우겼겠는가? 설득력이 없다.
한나라당의 당적 포기 주장은 이해찬 총리와는 달리 한명숙 후보가 정치권 안팎에서 거부반응이 별로 없고 여성계에서 인기가 좋다는 판단에서 나온 고민의 표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위협’은 한 후보가 총리로 지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카드로는 이용 가치가 있을지 모르나 이미 지명이 끝난 다음에 이 카드를 고집한다면 총리후보가 여성이기 때문에 또는 한명숙 총리의 등장이 5·31선거에서 자기 당에 불리하니까 정략적으로 반대한다는 오해를 받기 쉽다. 따라서 한 후보의 청문회를 끝까지 보이콧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민노당이 한나라당에 동조할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한국 최초의 여성총리 한명숙이 곳곳에서 극한적인 대립이 벌어지고 있는 어려운 난국을 풀어나갈 능력이 있는지를 점검해 보는 것이다. 한명숙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을 총리로 지명한 이유를 밝혔다. 본인이 직접 물어보았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 정치는 … 협상을 통해서 마찰을 최소화해 최대한의 합의를 도출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런 일은 대통령보다 자신(한명숙)이 더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정치 현황 판단과 한 총리 후보에 대한 평가에 이이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는 생각이다. 새 총리가 취임하면 여야 관계가 개선되리라고 기대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정말 ‘싸움판 정치’는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국민들의 소망이다.
수평형 리더십 국정운영 기대
첫 여성총리의 리더십에 관해서 정책을 소신있게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으나 이제 참여정부의 임기는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새 일을 벌이는 것보다는 지금까지 정책 노선을 유지하면서 이미 벌여 놓은 일을 잘 마무리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한 후보 본인은 장관을 두 번 역임하면서 장악능력을 높이 평가받았다고 정부를 끌고 갈 자신을 보였다. 다만 남자 중심의 군림형 수직형 리더십보다 자발성을 유도하는 수평형 리더십으로 21세기에 걸 맞는 국정을 운영할 생각이라는 리더십의 철학을 밝혔다.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되는 것은 ‘정치 발전의 지평을 여는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 여권운동 지도자 출신의 총리로서 자신이 맡은 역사적 과업을 이행할 소신도 갖고 있음을 내비쳤다. 한국 최초의 여성총리가 펼 정치발전의 앞날에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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