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패 : 가난의 고리, 교육으로 끊자(1)

지역내일 2006-03-12 (수정 2006-03-13 오후 5:20:48)
제목 : “더 이상 개천에는 용이 없다”
입시명문 특목고, 서울출신 50%가 강남·서초·송파·양천 출신
4개구에 입시·보습학원 35% 밀집 … 자치단체 지원도 많아

강남에 살면서 변호사 아버지를 둔 서울소재 한 특목고 3학년 A군의 연간 사교육비는 5000만원을 웃돈다. 학기 중에는 유명 학원의 선생님을 초빙, 3~4명이 한 팀이 되는 소그룹 과외를 3개 정도 받고 있다. 한 과목에 100만원씩 매월 300만원을 지출한다. 내신에 중점을 둔 소그룹 과외는 시간의 제약이 있어 3개를 넘기는 어렵다.
그러나 방학이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A군은 각종 경시대회와 외국어 자격증을 준비하기 위해 소나기식 과외를 한다. 경제학 교수를 불러서 4회당 300만원씩 하는 특별강의를 20회 정도를 받았다. 그 결과, 지난해 경제 경시대회에서 입상을 했다. A군은 이외에도 증권경시와 철학 올림피아드에 입상하기 위해 경제경시와 같은 사교육비를 지출했다.
또 토플 텝스뿐 아니라 중국어 인증시험인 HSK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기 위해 1주일에 3일씩 학원에 다닌다. 영어는 60만원, 중국어는 100만원 하는 학원을 방학 때와 시험을 앞두고 한 달 정도 다닌다. A군은 경시대회 수상경력과 외국어 자격증을 내세워 수시전형으로 서울대 법대에 입학하려고 한다.
강남 학원가의 한 관계자는 “돈을 퍼부은 만큼 경시대회 입상과 외국어 자격증을 딸 수 있고, 수시지원의 길이 열리게 된다”고 밝혔다.
A군의 경우는 강남지역에서도 평범한 사례는 아니다. 그러나 A군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상당수 부유층 자녀들이 초고가 사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이 특목고와 대입시에서 초강세를 보이고 있음은 물론이다. 돈으로 학벌 세습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 사이에서 “더 이상 개천에는 용이 나지 않는다”는 노담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서울의 25개 자치구 가운데 아파트 평당 가격이 2000만원을 넘어선 강남 서초 송파 양천구(목동) 소재 중학교 출신들이 6개 외국어고등학교 합격생의 30%를 차지했다. 특히 2006학년도 입시에서 20명 이상의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한 특목고들은 50%를 훨씬 넘어서 특정지역 편중현상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정시모집을 통해 서울대에 합격한 서울출신자 가운데 강남지역(강남, 서초, 송파)에 거주자 비율이 40%를 넘어서는 것으로 밝혀졌다.
내일신문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4개구 지역 중학생 숫자는 서울의 24% 수준이지만, 2005학년도 서울 소재 6개 외고 합격자는 469명으로 32%가 넘었다. 학생수 대비 외고 합격자는 8% 정도 많았지만, 부유층 지역 출신이 선호하는 특정 외고의 경우 편중도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식으로 특목고 간다 = 2006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에서 20명 이상의 합격자를 배출한 고등학교는 서울예고, 대원외고, 명덕외고, 서울과학고, 선화예고, 휘문고, 영동고, 국립국악고, 한영외고, 한국과학영재학교(부산), 동산고(안산), 세광고(청주) 등 12개교다.
12개교 가운데 9개교가 서울에 위치하고 있으며 특목고가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서울소재 특목고는 대원외고(50명 이상), 명덕외고(40명 이상), 서울과학고(30명 이상), 한영외고(20명 이상) 등이다.
지난해 이들 4개 특목고 합격생을 지역별로 분류하면 강남 서초 송파 양천구(이하 4개구 출신) 등 아파트 평당 가격이 2000만원을 넘어선 자치구 출신이 전체 합격생의 50%를 훌쩍 넘어선다.
대원외고(2005학년도 기준)는 191명의 서울출신 합격자 중 105명이 4개구 출신으로 54.97%를 차지한다. 명덕외고는 226명 중 116명(51.32%), 한영외고는 211명 중 137명(64.92%), 서울과학고는 156명 중 64명(41.02%)이 4개구에 거주하는 학생이었다.
이에 대해 한 특목고 입시전문기관 관계자는 “4개구 지역 학생과 학부모 대부분은 대원외고, 명덕외고 등 특정 학교에 대한 선호도가 강하다”며 “이들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면 지역 인문계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오히려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2006학년도 입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가장 많은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한 대원외고의 경우, 서울출신 2006학년도 일반전형 합격자 203명 가운데 4개구 출신이 108명으로 53.2%를 차지한다. 즉 서울출신 대원외고 학생 두명 중 한명은 4개구 출신이다. 구별로 보면 강남구 47명, 서초구 28명, 송파구 21명, 양천구 12명이다.

◆학원 숫자도 많아 = 이들 4개구는 사교육에서도 강세를 모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자료(2005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서울의 입시학원과 보습학원 5895개 가운데 4개구 지역에 2066개(35.04%)가 몰려있다. 4개구에는 유명학원과 강사들이 상대적으로 집중돼 있어 질적 편중성은 더 크다는 것이 사교육계의 분석이다.
강북지역 한 학원장은 “4개구 지역 학원들은 인근 신도시는 물론 서울 역의 사교육 요를 흡수하고 있다”며 “특히 강북지역 신흥아파트단지의 일부 학부모들은 교우관계보다 이들 지역 친구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고소득 학부모 많다 = 편중현상은 학부모 직업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서울시교육청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6개 외국어고와 2개 과학고 재학생 7179명(2004년 기준)의 학부모 직업은 금융업(13.02%), 교육자(11.48%), 자영업(10.84%), 사업가(10.63%), 공무원(8.75%), 의료계(5.71%), 유통업(4.61%), 법조인(2.87%) 등의 순서였다.
이는 특목고 학부모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거나 소득이 높은 직업을 가진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전체 직업인구 중 의료계 종사자는 1.90%에 지나지 않지만, 특목고 학부모는 5.71%나 차지하고 있다. 또 전체 직업인 중 법조인은 0.22%에 지나지 않지만, 특목고 학부모는 2.87%에 달한다.

◆지자체 지원도 차이가 나 = 이같은 차이는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와도 관계가 있다. 즉 상대적으로 부유층이 사는 지역이 유리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서울의 경우, 강남구가 4년간 177억7000만원을 지원해 1위를 차지한 반면 금천구는 4년간 3억9000만원을 지원해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원 금액이 많은 곳은 강남구에 이어 중구(62억1000만원), 송파구(54억8000만원),양천구(45억원), 노원구(39억9000만원), 서초구(38억3000만원), 강서구(31억4000만원)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중랑구(5억5000만원), 강북구(8억9000만원), 영등포구(9억여원), 도봉구(13억5000만원), 강동구(14억1000만원), 은평구(14억3000만원), 동작구(14억4000만원) 등은 지원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1개 학교가 연평균 지원받은 금액은 825만원이며, 학생 1명이 지원받은 금액은 1만1600원으로 조사됐다.
학생 1인당 연평균 지원금액을 구별로 비교해보면 강남구가 4만9800원, 중구가 4만7600원으로 1,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중랑구는 학생 1명당 연간 2100원을 지원하는데 그쳤다. 이 외에도 금천구(2400원), 영등포구(4000원), 강동구(4300원), 은평구(4700원), 강북구(5200원), 도봉구(5500원) 등도 보조금액이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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