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패 농촌학교 살리는 지역균형선발·농어촌특례입학
“최소한의 희망 주었다” … 정원 미달되던 학교에 입학경쟁까지
합격생, 대학성적도 우수 … 교육격차 해소 근본대책은 교육투자
전형적인 농촌지역인 전남 강진군의 강진고등학교. 조그마한 이 시골고등학교가 올해 초 내내 떠들썩했다. 2006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지역균형선발 전형을 통해 개교 이후 2번째이자 10여년 만에 서울대 합격생이 배출됐기 때문이다.
강진고등학교 최남순 교장은 “이번 입시결과로 학교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농어촌학교의 경우, 지역균형선발 전형은 꼭 필요한 제도”라며 “최소한 올라갈 수 있는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진고등학교는 현재의 3학년을 선발할 때 까지 140명의 정원을 채우기도 어려웠다. 강진군도 여느 농촌지역과 다름없이 인구가 감소하고, 특히 학생들은 여건이 좋은 광주 등 도시로 하나 둘 떠났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학교에까지 영향을 미쳐 패배의식이 가득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역균형선발제가 도입되고, 대입서 내신이 중요해지기 시작한 2년 전부터 학생모집이 쉬워졌다. 특히 지역균형선발 전형을 통해 서울대에 진학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올해는 경쟁률도 꽤 높아졌다.
학교가 정상화되는 과정에 자치단체도 한몫 거들었다. 강진군은 지난해 3억5200만원을, 올해는 3억6000만원을 강진고등학교에 지원해 장학금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서울대가 지난해 신입생 선발 때부터 도입한 지역균형선발제가 농어촌학교들에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제도도입 이후 상당수 농어촌학교들이 잃어버린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 일부학교는 개교 이후 처음 또는 아주 오랜만에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런 변화는 자녀가 초등학교를 마치면 교육여건이 좋은 도시로 떠나는 행태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 어느 지역, 누구에게도 기회 = 2006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선발 결과를 보면 지역균형선발제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선발결과에 따르면 지역균형선발 전형으로 올해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은 677명이다. 이중 서울 출신은 166명으로 전체의 24.5%이며 지난해(25.7%)에 비해서는 약간 줄어들었다. 또 지역균형선발 전형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인 2004년 수시모집 합격자 중 서울지역 출신 비율 38.2%에 비하면 훨씬 낮은 것이다. 특히 서울지역 고등학생이 전국의 23.5% 임을 고려하면 거의 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시는 238명, 35.2%로 지난해(34.1%)와 유사한 수준이지만 29.6%였던 2004학년도 결과와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현재 광역시에 거주하는 고등학생 비율은 전체 고등학생의 27.6% 수준이다.
시 지역 출신자는 223명, 32.9%로 지난해와 동일한 비율을 차지했다. 2004학년도(28.3%)에 비해서는 증가했으나 시 지역 거주 고등학생 비율 42.2%에 비해서는 아직 부족하다.
또한 전체 고등학생 중 6.7%인 군 지역 출신자는 합격자의 7.4%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와 동일한 비율이며 2004학년도(3.7)와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지역균형선발제는 합격생의 지역분포를 서울지역은 줄고 기타 지역을 골고루 증가시키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균형선발제는 최근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하지 못하던 학교출신들이 대거 서울대에 입학하는 등 기회의 폭을 넓혔다.
2006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최근 3년간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하지 못했던 1개 시, 9개 군에서 합격자를 냈다. 또 고교별로는 3년 간 입학생이 없었던 72개 고교에서 모두 104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수시 합격자 배출 고교는 지역균형선발전형 481개교, 특기자 전형 258개교로 지난해에 비해 각각 30개교, 54개교가 늘었다.
◆ 진학자 학업성적도 좋아 = 지역균형선발제를 도입할 당시 교육계 일부에서는 지역·학교간 학력격차를 무시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학업능력 부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 서울대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역균형선발로 들어온 학생들의 학업성적이 정시모집 일반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보다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역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도입한 지역균형선발 제도가 앞으로 잘 정착될 것임을 보여준다.
서울대 분선자료에 따르면 정시모집 일반전형 학생들의 학점은 평균 3.05점이었다. 이에 반해 지역균형 선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3.17점으로 0.12점이 높았다. 특히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학군 출신들의 평균 학점 3.09점보다도 높았다.
서울대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반영하는 입학전형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고 대안학교 등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에게도 입학기회를 확대할 예정이다.
지역균형선발 전형의 긍정적인 효과가 부각되면서 주요 대학 대부분도 이 제도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서울대의 경우, 2008학년도부터 지역균형선발 전형을 정원의 30%까지 확대한다.
연세대는 정시모집에서 지역균형선발 전형을 신설할 계획이다. 또 원주캠퍼스의 경우 수시모집에서 사회 통합전형으로 지역고교 우수자 전형을 실시하기로 했다. 고려대는 수시 1학기에 전체 정원의 10% 이내에서 지역별 수험생 비율에 따라 모집인원을 강제 할당하기로 했다.
이화여대는 지력균형 선발제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소외계층우수자선발전형의 농어촌 특별전형을 확대할 예정이다. 한양대로 수시모집에 지역균형선발 전형을 신설하기로 했다.
◆ 특효약은 아니다 = 이처럼 지역균형선발제와 농어촌특별전형이 해당지역에 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크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이들 제도가 지방교육을 살리는 특효약으로 취급돼 교육투자보다도 명문대에 몇 명 진학시켰느냐에 관심이 모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 양평군 덕소고등학교 최종철 교장은 “학생들의 진학을 위해 고민하는 것은 어느 학교나 마찬가지”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우수한 학생을 확보할 수 있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덕소의 경우,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사정이 다르지만 고등학교의 경우 아직까지도 인근도시로 빠져 나간다”며 “이들을 유인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교현장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중요하다는 반응이다.
2005학년도 서울대 입시에서 전교생이 136명인 초미니학교가 서울대 합격생이 배출됐다며 언론의 관심을 모았던 경북 군위군 효령고가 좋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효령고는 군위군의 지원을 받아 2000년부터 장학금을 주고 있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기숙사도 운영하고 있으며 희망하면 1학년 때부터 학교 도서실에서 늦은 시간까지 공부를 할 수 있다.
이 학교 편복식 교장은 “자치단체의 지원과 교육제도 변화가 우수학생을 유인해주고 있다”며 “지금은 효령면 출신 대부분이 도시로 가기보다는 면소재지에 있는 우리 학교로 진학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 도시지역 사립학교들이 장학금 지급을 미끼로 우수학생들을 가로채는 일이 많았다”며 “그러나 자치단체가 나서 장학금을 지급하고 농촌학교에 유리한 제도가 도입되면서 공동화현상 해소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편 교장은 “무엇보다 희망을 줬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기존 입시제도에서 농어촌학교 출신의 명문대 진학은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에는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까지 아예 포기하거나, 인근 도시로 진학하는 분위기였다”며 “그러나 가능성이 주어진 지금은 ‘하면 된다’와 ‘굳이 도시로 진학할 필요가 있냐’는 분위기가 대세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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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희망 주었다” … 정원 미달되던 학교에 입학경쟁까지
합격생, 대학성적도 우수 … 교육격차 해소 근본대책은 교육투자
전형적인 농촌지역인 전남 강진군의 강진고등학교. 조그마한 이 시골고등학교가 올해 초 내내 떠들썩했다. 2006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지역균형선발 전형을 통해 개교 이후 2번째이자 10여년 만에 서울대 합격생이 배출됐기 때문이다.
강진고등학교 최남순 교장은 “이번 입시결과로 학교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농어촌학교의 경우, 지역균형선발 전형은 꼭 필요한 제도”라며 “최소한 올라갈 수 있는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진고등학교는 현재의 3학년을 선발할 때 까지 140명의 정원을 채우기도 어려웠다. 강진군도 여느 농촌지역과 다름없이 인구가 감소하고, 특히 학생들은 여건이 좋은 광주 등 도시로 하나 둘 떠났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학교에까지 영향을 미쳐 패배의식이 가득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역균형선발제가 도입되고, 대입서 내신이 중요해지기 시작한 2년 전부터 학생모집이 쉬워졌다. 특히 지역균형선발 전형을 통해 서울대에 진학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올해는 경쟁률도 꽤 높아졌다.
학교가 정상화되는 과정에 자치단체도 한몫 거들었다. 강진군은 지난해 3억5200만원을, 올해는 3억6000만원을 강진고등학교에 지원해 장학금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서울대가 지난해 신입생 선발 때부터 도입한 지역균형선발제가 농어촌학교들에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제도도입 이후 상당수 농어촌학교들이 잃어버린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 일부학교는 개교 이후 처음 또는 아주 오랜만에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런 변화는 자녀가 초등학교를 마치면 교육여건이 좋은 도시로 떠나는 행태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 어느 지역, 누구에게도 기회 = 2006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선발 결과를 보면 지역균형선발제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선발결과에 따르면 지역균형선발 전형으로 올해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은 677명이다. 이중 서울 출신은 166명으로 전체의 24.5%이며 지난해(25.7%)에 비해서는 약간 줄어들었다. 또 지역균형선발 전형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인 2004년 수시모집 합격자 중 서울지역 출신 비율 38.2%에 비하면 훨씬 낮은 것이다. 특히 서울지역 고등학생이 전국의 23.5% 임을 고려하면 거의 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시는 238명, 35.2%로 지난해(34.1%)와 유사한 수준이지만 29.6%였던 2004학년도 결과와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현재 광역시에 거주하는 고등학생 비율은 전체 고등학생의 27.6% 수준이다.
시 지역 출신자는 223명, 32.9%로 지난해와 동일한 비율을 차지했다. 2004학년도(28.3%)에 비해서는 증가했으나 시 지역 거주 고등학생 비율 42.2%에 비해서는 아직 부족하다.
또한 전체 고등학생 중 6.7%인 군 지역 출신자는 합격자의 7.4%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와 동일한 비율이며 2004학년도(3.7)와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지역균형선발제는 합격생의 지역분포를 서울지역은 줄고 기타 지역을 골고루 증가시키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균형선발제는 최근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하지 못하던 학교출신들이 대거 서울대에 입학하는 등 기회의 폭을 넓혔다.
2006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최근 3년간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하지 못했던 1개 시, 9개 군에서 합격자를 냈다. 또 고교별로는 3년 간 입학생이 없었던 72개 고교에서 모두 104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수시 합격자 배출 고교는 지역균형선발전형 481개교, 특기자 전형 258개교로 지난해에 비해 각각 30개교, 54개교가 늘었다.
◆ 진학자 학업성적도 좋아 = 지역균형선발제를 도입할 당시 교육계 일부에서는 지역·학교간 학력격차를 무시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학업능력 부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 서울대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역균형선발로 들어온 학생들의 학업성적이 정시모집 일반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보다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역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도입한 지역균형선발 제도가 앞으로 잘 정착될 것임을 보여준다.
서울대 분선자료에 따르면 정시모집 일반전형 학생들의 학점은 평균 3.05점이었다. 이에 반해 지역균형 선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3.17점으로 0.12점이 높았다. 특히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학군 출신들의 평균 학점 3.09점보다도 높았다.
서울대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반영하는 입학전형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고 대안학교 등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에게도 입학기회를 확대할 예정이다.
지역균형선발 전형의 긍정적인 효과가 부각되면서 주요 대학 대부분도 이 제도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서울대의 경우, 2008학년도부터 지역균형선발 전형을 정원의 30%까지 확대한다.
연세대는 정시모집에서 지역균형선발 전형을 신설할 계획이다. 또 원주캠퍼스의 경우 수시모집에서 사회 통합전형으로 지역고교 우수자 전형을 실시하기로 했다. 고려대는 수시 1학기에 전체 정원의 10% 이내에서 지역별 수험생 비율에 따라 모집인원을 강제 할당하기로 했다.
이화여대는 지력균형 선발제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소외계층우수자선발전형의 농어촌 특별전형을 확대할 예정이다. 한양대로 수시모집에 지역균형선발 전형을 신설하기로 했다.
◆ 특효약은 아니다 = 이처럼 지역균형선발제와 농어촌특별전형이 해당지역에 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크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이들 제도가 지방교육을 살리는 특효약으로 취급돼 교육투자보다도 명문대에 몇 명 진학시켰느냐에 관심이 모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 양평군 덕소고등학교 최종철 교장은 “학생들의 진학을 위해 고민하는 것은 어느 학교나 마찬가지”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우수한 학생을 확보할 수 있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덕소의 경우,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사정이 다르지만 고등학교의 경우 아직까지도 인근도시로 빠져 나간다”며 “이들을 유인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교현장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중요하다는 반응이다.
2005학년도 서울대 입시에서 전교생이 136명인 초미니학교가 서울대 합격생이 배출됐다며 언론의 관심을 모았던 경북 군위군 효령고가 좋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효령고는 군위군의 지원을 받아 2000년부터 장학금을 주고 있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기숙사도 운영하고 있으며 희망하면 1학년 때부터 학교 도서실에서 늦은 시간까지 공부를 할 수 있다.
이 학교 편복식 교장은 “자치단체의 지원과 교육제도 변화가 우수학생을 유인해주고 있다”며 “지금은 효령면 출신 대부분이 도시로 가기보다는 면소재지에 있는 우리 학교로 진학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 도시지역 사립학교들이 장학금 지급을 미끼로 우수학생들을 가로채는 일이 많았다”며 “그러나 자치단체가 나서 장학금을 지급하고 농촌학교에 유리한 제도가 도입되면서 공동화현상 해소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편 교장은 “무엇보다 희망을 줬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기존 입시제도에서 농어촌학교 출신의 명문대 진학은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에는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까지 아예 포기하거나, 인근 도시로 진학하는 분위기였다”며 “그러나 가능성이 주어진 지금은 ‘하면 된다’와 ‘굳이 도시로 진학할 필요가 있냐’는 분위기가 대세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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