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패 : 산재 이대로는 안된다 <상> 뒤로 가는 정부 정책
문패 : 산재 이대로는 안된다 <하> 처벌 않는 사법부
제목 : 대책 없는 규제폐지가 산재사고 늘렸다
부제 : 정부, 90년대 후반 집중적으로 규제완화 … 기업위주 정책 탓
부제 : 줄어들던 산재 U자형으로 다시 증가 … “산재 줄면 비용도 감소”
표 2개(연도별 산재부상자 수와 규제완화 내역 혼합, 건설업체 안전관리자 배치 규제완화 내용)
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정부의 산업안전 규제완화로 주춤하던 산재 부상·사망 수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 권고와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노동자의 안전을 책임지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사실상 무력화시켰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업안전과 관련한 규제는 환경문제, 소비자 문제와 관련 사회적 규제에 속한다고 보고 있다.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해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경제적 규제의 영역에 산업안전 규제를 포함시키는 정부의 태도는 명백한 오류라고 지적하고 있다.
◆안전규제완화는 규제개혁 아니라 개악 =
산업재해 관련 규제 완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97년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대폭 개정되는 시기부터다. 90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대폭 강화된 규제가 상위법인 특별법으로 완화된 셈이다.
당시 정부는 △보건관리자 선임 대상 사업장 축소 △동일 산업단지 내 안전관리자 공동채용 허용 △안전관리자 의무고용인원 하향 조정 △산업보건의사 선임의무 면제 △프레스·리프트에 대한 정기검사 면제 △유해위험 방지계획서 제출의무 면제 등을 특별법에 담았다.
특히 안전관리자 고용과 유해위험 기구 정기검사는 산업안전보건법의 핵심내용이어서 산업현장에 미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98년 행정규제기본법 시행도 비슷한 역할이었다. 각종 권고를 통해 기존 규제를 완화시키는가 하면 법개정 때는 주요 조항에 대해 부동의 결정을 내려 사실상 규제강화에 발목을 잡았다. 지난 2001년 산재다발 또는 산재은폐사업주 명단 공표, 산재발생기록?보존의무, 다수사망재해발생사업주에 대한 가중처벌, 노동부 시정명령서 게시의무 등을 법률 개정안에서 삭제토록 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참여정부도 규제완화 여전 =
참여정부 들어서도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2003년에는 다른 법령에 의해 선임된 안전관리자가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안전관리자와 겸직할 수 있도록 했다. 안전관리를 대행업체에 맡기는 것도 허용됐다. 지난해 3월에는 안전관리자 선임 대상 사업장도 축소했으며 중소기업 안전관리자 고용의무도 완화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재해율감점제 폐지 결정은 산재예방 체제를 유명무실하도록 만들었다는 평가다. 산업재해가 많은 건설업자에게는 정부 발주 공사 입찰에서 불이익이 돌아가도록 짜여있는 재해율 감점제가 그나마 건설현장 안전관리를 강제하는 동력이 돼 왔기 때문이다.
산업안전공단 박두용 연구위원은 “IMF 경제위기 이후 우리 사회는 구조조정과 고용문제가 산업안전보건문제를 압도해 안전규정 폐지 반대 의견이 힘을 얻지 못했다”며 “산업안전 규제완화와 개혁은 별개의 문제이며 기업 애로점 해소차원에서 진행되는 산업안전보건규제완화는 오히려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최명선 부장도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우리사회에서 노동자들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것이 법적 수단을 통한 산업현장 안전규제”라며 “노동자건강과 생명보호를 위한 각종 안전보건제도가 규제개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산재는 기업 손실, 규제강화가 오히려 경제적 =
산업안전 규제 완화의 역효과는 산업재해 통계를 통해 단적으로 드러난다(표 참조). 91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규제가 강화되자 산재사고자 수는 급격하게 줄었다.
반면 97년 특별법에 의한 규제완화 조치 후 IMF 외환위기로 건설현장이 크게 줄고 가동률이 급격하게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산재사고자 수는 오히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 산업보건대학원 정혜선 교수는 “노동부의 발표에 의하면 98년 현재 산업재해율은 0.68%였지만 99년 0.74%, 2000년에는 0.73%로 계속 증가되는 추세”라면서 “산재가 증가하면 기업에게는 결국 경제적 손실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규제완화가 기업의 경제적 이득을 보장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안전연대 한기운 회장은 “산업현장에 대한 정부통제가 부실한 상황에서 안전관리자 마저 줄인다면 감시자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산업재해 통계가 이를 반증하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규제개혁단 구성 객관성도 문제 =
노동계의 꾸준한 문제제기와 학계의 연구결과 발표가 이어지고 있지만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규제완화가 지속되는 것은 논의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안전 규제완화는 대부분 재계의 요구로 추진됐지만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규제개혁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기획단’은 민·관 공동으로 구성돼 있다지만 이마저도 명목일 뿐이다. 실제로는 규제개혁단 직원 60여명은 공무원 50%, 기업체 관계자 25%, 학계·연구소 출신 25% 등로 구성되어 있다. 노동자들은 배제돼 있는 것이다.
경실련 시민감시국 관계자는 “규제개혁기획단이 일부 규제완화로 이득을 보려는 기업의 로비에 의해 반개혁적인 규제완화 조치들을 쏟아내고 있다”며 “재벌을 위한 규제개혁을 하는 규제개혁기획단을 해제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규제개혁기획단 관계자는 “규제완화 논의 과정에서 노동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있다”며 “이미 완화된 규정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지적되면 검토해 합리적인 개선안을 다시 마련할 수 있다”고 답했다.
고성수 허신열 기자 ssgo@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하>상>
문패 : 산재 이대로는 안된다 <하> 처벌 않는 사법부
제목 : 대책 없는 규제폐지가 산재사고 늘렸다
부제 : 정부, 90년대 후반 집중적으로 규제완화 … 기업위주 정책 탓
부제 : 줄어들던 산재 U자형으로 다시 증가 … “산재 줄면 비용도 감소”
표 2개(연도별 산재부상자 수와 규제완화 내역 혼합, 건설업체 안전관리자 배치 규제완화 내용)
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정부의 산업안전 규제완화로 주춤하던 산재 부상·사망 수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 권고와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노동자의 안전을 책임지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사실상 무력화시켰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업안전과 관련한 규제는 환경문제, 소비자 문제와 관련 사회적 규제에 속한다고 보고 있다.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해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경제적 규제의 영역에 산업안전 규제를 포함시키는 정부의 태도는 명백한 오류라고 지적하고 있다.
◆안전규제완화는 규제개혁 아니라 개악 =
산업재해 관련 규제 완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97년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대폭 개정되는 시기부터다. 90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대폭 강화된 규제가 상위법인 특별법으로 완화된 셈이다.
당시 정부는 △보건관리자 선임 대상 사업장 축소 △동일 산업단지 내 안전관리자 공동채용 허용 △안전관리자 의무고용인원 하향 조정 △산업보건의사 선임의무 면제 △프레스·리프트에 대한 정기검사 면제 △유해위험 방지계획서 제출의무 면제 등을 특별법에 담았다.
특히 안전관리자 고용과 유해위험 기구 정기검사는 산업안전보건법의 핵심내용이어서 산업현장에 미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98년 행정규제기본법 시행도 비슷한 역할이었다. 각종 권고를 통해 기존 규제를 완화시키는가 하면 법개정 때는 주요 조항에 대해 부동의 결정을 내려 사실상 규제강화에 발목을 잡았다. 지난 2001년 산재다발 또는 산재은폐사업주 명단 공표, 산재발생기록?보존의무, 다수사망재해발생사업주에 대한 가중처벌, 노동부 시정명령서 게시의무 등을 법률 개정안에서 삭제토록 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참여정부도 규제완화 여전 =
참여정부 들어서도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2003년에는 다른 법령에 의해 선임된 안전관리자가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안전관리자와 겸직할 수 있도록 했다. 안전관리를 대행업체에 맡기는 것도 허용됐다. 지난해 3월에는 안전관리자 선임 대상 사업장도 축소했으며 중소기업 안전관리자 고용의무도 완화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재해율감점제 폐지 결정은 산재예방 체제를 유명무실하도록 만들었다는 평가다. 산업재해가 많은 건설업자에게는 정부 발주 공사 입찰에서 불이익이 돌아가도록 짜여있는 재해율 감점제가 그나마 건설현장 안전관리를 강제하는 동력이 돼 왔기 때문이다.
산업안전공단 박두용 연구위원은 “IMF 경제위기 이후 우리 사회는 구조조정과 고용문제가 산업안전보건문제를 압도해 안전규정 폐지 반대 의견이 힘을 얻지 못했다”며 “산업안전 규제완화와 개혁은 별개의 문제이며 기업 애로점 해소차원에서 진행되는 산업안전보건규제완화는 오히려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최명선 부장도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우리사회에서 노동자들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것이 법적 수단을 통한 산업현장 안전규제”라며 “노동자건강과 생명보호를 위한 각종 안전보건제도가 규제개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산재는 기업 손실, 규제강화가 오히려 경제적 =
산업안전 규제 완화의 역효과는 산업재해 통계를 통해 단적으로 드러난다(표 참조). 91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규제가 강화되자 산재사고자 수는 급격하게 줄었다.
반면 97년 특별법에 의한 규제완화 조치 후 IMF 외환위기로 건설현장이 크게 줄고 가동률이 급격하게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산재사고자 수는 오히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 산업보건대학원 정혜선 교수는 “노동부의 발표에 의하면 98년 현재 산업재해율은 0.68%였지만 99년 0.74%, 2000년에는 0.73%로 계속 증가되는 추세”라면서 “산재가 증가하면 기업에게는 결국 경제적 손실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규제완화가 기업의 경제적 이득을 보장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안전연대 한기운 회장은 “산업현장에 대한 정부통제가 부실한 상황에서 안전관리자 마저 줄인다면 감시자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산업재해 통계가 이를 반증하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규제개혁단 구성 객관성도 문제 =
노동계의 꾸준한 문제제기와 학계의 연구결과 발표가 이어지고 있지만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규제완화가 지속되는 것은 논의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안전 규제완화는 대부분 재계의 요구로 추진됐지만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규제개혁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기획단’은 민·관 공동으로 구성돼 있다지만 이마저도 명목일 뿐이다. 실제로는 규제개혁단 직원 60여명은 공무원 50%, 기업체 관계자 25%, 학계·연구소 출신 25% 등로 구성되어 있다. 노동자들은 배제돼 있는 것이다.
경실련 시민감시국 관계자는 “규제개혁기획단이 일부 규제완화로 이득을 보려는 기업의 로비에 의해 반개혁적인 규제완화 조치들을 쏟아내고 있다”며 “재벌을 위한 규제개혁을 하는 규제개혁기획단을 해제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규제개혁기획단 관계자는 “규제완화 논의 과정에서 노동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있다”며 “이미 완화된 규정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지적되면 검토해 합리적인 개선안을 다시 마련할 수 있다”고 답했다.
고성수 허신열 기자 ssgo@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하>상>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