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권 가진 국회의원 ‘내 입맛대로’

5·31 지방선거 공천백태

지역내일 2006-03-31
4·15 총선 보은 ‘측근심기형’
잠재적 경쟁자 제거 ‘싹자르기형’
내가 직접 나선다 ‘제몫 챙기기형’

5·31 지방선거가 풀뿌리민주주의를 살찌우는 유권자의 잔치가 아니라 공천권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들의 잔치가 되고 있다. 처음으로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제가 실시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과 정당의 힘이 막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천이 당선의 보증수표 역할을 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경우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각지역 당원협의회운영위원장(당협위원장)의 힘은 절대적이다. 특히 현역 기초단체장과 갈등이 첨예하며, 조율되지 않을 경우 탈당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은 차기 총선에서 기초단체장의 협조와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유리한 사람을 공천하려다 보니 물의가 따른 것이다.
현역 단체장을 배제하는 이유와 방법도 다양하다. 대표적인 이유는 ‘지난 4·15 총선과 평소 협조하지 않았다’며 자기 사람을 공천하려는 ‘측근 심기형’, 미래의 경쟁자를 미리 제거하는 ‘싹 자르기형’, 자신이 직접 선거에 나서는 ‘제몫 챙기기형’ 등이다. 배제시키는 방법도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나타내는 ‘노골형’부터 경선을 통해 자연스럽게 탈락시키는 ‘순리형’까지 다양하다.

◆서울 송파·대구 남구·경북 고령·청송 ‘측근 심기형’ = 서울 송파구와 대구 남구가 ‘측근 심기’를 하려다 물의를 빚은 지역이다.
이유택 송파구청장은 4·15 총선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돕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후 사소한 의전문제부터 국회의원측과 마찰을 일으켜 미운털이 박혔다고 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회의원들이 이 구청장을 배제하고 특정인을 후보로 내정했다’는 소문이 송파지역에 파다했다는 것. 이 구청장은 탈당을 결행, 열린우리당행을 선택했다.
대구 남구도 비슷한 경우다. 곽성문 의원과 마찰을 빚은 이신학 현 구청장이 한나라당 공천신청을 포기하고 무소속 출마를 준비 중이다. 지역정가에서는 이 구청장이 4·15 총선 당시 곽 의원을 돕지 않았으며, 이 후 자기정치를 하는 이 구청장과 곽 의원이 인사문제로 갈등을 빚는 등 불편한 관계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공모신청을 포기했으며, 곽 의원은 후보공모 마감 전날 임병헌 전 대구시 기획관리실장이 신청하도록 도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곽 의원측 관계자는 “이 구청장과 마찰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감정의 골이 깊었던 것은 아니다”며 “본인이 공천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의원이 능력 있는 사람을 구청장으로 모시는 것은 구민에 대한 의무”라고 덧붙였다.

◆부산 동래·서울 노원·경남 마산 ‘싹 자르기형’ = 부산 동래구와 서울 노원구, 경남 마산시가 ‘싹 자르기형’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동래구는 이진복 현구청장이 단독 신청했으나, 특별한 대안 없이 이재웅 국회의원이 공천에서 배제시키기 위해 버티고 있는 상태다. 지역 정가에선 전-현직 국회의원의 갈등 요소도 있지만 미래 경쟁자의 싹을 미리 자르려는 의도가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부산지역 기초단체장 중 가장 젊은 이 구청장은 지난해 행정혁신 분야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민원행정 부문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등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내일신문 3월27일자 2면 참조)
노원구도 비슷한 경우다. 재선인 노원구 이기재 구청장은 2004년 서울시가 평가한 ‘삶의 질 만족도’ 조사에서 강북지역 1위로 평가 받는 등 구정활동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재공천을 받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구청장은 경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권영진 노원구 당협위원장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정가에서는 이 청장이 5월 선거에서 당선되면 3선이 되고, 그 다음 행보는 국회의원 출마이기 때문에 미리 경쟁자의 싹을 자르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권영진 위원장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경남 마산의 경우 안홍준 의원(을)이 황철곤 현 마산시장을 선호하는 반면 김정부 의원(갑)은 전수식 전 마산부시장을 미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황 시장을 배격하는 이유는 본인의 자리를 노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 의원의 부인이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되어 대법원에 계류 중이며, 형이 빨리 확정될 경우 7월 재선거가 치러질 가능이 높다고 한다. 김 의원은 재선거가 기정사실화 되면 의원직을 사퇴하고 재출마를 고려하고 있어, 황 시장을 못 마땅히 여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역정가의 분석이다.

◆경기 고양·남양주 ‘제몫 챙기기형’ = ‘제몫 챙기기형’의 대표적 사례는 경기도 고양·남양주시다.
두 지역은 당협위원장이 직접 시장을 노리고 뛰어든 지역이다. 고양시의 경우 김용수 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해 강현석 시장과 갈등을 빚고 있다. 남양주시 역시 조정무 위원장이 출마할 채비를 하고 있어 이광길 시장과 마찰을 빚고 있다고 한다.
한편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은 현역 기초단체장이 몇 명 없고, 한나라당보다 당선가능성이 낮아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훨씬 적은 편이다.

/백왕순·차염진·서울 이명환 대구경북 최세호 기자 wsp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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