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北核)은 어디로 갔는가
임춘웅 (본지 객원 논설위원)
요즘 북한의 핵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한때 전쟁 시나리오까지 등장했던 핵 문제가 실종돼 버린 것이다. 핵은 없고 ‘위폐’ ‘인권’ ‘폭정’만 있을 뿐이다. 미국은 이런 문제들을 통해 북한에 핵을 포기 하도록 압박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북한 핵 문제가 두 번째로 불거졌을 때인 2003년 이래 워싱턴에서는 매일같이 공식, 비공식 루트를 통해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3~4개나 보유하고 있으며(미국은 1993년 1차 핵위기 때도 똑같은 주장을 했었다)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하고 핵 재처리를 다시 시작하면 연간 3~4개의 핵무기를 계속 만들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북한은 지금쯤 십수개의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지금 이 문제에 아주 태연해 보인다. 북한의 핵이 갑자기 덜 위험해진 것일까.
북핵과 ‘인권’ ‘폭정’ 연계 말아야
한해의 주요 국정방향을 제시하는 연초 국정연설에서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은 단 한차례 북한을 거론했다. 그것도 핵문제 때문이 아니라 5개 독재국가군을 거론 하는 가운데 북한 이름을 끼워 넣었을 뿐이다.
3월 16일 발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NSS)에서 미국은 북한을 이란 시리아와 함께 ‘폭정국가’로 재규정하면서 미국의 목표는 이들 국가에서 폭정을 종식시키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금 핵이 아니라 북한의 정권교체(regime change)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북에 폭정이 있고 인권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1949년 북한 정권이 수립된 이후 계속된 문제일 것이다. 새삼 2006년 미국의 주요 대외정책에서 강조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2003년에 그토록 심각했던 핵문제가 2006년에는 왜 심각하지 않은지 미국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다.
위폐문제도 그렇다. 미국이 북한에 위폐혐의를 제기한 게 80년대 후반부터이니 벌써 20여년이 다됐다. 그러나 번번이 흐지부지 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고 북한이 꼼짝할 수 없도록 옥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다른 나라들은 긴가민가하고 있다.
지난 3월 7일 뉴욕 접촉에서 북한측은 미국이 제기한 위폐문제를 협의할 양국 협의기구를 설치하자고 했으나 미국은 거부했다.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위폐의 진실은 확인되지 않은 채 미국은 대북 금융제재부터 시작했다. 금융제재 효과가 예상보다 크다고 해서 요즘 미국은 싱글벙글이다. 북한이 미국의 주장대로 위폐에 직접 간여했으면 뜨끔할 것이나 아니라면 얼마나 억울한 일일까.
미국은 북한이 하루 빨리 6자회담에 나와 선(先)핵포기 의지를 밝히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지 못하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은 미국이다. 북미간 제네바 합의를 깬 것은 북한이지만 깨도록 만든 것은 미국이었다.
2001년까지 만들어 주기로 했던 신포 경수로 발전소는 약속시한 2년이 지난 2003년 현재 전체공정의 31% 수준에 머물러 있고 부시 정부 들어와 미국이 북한에 제공하기로 약속했던 중유도 일방적으로 끊어 버렸다. 울려놓고 왜 우느냐고 따지고 있는 게 미국의 대북정책이다.
대북압박 커지면 북중 밀착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지난 16일 한 강연에서 미국이 아주 최근 들어 북한의 개방의도를 확인해 보고 싶어하고 조금 더 북한을 폭넓게 보려는 징후가 있다고 말했다. 막무가내식 대북관이 조금 완화되는 기미가 있다는 희망적 관측인데 대한민국 장관의 ‘희망’이 안스럽기까지 하다. 다시 북한의 개방의지를 확인해 보자고 한다는데 ‘개성공단’이 있고 ‘금강산’이 있는데 더 이상 무엇을 확인한다는 것인가. 북한을 국제사회로 나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것은 바로 미국이다.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고 그 긴장을 통해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가 있는 한 북한은 영원히 ‘악의 축’일지도 모른다. 미국이 대북 압박을 강화하면 할수록 북한은 중국에 기울게 되는 것도 정한 이치. 최근 북중관계에 관한 각종 자료가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핵이 정말로 위험한 것이라면 핵에 초점을 맞춰 핵부터 풀어야 한다. ‘인권’이나 ‘폭정’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그렇지 않다면 북핵에 대한 그동안 미국의 우려는 진실이 아니었음을 세상에 확인시켜 주는 꼴이 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라크에서도 미국의 전쟁명분은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국제적 신뢰가 이처럼 추락하면 미국의 리더십은 어떻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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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웅 (본지 객원 논설위원)
요즘 북한의 핵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한때 전쟁 시나리오까지 등장했던 핵 문제가 실종돼 버린 것이다. 핵은 없고 ‘위폐’ ‘인권’ ‘폭정’만 있을 뿐이다. 미국은 이런 문제들을 통해 북한에 핵을 포기 하도록 압박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북한 핵 문제가 두 번째로 불거졌을 때인 2003년 이래 워싱턴에서는 매일같이 공식, 비공식 루트를 통해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3~4개나 보유하고 있으며(미국은 1993년 1차 핵위기 때도 똑같은 주장을 했었다)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하고 핵 재처리를 다시 시작하면 연간 3~4개의 핵무기를 계속 만들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북한은 지금쯤 십수개의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지금 이 문제에 아주 태연해 보인다. 북한의 핵이 갑자기 덜 위험해진 것일까.
북핵과 ‘인권’ ‘폭정’ 연계 말아야
한해의 주요 국정방향을 제시하는 연초 국정연설에서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은 단 한차례 북한을 거론했다. 그것도 핵문제 때문이 아니라 5개 독재국가군을 거론 하는 가운데 북한 이름을 끼워 넣었을 뿐이다.
3월 16일 발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NSS)에서 미국은 북한을 이란 시리아와 함께 ‘폭정국가’로 재규정하면서 미국의 목표는 이들 국가에서 폭정을 종식시키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금 핵이 아니라 북한의 정권교체(regime change)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북에 폭정이 있고 인권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1949년 북한 정권이 수립된 이후 계속된 문제일 것이다. 새삼 2006년 미국의 주요 대외정책에서 강조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2003년에 그토록 심각했던 핵문제가 2006년에는 왜 심각하지 않은지 미국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다.
위폐문제도 그렇다. 미국이 북한에 위폐혐의를 제기한 게 80년대 후반부터이니 벌써 20여년이 다됐다. 그러나 번번이 흐지부지 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고 북한이 꼼짝할 수 없도록 옥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다른 나라들은 긴가민가하고 있다.
지난 3월 7일 뉴욕 접촉에서 북한측은 미국이 제기한 위폐문제를 협의할 양국 협의기구를 설치하자고 했으나 미국은 거부했다.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위폐의 진실은 확인되지 않은 채 미국은 대북 금융제재부터 시작했다. 금융제재 효과가 예상보다 크다고 해서 요즘 미국은 싱글벙글이다. 북한이 미국의 주장대로 위폐에 직접 간여했으면 뜨끔할 것이나 아니라면 얼마나 억울한 일일까.
미국은 북한이 하루 빨리 6자회담에 나와 선(先)핵포기 의지를 밝히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지 못하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은 미국이다. 북미간 제네바 합의를 깬 것은 북한이지만 깨도록 만든 것은 미국이었다.
2001년까지 만들어 주기로 했던 신포 경수로 발전소는 약속시한 2년이 지난 2003년 현재 전체공정의 31% 수준에 머물러 있고 부시 정부 들어와 미국이 북한에 제공하기로 약속했던 중유도 일방적으로 끊어 버렸다. 울려놓고 왜 우느냐고 따지고 있는 게 미국의 대북정책이다.
대북압박 커지면 북중 밀착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지난 16일 한 강연에서 미국이 아주 최근 들어 북한의 개방의도를 확인해 보고 싶어하고 조금 더 북한을 폭넓게 보려는 징후가 있다고 말했다. 막무가내식 대북관이 조금 완화되는 기미가 있다는 희망적 관측인데 대한민국 장관의 ‘희망’이 안스럽기까지 하다. 다시 북한의 개방의지를 확인해 보자고 한다는데 ‘개성공단’이 있고 ‘금강산’이 있는데 더 이상 무엇을 확인한다는 것인가. 북한을 국제사회로 나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것은 바로 미국이다.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고 그 긴장을 통해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가 있는 한 북한은 영원히 ‘악의 축’일지도 모른다. 미국이 대북 압박을 강화하면 할수록 북한은 중국에 기울게 되는 것도 정한 이치. 최근 북중관계에 관한 각종 자료가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핵이 정말로 위험한 것이라면 핵에 초점을 맞춰 핵부터 풀어야 한다. ‘인권’이나 ‘폭정’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그렇지 않다면 북핵에 대한 그동안 미국의 우려는 진실이 아니었음을 세상에 확인시켜 주는 꼴이 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라크에서도 미국의 전쟁명분은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국제적 신뢰가 이처럼 추락하면 미국의 리더십은 어떻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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