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의 내부 모순
성한표 (언론인 전 한겨레신문 논설주간)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초지일관, 줄기차게 밀고 나가는 대표적인 정책이 부동산 정책이다. 노 대통령은 일찌감치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었고, 강력한 부동산 투기 대책을 끊임없이 내놓았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투기대책은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
지난 해 8월 31일 정부는 이른바 8·31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투기의 종식을 선언했다. 당시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부동산 정책이 시간이 흐르고 나면 바뀌고 말 것이라는 생각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면서, “부동산 투기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까지 자신감을 보였다. 8·31대책은 시장기능을 존중하면서 양도소득세 실거래 값 반영과 종합부동산세 등 조세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8·31 대책 이후 다소 떨어졌던 집값이 지난 해 말 이미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며, 새해 들어 계속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게다가 정부 스스로 자신감을 잃고 허둥대는 모습까지 보였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주도한 서울 강남 일대의 집값을 잡기 위해 강남의 8학군을 해체하는 방식의 학군조정까지 검토한 것이 그 증거이다.
정부 초조감 반영한 정책 남발
학군조정은 아무리 부동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해도 교육정책이 부동산 정책의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여론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여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언제든지 다시 제기될 수 있는 방안이다. 정부는 또 지난 3월 30일 부동산 담보대출을 제한하고, 재건축으로 인한 개발 이익을 환수하는 내용의 3·30 대책을 발표했다. 8·31 대책의 구체화가 아니라 또 다른 투기 억제책이다. 청와대는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목표가 실현될 때까지 이런 대책을 4차 5차 계속 내 놓겠다고 발표하기까지 했다.
8·31 대책이 주택 소유자들에게 주는 세 부담 증가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 8·31 대책의 핵심인 실거래가의 양도소득세 반영은 올해부터 시행되는 것이며, 종합부동산세도 2009년까지 해마다 조금씩 늘어나게 되어 있다. 올해만 해도 종합부동세 과세대상자는 40만명에 달하며, 서울 송파구의 한 50평대 아파트를 예로 들면, 올 세 부담이 500만원선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부동산 대책에 대해 내성이 생겼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의 반응, 곧 대책의 효과는 미미하다. 부동산 대책의 약발이 떨어졌다고 할만하다. 이에 대해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8·31 대책은 아직은 (먹지는 않고) 손에 들고 있는 약으로서 아직 약효를 평가하기에는 이르다”고 설명하며, 노 대통령은 “8·31 대책 우습게보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들도 8·31 대책과 3·30 대책이 부동산 시장에 지속적인 충격을 줄 정도의 정책은 아니라는 평가를 뒤집기는 역부족이다.
여기서 8·31 종합대책이후 나오고 있는 일련의 부동산 관련 정책의 두 얼굴을 만나게 된다. 서울 강남을 비롯한 주택가격이 높은 지역에 살고 있는 평범한 봉급생활자들은 큰 폭으로 늘어나는 종합부동산세를 부담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이들은 결국 아파트를 팔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고, 아파트를 팔아 실거래 값에 따른 거액의 양도소득세를 물고 나면 대체 아파트를 사기가 어려워진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한 채가 전 재산인 대부분의 봉급생활자들을 곤경에 빠뜨리는 것이 정책의 목표는 아니었을 것이다. 반면에 정책이 표적으로 삼고 있는 고소득자들의 아파트 투기수요는, 부담하게 될 세금을 주택을 처분할 때 가격상승을 통해 회수할 수만 있으면, 조금도 위축되지 않을 것이다.
투기 잡겠다며 투기 부추겨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먹혀들지 않는 것은 주택가격 상승이 세 부담을 능가하는 투기적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무엇이 투기적 환경인가? 우선 정책내부의 모순을 들 수 있다.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정책과 함께 투기를 부추기는 정책도 구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종합부동산세, 실거래 값의 양도소득세 반영,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 등이 투기 억제책이라면, 아파트 선 분양 제도 유지, 중대형 아파트 건설 중심의 신도시 건설 등을 통한 건설경기 부양책은 투기를 부추기는 방향의 정책이다. 여기에 대형 아파트 단지의 분양 등을 기다리며 대기하는 435조원(작년 말) 규모의 부동자금이 투기의 토양을 이룬다. 투기의 토양을 그대로 두고 투기를 부추기는 정책을 선호하면서 투기를 잡겠다는 정책의 모순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어떤 강력한 대책도 부작용만 클 뿐, 큰 효과는 얻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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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표 (언론인 전 한겨레신문 논설주간)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초지일관, 줄기차게 밀고 나가는 대표적인 정책이 부동산 정책이다. 노 대통령은 일찌감치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었고, 강력한 부동산 투기 대책을 끊임없이 내놓았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투기대책은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
지난 해 8월 31일 정부는 이른바 8·31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투기의 종식을 선언했다. 당시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부동산 정책이 시간이 흐르고 나면 바뀌고 말 것이라는 생각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면서, “부동산 투기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까지 자신감을 보였다. 8·31대책은 시장기능을 존중하면서 양도소득세 실거래 값 반영과 종합부동산세 등 조세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8·31 대책 이후 다소 떨어졌던 집값이 지난 해 말 이미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며, 새해 들어 계속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게다가 정부 스스로 자신감을 잃고 허둥대는 모습까지 보였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주도한 서울 강남 일대의 집값을 잡기 위해 강남의 8학군을 해체하는 방식의 학군조정까지 검토한 것이 그 증거이다.
정부 초조감 반영한 정책 남발
학군조정은 아무리 부동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해도 교육정책이 부동산 정책의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여론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여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언제든지 다시 제기될 수 있는 방안이다. 정부는 또 지난 3월 30일 부동산 담보대출을 제한하고, 재건축으로 인한 개발 이익을 환수하는 내용의 3·30 대책을 발표했다. 8·31 대책의 구체화가 아니라 또 다른 투기 억제책이다. 청와대는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목표가 실현될 때까지 이런 대책을 4차 5차 계속 내 놓겠다고 발표하기까지 했다.
8·31 대책이 주택 소유자들에게 주는 세 부담 증가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 8·31 대책의 핵심인 실거래가의 양도소득세 반영은 올해부터 시행되는 것이며, 종합부동산세도 2009년까지 해마다 조금씩 늘어나게 되어 있다. 올해만 해도 종합부동세 과세대상자는 40만명에 달하며, 서울 송파구의 한 50평대 아파트를 예로 들면, 올 세 부담이 500만원선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부동산 대책에 대해 내성이 생겼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의 반응, 곧 대책의 효과는 미미하다. 부동산 대책의 약발이 떨어졌다고 할만하다. 이에 대해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8·31 대책은 아직은 (먹지는 않고) 손에 들고 있는 약으로서 아직 약효를 평가하기에는 이르다”고 설명하며, 노 대통령은 “8·31 대책 우습게보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들도 8·31 대책과 3·30 대책이 부동산 시장에 지속적인 충격을 줄 정도의 정책은 아니라는 평가를 뒤집기는 역부족이다.
여기서 8·31 종합대책이후 나오고 있는 일련의 부동산 관련 정책의 두 얼굴을 만나게 된다. 서울 강남을 비롯한 주택가격이 높은 지역에 살고 있는 평범한 봉급생활자들은 큰 폭으로 늘어나는 종합부동산세를 부담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이들은 결국 아파트를 팔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고, 아파트를 팔아 실거래 값에 따른 거액의 양도소득세를 물고 나면 대체 아파트를 사기가 어려워진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한 채가 전 재산인 대부분의 봉급생활자들을 곤경에 빠뜨리는 것이 정책의 목표는 아니었을 것이다. 반면에 정책이 표적으로 삼고 있는 고소득자들의 아파트 투기수요는, 부담하게 될 세금을 주택을 처분할 때 가격상승을 통해 회수할 수만 있으면, 조금도 위축되지 않을 것이다.
투기 잡겠다며 투기 부추겨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먹혀들지 않는 것은 주택가격 상승이 세 부담을 능가하는 투기적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무엇이 투기적 환경인가? 우선 정책내부의 모순을 들 수 있다.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정책과 함께 투기를 부추기는 정책도 구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종합부동산세, 실거래 값의 양도소득세 반영,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 등이 투기 억제책이라면, 아파트 선 분양 제도 유지, 중대형 아파트 건설 중심의 신도시 건설 등을 통한 건설경기 부양책은 투기를 부추기는 방향의 정책이다. 여기에 대형 아파트 단지의 분양 등을 기다리며 대기하는 435조원(작년 말) 규모의 부동자금이 투기의 토양을 이룬다. 투기의 토양을 그대로 두고 투기를 부추기는 정책을 선호하면서 투기를 잡겠다는 정책의 모순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어떤 강력한 대책도 부작용만 클 뿐, 큰 효과는 얻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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